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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셀 테러》(로라 베이츠, 위즈덤하우스):
극우 부상의 시대, 왜 성차별주의를 무시해선 안 되는지 보여 주는 책

책 《인셀 테러》(2023)의 원래 제목은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2020)이다. 저자인 로라 베이츠는 영미권에서 유명한 페미니스트 강연자이자 작가다. 성평등에 관한 논픽션뿐 아니라 소설들도 썼다.

이 책은 “매노스피어”에 대한 잠입 보고서다.

《인셀 테러》 로라 베이츠 지음, 위즈덤하우스, 496쪽, 21,000원

매노스피어

온라인에는 성차별적 밈에서부터 여성에 대한 편견, 심각한 적개심까지 고무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커뮤니티가 존재하는데, 학자들과 활동가들은 이를 “매노스피어(manosphere)”라고 부른다.

로라 베이츠는 2년 넘게 다양한 매노스피어에 침투해 잠입 조사를 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극단적 성차별주의에 대한 구체적 개요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취약한 청소년을 노리는 매노스피어의 급진화 패턴과 모집 기법에 대해 알 수 있다.

매노스피어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 앤드류 테이트는 물론이고 벤 샤피로, 그리고 이 책에서 많이 언급된 조던 피터슨의 주장과 영상은 국내 유튜버의 채널들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 한글로 “페미니즘”을 검색하면, 알고리듬에 의해서 금세 이들의 숏츠나 동영상이 나온다. 국내 유튜버들이 한글 제목과 소개, 자막을 달아서 올린 것들이다.

그중에는 바른청년연합의 ‘바른말오른말’ 채널도 있다. 특히 조던 피터슨의 영상이 많은데, ‘남성성’을 북돋고 페미니즘과 좌파, 트랜스젠더를 공격하는 내용이다. 벤 샤피로와 앤드류 테이트의 영상도 역시 빠지지 않는다.

이 바른청년연합의 대표는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한 세이브코리아 손현보 목사의 아들, 손영광 울산대 교수다. 그는 연금 개악을 개혁이라 포장하는 연금개혁청년행동의 대표이기도 하다.

국내에도 출간된 조던 피터슨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흔히 남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로 소개된다. 벤 샤피로의 책들은 뉴라이트 출판사로 알려진 기파랑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책 《인셀 테러》에서 로라 베이츠는 매노스피어를 크게 4가지 그룹으로 나눈다. 물론, 각각의 스펙트럼은 더 복합적이다.

참여 수준도 다양하고 유동적이다. 일부 사용자는 성차별적 밈을 보는 정도로 참여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증오를 부추기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매노스피어의 전체 규모와 영향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MIT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최대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같은 연구는 매노스피어 내에서 보낸 시간이 일부 개인에게 극단화 효과를 미쳤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매년 약 8퍼센트의 매노스피어 사용자가 온라인상의 더 극단적인 그룹으로 이동했다고 보고됐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매노스피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페미니즘(과 여성)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인종 차별과 극우 정치 전반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종종 파시스트들과도 연결된다.

이 책에는 이런 집단들이 웹사이트, 블로그, 포럼, 채팅방, 소셜미디어 계정과 그룹을 포괄하는 거대한 거미줄로 확장하는 방식들이 나오는데, 계속 읽다 보면 구체적인 묘사와 분석에 거의 질릴 정도다.

현실 세계

저자가 매노스피어에 잠입하기로 한 결정적 계기는 온라인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의 경험이었다.

2012년부터 저자는 거의 매주 영국 전역의 학교에서 ‘일상 속 성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강연하고 토론하며 어린 학생들을 만나 왔는데, 2018년 경부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남학생들을 만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은 정치적 올바름이 광기를 부리고, 백인 남자들이 박해를 당하고, 여자들이 강간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사회에서 진짜 피해자는 남자들이라고 내게 말했다.”

“온갖 학교에서 나는 똑같은 주장을 듣기 시작했다. 서로 만나본 적도 없는 소년들이 정확히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똑같은 틀린 통계를 인용해서 자기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팔에 소름이 돋았다.”

“거의 같은 시기에 나는 유명 정치인과 주요 뉴스 매체의 권위자들이 똑같은 수사적 표현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되뇌는 것을 보았다.”

미국에서 트럼프주의자들과 유럽에서 극우들이 급성장하던 시기였다.

인셀

저자가 분류한 매노스피어의 첫 번째 그룹은 “인셀(incels)”이다.

인셀은 자신을 “비자발적 독신자”로 여기는 이들의 약칭이다. 인셀은 섹스에 대한 집착과 이를 ‘거부당한’ 데 대한 분노에 집중한다.

이들은 이 세상(특히 여성 개인들)이 자신들에게 ‘섹스권’을 내어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신들은 여성과 소수 인종이 장악한 세상의 희생자고, 세상에는 자신과 같은 남자들에 대한 거대한 공격이 숨어 있다고 여긴다.

“빨간 알약” 은유는 억울하거나 고충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쉽다. “빨간 알약”은 ‘진실을 본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진실이란, 자신을 “실패자”로 여겼는데 알고 보니 “생존자”였고 힘든 건 다 여자들 탓이라는 것이다.

영미권(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에선 2014년부터 엘리엇 로저가 남긴 일종의 ‘인셀 선언문’ 또는 그 비슷하게 스스로 인셀이라 여기고 여성들을 증오하는 메시지와 함께 여성들을 살해한 후 자살한 젊은 남성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하지만 자칭 인셀들은 순진한 십대들부터 강간 합법화를 주장하는 광폭한 자들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하나의 동질적 집단이 결코 아니다.

인셀에 대한 최대 규모의 연구 결과가 이 책이 출간된 이후인 2024년 2월에 발표됐는데, 폭력 사용까지 자주 정당화하는 인셀은 전체의 5퍼센트로 추정됐다.

이 책 역시 “인셀을 놓고 그저 이들이 대규모 폭력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만을 문제 삼는다면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고 옳게 지적한다.

인셀 가운데는 지원이 절실한 남성과 소년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게시물은 도와 달라는 외침으로 읽힌다.” “정력적이고 우월한 남성성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이 무능함과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호르몬이 야기한 십대 특유의 불안이라는 정형적인 격류에 휘말린 어린 소년들로, 그들은 그 속을 헤쳐나갈 조언을 찾다가 어쩌면 외부의 영향에 가장 취약한 바로 그 순간, 사이비 과학과 엉터리 통계로 치장한, 대단히 비틀리고 여성혐오적인 관점과 비극적으로 조우한다. 그 모습을 나는 숱하게 목격했다.”

믹타우, 픽업아티스트

두 번째 그룹인 “자기 길을 가는 남성들”은 줄여서 “믹타우(MGTOW)”라 부른다.

역시 여성에게 ‘남성 차별’의 책임을 돌린다. 다른 매노스피어집단처럼 빨간 알약 철학과 함께 출발했지만, 이들은 여성과의 관계를 아예 끊는 쪽을 택한다.

이 운동의 목표는 ‘여성 중심’의 현재 사회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는 고립주의다. 일견 무해할 듯 하지만, 믹타우 포럼들은 인셀 사이트들처럼 극단적인 성차별주의가 넘친다.

세 번째 그룹인 “픽업 아티스트”는 이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사기꾼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 주는 하나의 산업이다.

이들은 사회가 남성을 여성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에 대한 괴롭힘과 성관계를 유도하는 방법, 심지어는 성폭력을 가르친다.

사이비 과학과 심리학자연 하는 말투를 활용해서, 성차별적 편견들을 재밌고, 용인 가능하고, “바보라도 써먹을” 섹스용 지침으로 포장한다.

“이 모든 것이 여성에게 지시를 내리고 통제하는 ‘알파 수컷’의 기본사항이라는 프레임으로 정당화된다.”

픽업 지침은 여성의 감정과 욕구를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대신 무시하고 부정하라고 가르친다. 상호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여성을 희생시켜 남성의 욕구를 채우는 데 온통 집중한다. “여자를 제압하고 통제하라고, ‘싫어’는 대답으로 인정하지 말라고, 여성의 저항을 대놓고 무시하거나 피하라고 한다.”

“학교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관계와 성적 동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가르친다면 이런 형편없는 조언은 재앙과 같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최소한 소년들은 이런 엉터리 주장과 대립하는 다른 입장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와 성에 대한 교육은 턱없이 부실해서, 최근의 한 연구는 학교에서 동의에 대해 배워본 적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이 겨우 25%라고 밝히기도 했다.”

남성 권리 운동

네 번째로 “남성 권리 운동가들”이 있다.

이들은 법률과 정부 부처, 교육 시스템, 건강 정책 등이 남성에게 차별을 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성 권리 운동’이 오늘날 많은 평범한 남성들의 삶에 실제로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건드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여성 특히 페미니스트들을 공격하는 데 집착적으로 집중한다. ‘남성혐오’라는 용어의 사용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폭증하기 시작했고 이 문제를 전적으로 다루는 웹사이트들도 이때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흔한 표적 괴롭힘이나 신상 털기로도 연결된다.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소수의 여성들을 선전용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 중에는 흑인 여성도 있다.

이들은 겉으로 존중받을 만해 보이는 사이비 학문의 거품을 일으켜서, 주류 매체에 자주 노출시키고, 이를 통해 합리성을 강화하려고 든다. ‘논란’에 굶주린 미디어의 속성을 이용한다.

‘남성 권리’로 포장된 성차별주의 주장들은 유튜브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기량이 뛰어난 개인들의 공개적인 활동으로 주류 문화와 더 직접 연결되고 더 전면으로 등장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인플루언서이자 캐나다의 심리학 교수인 조던 피터슨은 성경에서부터 ‘백인의 특권에 관한 마르크스의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온갖 우파적 주장을 유튜브에서 펼쳐서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조던 피터슨 같은 자가 주류 사회에서 용인 가능한 매노스피어를 대표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남자는 강해져야 한다’에서 시작해 ‘여자들도 그걸 바라기 때문이다,’ ‘건강한’ 여자는 지능·소득·지위 면에서 자신을 ‘압도하는’ 남자를 찾는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는 트렌스젠더의 권리에 반대하고, 페미니즘을 ‘살인적인 평등 원칙’이라 하고, 페미니스트들이 무슬림의 권리를 지지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남성의 야만적인 지배를 갈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물학적 결정론 같은 사이비 과학으로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 메시지를 전하지만, 소년과 청년들에게 쿨하고 대항문화적인 인사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런 자들은 극우 빙산의 수면 윗부분에 해당한다.

저자가 강조했듯이, 수면 아래 수많은 매노스피어들도 인종주의와 이슬람 혐오로 빠르게 넘어간다. 성소수자에게도 대단히 적대적이다.

매노스피어와 극우 정치

빙산의 꼭대기에는 매노스피어와 그 이데올로기를 직접 인정하고 고무하는 트럼프와 같은 극우 정치가들이 있다.

“매노스피어와 대안우파가 과감해지는 데 가장 확연하게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처음으로 영향을 미친 이는 바로 트럼프다.

“트럼프는 여성을 ‘살찐 돼지’와 ‘개’로 묘사하는가 하면 아내를 직장에 다니게 하는 건 ‘위험하다’고 주장했고, 여성의 ‘보지를’ 움켜쥐었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매노스피어는 트럼프 당선에 이렇게 환호했다.

“이건 당신이 트럼프처럼 말을 할 때 상대방이 처음 하는 생각은 ‘이 남자는 미국 대통령 같네’가 될 거라는 의미다.

“트럼프가 이런 일을 하고도 체포당하지 않는다면 인셀 남자라고 해서 이런 행동을 못 하란 법은 없는 거다.”

저자는 극우와 인셀, 인종주의자와 믹타우, 픽업 아티스트들과 남성 권리 운동가 집단 사이에 상당한 공통분모가 있음을 강조한다.

“인종주의, 반유대주의, 이슬람혐오, 반이민자, 여성혐오, 동성애혐오라는 교차점 덕분에 ‘관련성’ 있는 채널과 콘덴츠를 연결할 방법을 찾는 알고리즘에는 이상적인 토대가 된다.

“그런데 당신이 그 주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로 이제 막 인터넷에 접속한 젊은 사람이라고 상상해보자. 제공되는 영상들은 모두 고품질이고, 진행자들은 세련되고 유명한 인물들이며, 토크쇼는 인기가 많다. 이 모든 것을 처음 보는 시청자로서는 이게 비주류적이거나 극단적인 발상이 아니라, 널리 알려진 타당한 관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남성 우월주의 커뮤니티들은 급진화를 위해 젊은 남성들을 직접적인 표적으로 삼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백인 우월주의의 급진화로 나아가는 관문으로 여긴다.”

핵심적으로, 급진화가 온라인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지적한다.

“극단적인 인종주의와 여성혐오에 뿌리를 둔 이들 집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터넷을 박차고 거리로 나아가 폭력을 휘두르고 자기편을 더 많이 모으는 것이다. 인터넷은 자기 편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서 물리적인 설천의 토대를 마련하는 수단이다.”

아쉽지만, 저자는 해결책으로 교육과 지원을 주로 강조한다. 물론 정부를 향한 가장 중요한 요구일 것이다. 당장 영국 정부도 복지와 교육을 희생해 군비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급 남성과 여성이 단결해 대중 행동에 나설 때야말로 여성과 남성의 서열 같은 성차별적인 관념들이 가장 도전받는다.

물론, 그런 일이 자동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항상 논쟁이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성차별적이거나 억압적인 생각들에 도전해야 한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바는 우리를 분열시키는 편견들은 그게 더 이상 들어맞지 않을 때, 즉 우리가 대규모 투쟁에 나설 때 깨지기 훨씬 쉽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한 교훈을 저자도 이 책 어딘가에서 옳게 지적한다. 절망의 이데올로기뿐 아니라 우리에게 희망의 비전과 조짐도 있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함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민주주의 투쟁, 파업 등에서 함께 투쟁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우리의 생각들이 사회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다르게 조직되는 사회에서는 서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착취와 억압이 없는 해방된 세상, 즉 모든 삶의 영역에서 인간의 진정한 잠재력이 실현될 사회를 어떻게 쟁취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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