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극우는 어떻게 안티 페미니즘을 이용하는가

국민의힘 후보로 김문수가 결정됐다. 극우 김문수는 여러모로 문제적이지만, 여성 문제에서도 특별히 문제적 인물이다.

민주당이 발표한 ‘김문수 망언집’을 보면, 김문수는 “애를 낳아서 키울 줄 알아야지, 개를 안고 다니는 게 어떻게 행복일 수 있느냐”며 여성 비하적 인식을 드러냈다.

국힘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김문수는 군가산점제 부활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군가산점제는 강제 군 복무에 대한 (정당한) 억울함에 기대서, 군필자와 미필자, 여성과 남성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김문수는 이를 통해 젊은 보수 남성층의 환심을 사려 한다.

김문수의 핵심 기반인 극우가 본질적으로 성차별적이다. 극우는 반페미니즘*(과 반동성애)을 내세워 외연을 확대하고 기층을 조직해 왔다.

윤석열 탄핵 반대 운동의 핵심 기반이 된 극우 개신교는 지난 20여 년 동안 ‘반동성애’(극우 개신교의 ‘반동성애’는 ‘반젠더’, ‘반페미니즘’을 아우른다)를 구심점으로 세력을 결집해 왔다. 요 몇 년 새에도 기층에서 학생 인권 조례 폐지 운동, 도서관에서 성교육·성평등 도서 퇴출 운동을 벌였고, 이런 일들에서 상당한 성공도 거뒀다.

그런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27일에는 차별금지법 반대와 동성애 반대를 내세워 ‘한국교회 연합예배’에 경찰 추산 23만 명을 동원했다. 이 ‘연합예배’의 주최자 하나가 여의도 탄핵 반대 집회(‘세이브 코리아’)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였다.

‘연합예배’의 ‘100대 기도 제목’에는 페미니즘 반대도 포함돼 있었다. “페미니즘이라는 악한 사상과 그 사상에 물든 영혼을 분리하게 하옵소서.”

한편,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신남성연대(대표 배인규)가 “[극우 집회의] 틀딱 프레임을 떼려고” 2030을 대변하고 조직하는 역할을 했다. 신남성연대는 반페미니즘을 기치로 내세우는 단체다.

이화여대에서 난동 부리는 극우 유튜버들 안티 페미니즘을 표방한 극우 유튜버들은 극우의 젊은 층을 대변하며 조직하고 있다. ⓒ조승진

신남성연대는 다른 극우 유튜버들과 함께 올해 초 대학을 돌며 극우 학생들의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지원했다. 이화여대에서 그들은 맞불 시위를 벌이는 여성들에게 “너 페미냐,” “저것들 얼굴이 내란 수괴”라며 심지어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성차별이 시스템으로 부추겨지는 사회에서 역겨운 성차별주의자들은 언제나 존재해 왔지만, 최근 부상한 극우는 젊은 남성을 충원하는 전략의 하나로 반페미니즘을 이용한다. 친페미니즘인 양 위선을 떨었던 문재인에 기대를 걸었다가 환멸에 빠진 것을 교활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진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을 극우가 재료로 삼는 상황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서부지법 폭동은 그 위험을 언뜻 보여 줬다. 2030 남성 일반이 극우화하는 듯이 과장해 묘사하는 것은 완전히 틀렸고, 대개 불순한 의도를 담고 있다(관련 기사: 본지 535호, 서부지법 폭동 등 극우 부상은 ‘이대남’ 문제인가?). 그럼에도 서부지법 폭동은 특정 교회나 극우 유튜버, 디시인사이드 국힘갤러리 등으로 조직된 청년의 일부가 파시즘 쪽으로 진화할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구조적 성차별은 옛말인가?

오늘날 성차별적 극우는 페미니즘이 “너무 멀리” 나아가서 “남성 혐오”와 젠더 갈등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은 여성가족부, 민주당 등과 결탁해 모종의 거대 권력 집단이 됐고, 그로부터 오히려 평범한 남성이 차별받는다고 주장한다.

이런 인식을 대변한 것이 바로 윤석열이었다. 윤석열은 2022년 대선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하고,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다행히 실제로 관철하진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 구조적 성차별은 엄연히 존재한다. 남녀 간 법적(형식적) 평등이 이뤄지고, 종종 청(소)년 여성들이 남성보다 학업 등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해도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남녀 임금 격차, 양육과 돌봄에 대한 일차적 책임 부담, 성폭력 피해, 주요 제도에서 대표성 부족 등 여러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현상은 단지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갈등으로 설명될 수 없다. 여성 차별은 체계적이고 구조적으로 사회 시스템에 내재돼 있고, 거기에 기원과 물질적 뿌리가 있다. 특히, 자본주의 가족제도(이를 통한 노동력 재생산)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에 반대하고 여성 평등을 추구하는 사상과 운동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느슨한 용어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하나가 아니다. 여성 차별의 원인, 해방 전략, 강조점과 구체적 쟁점을 둘러싸고 내부의 첨예한 논쟁이 있다. 본지도 남녀 대립적인 종류의 페미니즘의 과도함에 대해 비판해 왔다(관련 기사: 본지 269호, 급진적 페미니즘과 분리적 페미니즘, 어떻게 볼 것인가?). 하지만 페미니즘은 성차별적인 사회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정당하고 필요한 것이다.

물론 많은 남성도 고통받는다.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보다 2~3배 높고, 경제적 압박,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남성은 정서적 표현과 도움 요청에도 더 취약하다.

하지만 이를 차별로 규정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남성의 고통이 여성이나 페미니즘 탓은 더욱 아니다. 착취와 경쟁과 이윤 지상 체제인 사회 시스템 때문이다.

2018년을 뜨겁게 달군 불법촬영 항의행동 이 운동은 문재인 정부의 배신과 위선을 정면 규탄했다. ⓒ이미진

민주당은 친페미니즘인가?

‘페미니즘 = 민주당’이라는 극우의 도식도 어불성설이다. 이는 민주당의 개혁 배신에 환멸을 느끼고, 페미니즘에도 부정적이 된 사람들을 극우가 흡수하기 위한 그들의 흑색선전에 불과하다.

2018년을 뜨겁게 달군 불법촬영 항의 운동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던 문재인을 “입페미”[말만 하는 페미]라고 규탄했다. 청년 여성들의 그 운동은 문재인 정부의 배신을 정면 규탄했다.

민주당은 집권했을 때도, 국회에서 다수당일 때도 임신중지권 입법을 외면했다.

이재명도 보수 측의 눈치를 보며 후퇴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은 반페미니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번 대선의 10대 공약에는 여성/성평등 카테고리가 아예 사라졌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또다시 “나중”으로 미뤄졌고, 임신중지권 보장은 감감무소식이다.

더 근본적으로, 민주당은 친자본주의 정당으로서 성차별적 시스템과 얽히고설켜 있어 여성 차별 문제에서 일대 변화를 추진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극우가 전체 정부 예산의 0.2퍼센트도 되지 않는 여가부를 ‘거대한 권력’으로 설명하는 것도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주류 정치권과의 만남

왜 극우의 반페미니즘 흑색선전이 영향력을 갖는가?

공식 정치의 우파가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는 것이 한 중요한 요인이다.

윤석열은 지난 대선에서 반페미니즘 단체 한국성평화연대(한성연)의 이명준과 최인호를 선거 캠프의 양성평등특별위원회로 영입했고, 신남성연대를 통한 ‘댓글부대팀’을 운영한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들은 모두 페미니스트 신지예의 영입을 반대해 국힘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에 윤석열은 신지예를 영입해 강경 우파 본색을 가리려던 계획을 수정해, 신지예를 내치고 노골적인 안티 페미니스트들을 끌어안았다.

그들이 쿠데타 기도 실패 이후 2030을 자처하며 윤석열 방어에 나선 것은 단순한 책략이 아니다.

페미니즘을 “정신병,” “징징대는 게 특징”이라고 모욕하던 최인호(위 언급)는 현재 국힘 소속 관악구 구의원이고, 여성 안심 귀갓길 제도를 공격해 신림동 여교사 피살 사건에 일조했다고 비난받는 자다. 최근 김문수 대선캠프에 “1호 청년 참모”로 임명됐다.

김문수가 그 기반을 잠식하려 애쓰는 이준석도 동덕여대 학생운동 공격 등 여성 운동과 페미니즘 공격으로 정치 기반을 확장하는 대표적인 안티 페미니스트이다.

이런 반동적인 정치인들을 통해 안티 페미니즘 주장들이 더 멀리, 더 공식적으로, 더 그럴 듯하게 확산된다.

팍팍한 청년들의 삶 극우는 신자유주의하에서 좌절하고 패배해 고립되고 파편화돼 있는 청(소)년들을 먹잇감 삼아 왔다. ⓒ이미진

좌절한 청년들을 먹잇감 삼는 극우

극우는 신자유주의하에서 좌절하고 패배해 고립되고 파편화돼 있는 수많은 청(소)년들을 먹잇감 삼아 왔다.

이는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매노스피어(남성계라는 뜻. 반페미니즘 남초 사이트와 커뮤니티 일체)에 적극적으로 파고든 트럼프의 전략이 재선에 큰 몫을 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영화 〈소년의 시간〉은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온라인 상의 극단적 성차별주의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해악성을 잘 보여 준다.

한국에서 ‘온라인 우파’로 악명을 떨친 ‘일베’가 부상한 2010년대 초반은 입시와 취업에서 경쟁이 더욱 심해지며 청년 실업 문제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던 때였다.

이후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 “금수저,” “노오력[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기성 세대와 사회에 냉소를 담고 있는 말]” 등 불평등한 사회를 원망하는 단어가 인기를 끌었다. 2017년 비트코인이 처음 대두됐을 때는 거기에 모든 인생을 거는 말이 유행했다. “떡상이냐, 떡락이냐,” “[안 되면] 자살하면 그만이야~”

거대한 대중 운동이 박근혜를 퇴진시키자, 일베는 분열하고 약화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청년들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조국 사태는 ‘저들도 기득권’이라는 생각을 강렬하게 심어 줬고, 부동산 폭등은 박탈감을 더욱 심화시켰다.

안티 페미로 경도된 청년 남성들의 핵심 정서는 피해자성이다. 스스로를 “도태남,” “이대남,” “2등시민”이라고 칭하며 자조하고 비하한다. 동시에, 여성·성소수자·장애인 등 소위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약자’를 “1등 시민”으로 부르며 증오한다.

때마침 메갈리아 등 온라인 상에서 분리적 페미니즘이 대두하자 과잉 단순화해 페미니즘 일반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 남성을 혐오하는 분리적 페미니즘의 과도함이 청년 극우들에게 핑곗거리를 던져 줬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는 청년들의 고통과 불만, 환멸을 페미니즘·민주당·노동조합·좌파 탓이라며 청년들 사이에 파고들어 새 피를 수혈하려 해 왔다.

극우의 성장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왼쪽을 지향하는 대중 운동이 더욱 강화되고, 노동자 투쟁이 보편화돼 사회 개혁 염원을 실현할 진정한 힘을 보여 주는 것이다.

노동계급이 대규모 저항에 나서 청년층(다수가 노동계급의 일부)이 겪는 문제들을 노동계급의 집단 행동이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면, 많은 청년들이 좌파적 대안으로 이끌리기가 쉬워질 것이다.

이런 투쟁들은 극우와, 더 나아가, 여성 차별을 낳는 체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발전해야 한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