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과 고위 검사들의 대장동 공세:
대장동 사건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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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벌어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희대 사법부에 이어 고위 검사들을 활용해 이재명을 공격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란 청산”도 최소화하는 효과를 내려 한다.
10월 국정감사에서 서울고등법원장 김대웅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도 “이론적으로 [재개] 가능하다”며 대놓고 압박을 가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정진우도 ‘이재명 공범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압박을 거들었다.
정진우는 이번 항소 포기 결정에 항의하며 물러났다. 검사장 18명, 지청장 8명이 각각 공개 항의 입장을 밝혔고, 결국 검찰총장 직무대행 노만석도 물러났다.
그러나 이 자들이 이제 와서 “사법 정의” 어쩌고 하는 것은 괘씸하고 얄미운 일이다. 항소 강행이 진실한 목표였으면, 물러날 것을 각오하고 항소하면 될 일이었다. 법무부(정성호)가 (압박을 가했는지는 몰라도) 공식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도 아닌 마당에 말이다. 아마 검찰 수사권 박탈을 원점으로 돌릴 명분이 필요한 듯하다.
검사들이 모두 항소 포기 결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그랬다면 노만석과 정진우가 사후에 사퇴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자들은 (늘 해 오던 대로) 정권과 거래를 하려다 뜻대로 안 되자 물러난 것이다.
전국의 고등/지방 검찰청 검사장만 24명이고, 고검/대검의 차장검사 등 검사장급은 47명이지만 공동 명의 성명에 이름을 올린 것은 18명뿐이다.
대장동 사건 1차 수사팀을 이끌었던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은 “선택적 집단 행동”을 비판하며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경향신문〉).
불참자들에게는 검찰 수뇌부가 대장동 재판을 이재명 정부 압박용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을 것이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무리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위 검사들의 저항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정 ‘안정’을 중시하며 친윤 검사들을 중용한 것이 얼마나 그릇된 것이었는지, 또한 앞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를 잘 보여 준다.
초대형 개발비리를 낳은 시장 지상주의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가 대장동 일대 91만여 제곱미터(약 27만 8000평) 부지에 주택 수천 가구를 조성한 대규모 민관 합동 개발 사업이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애초에는 공공개발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성남시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던 국힘(당시 새누리당)이 반대해 무산됐다.
이명박 당시 정부도 공공개발을 위한 성남시의 지방채 발행을 승인해 주지 않았다. 이명박은 이미 2009년에 공기업 LH의 대장동 개발도 좌절시킨 바 있다. 그에게는 시장이 곧 진리요, 공공은 반기업 행위였다.
이재명 성남시는 결국 공공개발을 포기하고 성남시의회의 제안대로 민관 합동 개발을 했다.
최근 1심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된 5인(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 정민용)은 이 과정에서 각각 공무원 혹은 투자자로서 사업을 설계하고 거액의 수익을 챙겼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업무상 배임, 뇌물, 횡령 유죄 판결을 내리고 징역형과 추징금을 선고했다.
그런데 국힘은 이들이 고작 수억 원을 투자해 무려 수천억 원을 챙기는 것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모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당시 폭등하던 주택·전세 가격 불만이 이재명을 향하게 만들고, 그것도 탐욕스러운 음모라는 서사를 꾸며 정적 제거에 활용하려던 것이었다.
이 사업에 비리 의혹이 있다며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21년 9월 말이다.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이재명 후보와 경쟁하던 이낙연 측에서 제기한 의혹이 발단이 됐다. 이낙연은 문재인의 국무총리였는데, 올해 대선에서 극우 국힘 후보 김문수를 지지했을 정도로 기회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인물이다.
당시 국힘 대선 후보 윤석열은 이재명이 주도한 비리라고 기정사실화하며 공세를 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검찰의 1차 수사팀은 유동규 등이 성남시에 끼친 배임액이 ‘651억+α‘라고 판단했다. 사업 시행사 선정 당시 고의로 예상 수익을 적게 잡아 성남시 지분인 50퍼센트에 못 비치는 액수만 지급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꾸려진 2차 수사팀은 대장동 사업의 최종 택지분양 배당금에 아파트 분양수익까지 더해 배임액수를 산정했다. 또, 성남시가 받았어야 할 배당이 지분에 해당하는 50퍼센트가 아니라 70퍼센트라며 배임액을 뻥튀기 했다.
그래서 나온 액수가 지금 국힘이 주장하는 7,800억 원이다.
정적 제거용 부풀리기 수사
이번에 1심 재판부는 2차 수사팀의 산정 방식이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파트 분양 수익은 애초에 성남시 지분에 포함되지 않았고 최종 택지분양 배당금은 대략 예측 가능했지만, 사업 시행 후 구체적 수익액을 미리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당시에 예측 가능했다는 점을 검찰이 증명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지분은 50퍼센트만 인정했다. 이재명의 연루 여부에 관해서는 별도의 재판을 이유로 판단하지 않았다(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엄청난 부풀리기 수사와 기소를 했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드러난 셈이다.
또, 최종 회계 장부상으로는 택지개발 이익 배당액 중 50퍼센트를 못 받은 게 사실일지라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입장에서는 배당액을 포함해 개발사로부터 택지 안팎 터널, 공원 건설비로 총 5,500억 원을 받아냈으므로 민간 업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고 여겼을 법하다.
김만배 등이 엄청난 폭리를 취한 것은 사실일지라도, 실제 개발 과정에서 거액을 투자한 하나은행 등 금융 대기업들과 여러 건설사들, SK측이 나름의 이익을 꽤 챙긴 것을 고려하면 그 5인방이 개발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간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과장이다.
무엇보다 1차 수사팀부터 2차 수사팀까지 검찰은 이번에 구속된 5인의 진술 외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공모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유일한 증거는 이번에 구속된 5인의 진술뿐이었는데, 그조차 서로 엇갈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번복해 신뢰성을 잃었다.
심지어 최근에 진술을 번복한 남욱은 검찰이 “배를 가르겠다”고 위협하며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까지 이어지는 뇌물 수수 경로에 관한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는데 말이다.
요컨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은 이명박 정부와 국힘 전신이 지배한 성남시 의회가 만들어 놓은 판 위에서 파렴치한 개발업자들과 정치인, 법률가, 대기업 건설사, 금융사 들이 마음껏 활개친 부정부패 사건이었다. 이번에 구속된 5인에게 확실한 공범이 있다면 바로 이들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문제는 부패와 비도덕성보다는 주로 그의 정치적 약점과 한계에 있다.
국힘의 압력에 타협해 공공개발을 민관 합동 개발로 바꾸고, 그 뒤에는 대장동 개발 이익의 일부를 확보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지, 대장동 개발 자체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에는 거의 의의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스스로 대장동 사업을 ‘모범적 공익 사업’이라고 자랑한 취지가 실행 과정에서 크게 퇴색한 것이다.
이 문제에서의 정책적 공과는 정치적 평가(신자유주의적 타협과 절충)로 다뤄질 일이지, 증거 부재를 확증편향적으로 무시할 일은 아니다.
좌파는 정치적 한계와 약점을 비판하면서도, 근거도 없는 검찰 일각의 반발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처럼 포장해 줘선 안 된다. 국힘의 반격을 용인해서는 더욱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