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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여성 징병제는 결코 성평등의 개선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남성 차별 사례 발굴” 지시 이후 성평등가족부가 주최하고 있는 ‘성평등 토크 콘서트’의 세 번째 행사(11월 21일 개최)에서 병역 문제가 쟁점이 됐다.

이번 행사에서 일부 남성 참가자들은 “여성도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여성 참가자는 반박했다. “여성은 억울하다. 남성만 군대에 가도록 한 것은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었지 여성들 때문이 아니다.”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징병제는 “젠더 갈등”의 오랜 주제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가산점제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부터 일부 보수적 청년 남성들로부터 남성 징병제(병역법 3조 1항)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는 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모두 기각됐다).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은 온라인 댓글이나 채팅창에서도 억울함, 엇나간 보복 심리, 성 대결 등 여러 감정들과 얽혀서 적지 않게 나오는 말이다. 그리고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과 같은 극우 정치인들이 청년 남성들의 불만의 원인을 호도하고 그 표를 얻어 보겠다면서 남녀공동복무제나 군 가산점제 재도입, 공무원 채용시 남녀 병역 의무화 등을 공약하며 이런 주장을 키웠다.

그런 점에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할 정부 부서의 수장으로 여성단체와 진보 정당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은 페미니스트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남성 차별 사례”를 찾겠다며 이런 반동적 쟁점을 끄집어 내는 것은 유감이다. 정부 출범 반년이 다 되도록 여성 차별 개선에서 이렇다 할 진전이나 비전이 없기에 더 그렇다.(관련 기사: ‘여성 차별 개선 않고 ‘남성 차별’ 대책 주문한 이재명 대통령’)

강제 징집 확대는 성평등과 관계 없다 ⓒ출처 국군 (플리커)

게다가 청년 남성들이 강제 징집으로 겪는 불이익과 고통은 새삼스레 발굴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즉각 개선이 필요하다.

청년 남성들은 한창 자기계발하고 취직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군대에서 허송세월을 해야 한다. 군대 내에서 겪는 신체적·정신적 고통도 크다. 상관 지시에 따라 안전 장비도 없이 수중 수색을 하다가 사망했음에도 그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 하던 채 해병 사건을 보라.

이런 청년 남성들의 군대 문제로 인한 고통을 완화하려면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남녀 간 “형평성”의 문제나 “남성 차별”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진정으로 필요한 개혁을 회피하고 그저 젠더 갈등이나 부추길 뿐이다. 득 보는 것은 극우와 지배계급일 뿐이다.

북유럽의 여성징병제 도입, 성평등의 반영?

그런데 여성징병제는 단지 일부 청년 남성들의 불만과 몇몇 극우 정치인에게서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기관 관리자들 일부도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감소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고, 그 한 대안으로 여성징병제도 고려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육군사관학교 연구진이 ‘지속가능한 병역제도 시행을 위한 여성징병제 도입가능성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여성징병제가 “성평등 실현과 병력 확보를 위한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페미니스트도 여성징병제를 성평등의 일환으로 여긴다. 〈여성신문〉에도 그런 사람들의 칼럼이 연재되고 있다.

그들은 북유럽 국가들인 노르웨이(2016년), 스웨덴(2018년), 덴마크(2025년)가 여성징병제를 시행한 것을 모범 사례로 삼는다. 며칠 전 스위스에서도 중도 성향의 시민단체가 “진정한 평등”을 위한다며 여성징병제를 국민투표에 부쳤다(84퍼센트 반대로 부결!).

여성의 사회적 참여 수준, 성별 임금 격차, 여성 지도층 비율 등 여러 지표에서 이들 나라가 한국보다 더 나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징병제 도입은 국민 다수에게 거부당하고 있다.

강제 징집 확대는 청년들의 자유와 자율을 더 많이 침해하는 것인 데다 사회 불평등과 억압도 더 강화한다. 더구나 강제 징집으로 겪는 고통과 불이익은 대체로 ‘빽’ 없고 가난한 청년들에게 훨씬 크다.

북유럽 국가들에서 여성징병제 도입 주장은 성평등의 진전이 아니라 제국주의간 갈등 속에서 군비 증강을 하는 흐름의 일부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국방 예산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병력을 확충하고 있다.

물론 군비 증강은 지정학적 갈등을 더욱 심화하고 전쟁 위험을 더 높이는 일이다.

또한 경제 위기 시기에 복지를 삭감하고 기후 위기 대처 등 꼭 필요한 투자를 줄인다. 노르웨이에서는 올해 생활비 급등과 불평등 심화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사회적 평등이 진전되긴커녕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군대의 본질

한국에서의 여성징병제 주장도 동아시아에서 점증하는 군사적 긴장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페미니즘은 군대를 계급 지배를 위한 무장기구라기보다는 ‘남성 권력의 보루’로 여긴다. 그런 사람들의 일부는 심지어 그 기구에 여성이 많이 참여하면 진보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국민의 군대,” “성평등 군대’ 등 뭐라 규정하든 군대의 본질적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군대는 다른 국가와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자국 지배계급의 이익을 지키거나, 국내의 아래로부터 저항을 막고 계급 지배를 유지하는 무력기구로, 자본주의 국가기구의 필수적 일부다. (자국이든 타국이든) 노동계급에게 총부리를 겨눠 지배계급의 이득을 관철하려면 군대는 철저한 상명하복으로 조직되고 내부 민주주의의 싹을 잘라야 한다.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 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는 임성근(전 해병대 1사단장, 채 해병에게 무리한 수색을 지시한 책임자로 현재 구속)의 말은 권력자들이 보통의 사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 준다.

그런 군대에 청년 남성도 모자라 청년 여성까지 끌려가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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