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평화이사회’, 가자 강탈 계획을 논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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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참관인 파견도 여기에 일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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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이사회’ 첫 회의부터 그 기구가 팔레스타인인의 민족 자결권을 부정하는 제국주의 기구임이 드러났다.
그 기구의 종신 의장 트럼프는 자신이 여덟 가지 분쟁을 끝냈다고 자랑하며 “이제 중동에 평화가 왔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곧바로 이란을 위협했다. “유의미한 합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다.”
트럼프는 “가자 전쟁은 끝났고 작은 불씨만 남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의 하루 전날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두 명을 살해했다. 지난해 10월 ‘휴전’ 이래 가자지구에서는 최소 600명이 살해됐다.
한편, 트럼프 측근들과 억만장자들로 이뤄진 ‘집행 이사회’의 임원들은 이번에도 가자 재건 계획을 절호의 부동산 투자 기회로 묘사했다.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가자의 “어마어마한” 경제적 잠재력을 언급했고, 이스라엘 기술 기업가 리란 탄크만은 “가자를 디지털로 세계와 연결하고 ⋯ 세금이 면제되는 개방된 시스템으로 전환”하자고 연설했다.
그러나 이들이 약속하는 번영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지우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가령, 탄크만은 구호 거점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불러 모아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되게 한 것으로 악명 높은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공동 창립자다. 이제 탄크만은 가자지구에 달러 연동 암호화폐를 도입하려 하고 있고, 이는 가자 주민들을 상대로 한 정밀한 금융 감시·통제 수단이 될 것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트럼프가 이룩한 ‘평화’에 관해 앞다퉈 찬사를 보냈지만, 정작 가자지구가 애초에 왜 잿더미가 됐는지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바로 이스라엘이 자행한 인종학살 전쟁이다.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을 지적한 튀르키예 등도 ‘두 국가’ 해법이라는 신기루에 지지를 표했을 뿐이다.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계획이 하마스 등의 무장 해제를 핵심으로 한다며,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초의 계획이라고 칭찬했다.
‘평화이사회’가 구성되기 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그 기구가 이스라엘의 정책과 “배치된다”고 하고, 튀르키예와 카타르의 관여에도 반대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트럼프와의 거래가 중동 내 패권 경쟁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평화이사회’에 합류했다.
팔레스타인인도 참여한다는 허울을 제공하는 기구인 가자 행정위원회(NCAG)의 의장 알리 샤아트 또한 가자의 네 가지 우선 과제 중 “치안 회복”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는 결국 하마스 무장 해제를 뜻한다.
그 작업은 국제안정화군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모로코, 카자흐스탄, 코소보, 알바니아가 그 군대에 병력을 보내고 요르단과 이집트가 경찰 병력을 훈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 군대는 이스라엘과 한통속이 돼 서방의 점령 군대 구실을 할 것이다. 미국은 가자 남부에 이들이 주둔할 대규모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요컨대, ‘평화이사회’의 계획 전반은 모두 하마스의 무장 해제에 달려 있다. 그러나 학살자들이 공격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왜 무기를 내려놓아야 하는가.
트럼프의 계획이 하마스 무장 해제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그래서 트럼프 측근들이 가자 재건을 막대한 투자 기회로 묘사하는 것과 달리, ‘평화이사회’에 합류한 국가들은 가자 개발 이익보다는 자국의 외교적·지정학적 필요에 따른 트럼프와의 거래를 위해 합류한 듯하다.
유럽연합은 그 기구에 합류하지 않았지만, 유럽집행위원회와 독일·이탈리아·그리스 등 12개국이 참관인을 파견했다. 그들은 ‘평화이사회’ 고위 대표와 회담할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도 ‘평화이사회’ 첫 회의에 참관인을 파견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트럼프에게서 ‘평화이사회’ 가입을 제안받고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첫 회의에 전직 이집트 대사를 참관인으로 파견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참관인 파견으로 줄타기를 하는 것은 ‘평화이사회’에 참여하는 미국의 중동 내 우방 국가들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중국·러시아의 불참도 의식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참관인 파견은 트럼프의 식민 통치 기구가 국제적으로 너른 지지를 받는다는 외양을 갖추는 데 일조했다. 주최측은 연단 뒤로 이사국·참관국을 가리지 않고 모든 참가국의 국기를 전시했다. 태극기를 포함해 말이다.
한국은 유럽 국가들처럼 정식 가입하지 않으면서도 ‘평화이사회’와 공조를 모색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한국이 “일본이 벌이는 가자 재건 모금 행사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평화이사회’ 참관인 파견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는 식민 지배와 인종청소 범죄에 깊숙이 동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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