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적나라한 가자 식민통치 기구 ‘평화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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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트럼프는 가자 ‘평화 구상’의 다음 단계를 추진할 ‘평화 이사회’를 출범시켰다.
애초부터 트럼프의 구상은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를 막기 위한 구상이 아니었다.
지난 10월 발효된 ‘휴전’은 충돌을 관리하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계속 보장하는 것에 불과했다. ‘휴전’ 발효 이래 올해 1월 22일까지, 이스라엘의 계속된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484명이 죽고 1,297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옐로 라인’ 너머에서 여전히 가자지구의 절반 이상을 점령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구호물자를 계속 통제하고 있고, 애초 합의된 구호 트럭의 40퍼센트만 진입이 허용됐다. 겨울이 되자 추위와 빈번한 홍수로 가자 주민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 상황을 평화의 진전이라고 자축하는 트럼프는 이제 가자지구 전후 통치 기구를 세우는 ‘휴전’ 2단계로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그 기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식민 통치 기구일 뿐이다. 트럼프를 종신 의장으로 하는 ‘평화 이사회’는 트럼프가 초청한 정부들의 지도자들로 구성된다. 이사국의 임기는 트럼프가 갱신해 줘야 하고, 10억 달러를 내면 영구 이사국이 될 수 있다.
그 아래에는 트럼프 측근들과 억만장자들로 이뤄진 ‘집행 이사회’가 있다.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 트럼프의 사위이자 아브라함(이브라힘) 협정의 설계자인 재러드 쿠슈너, 미국 자산 운용사 아폴로의 최고경영자이자 극렬 시온주의자인 마크 로완 등이 그들이다. 조지 W. 부시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을 도운 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그리고 그들의 통제하에서 팔레스타인인 관료들로 이뤄진 가자 행정위원회(NCAG)가 하위 파트너 노릇을 것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의 가자 계획을 마치 절호의 부동산 투자 기회처럼 소개했다. 늘 그렇듯, AI로 조잡하게 생성한 번화한 해양 도시 이미지가 시각 자료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존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존재를 부인하는 데 기초해 있고, 이스라엘은 마지못해 팔레스타인을 인정할 때도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철저히 종속되고 통제되는 한에서 그렇게 했다.
결국 트럼프의 가자 ‘재건’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모조리 쫓아낼 때에만 가능할 인종청소 계획이다.
그리고 그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모든 저항을 포기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하마스는 옳게도 아직 무기를 내려놓고 있지 않다.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는 하마스가 “앞으로 2~3일, 늦어도 2~3주 안에” 무기를 버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묵사발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하마스 궤멸’은 이스라엘이 지난 2년간의 야만적인 전쟁으로도 성취하지 못한 일이다.
결국 ‘평화 이사회’는 가자 재건은커녕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격을 보장하고, 거기에 따르는 부담을 참여국들에게 분담하는 기구가 될 것이다.(비록 ‘평화 이사회’의 감독하에서 하마스 무장 해제를 수행할 다국적 군대에 어느 나라가 참여할지는 현재 매우 불확실하지만 말이다.)
그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예, 카타르 등 중동의 역내 강국들은 그 기구에 동참해, 서로 치열한 역내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서 가자지구의 상황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다.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평화 이사회’가 유엔을 대체하려 한다며 동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트럼프가 기존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뒤흔드는 것에 반발하는 것일 뿐, 팔레스타인인의 자결권에는 관심이 없다. 애초 트럼프의 구상에 정당성을 부여해 준 것도 유엔이었다.
한편, 트럼프의 초청을 받은 이재명 정부는 ‘평화 이사회’ 결성을 환영하며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 우방국들을 제외하면 많은 주요 국가들이 그 기구에 불참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의 계획에 힘을 실어 주면 한국 자본가 계급에 득이 될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는 식민 지배와 인종청소에 더 깊숙이 동참하는 범죄적 행위가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연결만이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학살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