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서안 병합 계획: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개념 자체를 지우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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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병합해서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개념 자체를 묻어 버릴” 새 계획을 발표했다.
그 계획대로라면 서안지구에서 일부 구역에 대한 팔레스타인당국(PA)의 명목상의 통치권마저 사라지게 된다.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병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PA의 관할 구역 통치권을 빼앗고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촌을 건설할 권한을 극적으로 확대하는 새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땅을 강탈할 권한을 더 강화하는 이 정책이 언제부터 발효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 정책들을 실시하기 위한 모든 절차를 이미 마친 상태다.
극우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와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가 이 정책들을 추진했다.
스모트리치는 이 정책으로 “’에레츠 이스라엘[시온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이스라엘의 원래 영토]’의 전 지역에 우리가 더 깊게 뿌리내리고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개념 자체를 묻어 버릴 것”이라고 했다.
카츠는 이스라엘 내각이 “정착촌을 정부 정책의 핵심적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착자 식민 지배 정책은 언제나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핵심에 있었다.
새 정책은 이스라엘인들이 서안지구 내 A, B구역에서 땅을 차지하거나 정착촌을 건설할 수 없도록 하는 제약을 제거한다.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내 C구역을 온전히 자신의 통제 아래 둘 수 있었다. C구역은 서안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스라엘은 C구역에서 집중적으로 식민화를 진행해 왔다. 팔레스타인인 주택과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팔레스타인 땅 위에 새 정착촌을 건설해 왔다.
반면 A, B구역에서는 PA가 일부 통제력을 갖기로 돼 있다.
PA는 사기극이었던 1990년대 “평화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수립됐다. 현실에서 PA는 이스라엘 점령을 돕는 치안 부대 구실을 한다.
헤브론시(市)의 마사페르 야타에 사는 마흐무드는 본지에 이렇게 말했다.
“새 정책에 따르면 정착자들도 팔레스타인인들과 똑같이 땅을 살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정책은 서안지구 전역을 이스라엘 점령 아래 두겠다는 것입니다.”
마흐무드는 또한 PA가 “아무것도 통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슬로 협정 이래로 이어진 합의를 깨뜨리는 것이다.
예컨대, A구역에서 PA가 관할하는 가장 큰 지역인 헤브론에서 건축 허가를 발급하는 주체는 더 이상 PA가 아니게 된다.
그 대신 이스라엘군의 민간행정처(스모트리치가 운영한다)가 이 권한을 넘겨받는다. 사실상 이 지역을 이스라엘로 병합하는 것이다.
마흐무드는 이렇게 말했다.
“PA는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내줬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이런 움직임에 국제적으로 비난이 일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 8개국은 공동 성명서를 내어 이스라엘의 행보가 “불법적 병합이자 불법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종학살을 굳건하게 지원하는 영국조차 이스라엘의 이번 시도를 가리켜 “전혀 받아들일 수 없고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원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백악관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병합을 지지하지 않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서안지구가 안정되는 것이 이스라엘을 안전하게 해 주고, 중동 평화라는 현 정부의 목표에 부합한다.”
트럼프가 이런 비판을 내놓은 것은 부분적으로는 중동이 지금보다 더 불안정해지는 것을 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미국 제국주의는 서반구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혼란을 막고 싶어 한다. 예컨대, 트럼프가 바라는 대로 중동에서 동맹을 구축하려면 다른 아랍 국가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각국 아랍 지배계급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우군이 전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팔레스타인 독립이 중동 전역의 투쟁과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알고, 그래서 팔레스타인 독립 염원이 자기네 정권을 향한 분노와 결합될까 봐 두려워한다.
트럼프는 또한 그가 추진하는 가자 “평화 이사회”가 국제적 정당성의 외양이라도 갖도록 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다음 주 첫 회의를 여는 그 이사회는 가자지구의 땅을 제국주의적으로 강탈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그 이사회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권한을 모조리 박탈하고, 이윤을 좇는 서방 국가들에 가자지구를 개방하려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 방안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할 “현실적인” 경로라고 주장해 왔다. 결국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병합 계획에 반대함으로써, 실제로는 서방과 이스라엘의 통제력을 강화시킬 자신의 방안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강국들과 글로벌 강국들은 말로는 이스라엘을 비난할지언정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힌 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가자지구를 폭격하고, 서안지구에서 주택들을 파괴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도록 허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서안지구 병합 계획은 이스라엘의 지상 목표가 무엇인지를 혹독하게 상기시킨다. 바로 팔레스타인인들이 모두 사라진 팔레스타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