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노동자들의 과도한 요구”?
—
주식·코인이 노동보다 사회에 더 유익한가
〈노동자 연대〉 구독
노동절을 하루 앞둔 4월 3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동자들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요구를 해 우리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
상대적 고임금층인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수억 원 대의 성과급을 요구한 것에 평균적인 노동자들이 다소 거리감을 느끼는 점을 이용해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을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왜 “나만 살자”는 태도인가?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요구가 정말로 “과도”한가?
삼성전자 노조의 핵심 요구는 삼성전자 내 생산 부문별 영업이익의 15퍼센트를 해당 부문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라는 것이다. 올해는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이익이 압도적으로 큰데, 이 부문 노동자 수는 약 8만 명이다(전체 임직원 13만 명).
이를 두고 보수 언론은 하나 같이 노조가 45조 원(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 원의 15퍼센트)이나 요구하고 있고, 노동자 1인당 6억 원이나 챙겨 간다며 펄쩍 뛴다.
그런데 이토록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기업의 약 60퍼센트를 차지하는 구성원에게 15퍼센트 이익이 배분되는 것이 “과도”한 것일까?
언론은 노조 요구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재투자할 돈을 성과급 파티로 일시에 다 날려 버리는 듯 떠들지만, 삼성전자 경영진의 2026년 투자 목표치가 110조 원이므로, 노조 성과급 배분이 재투자를 막는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가 적자로 2년이나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때에도 주주배당을 실시할 때 이 언론들이 주주들의 탐욕, 배당 잔치 운운하며 비난한 적은 없다.
사용자와 관리자들은 이미 성과급 잔치를 벌여 왔다. 2025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 이원진은 상여로 37억 5,800만 원, DS 부문 부회장 전영현은 36억 원, DX(가전, 휴대폰 등) 부문장 대표 노태문도 급여와 상여를 합쳐 61억 원을 받았다. 이 세 명이 삼성전자 노동자 수십 명분의 임금과 수백 명분의 상여를 챙겨도 비난은 없다.
또한 이재용은 자신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으로 배당만 수천억 원을 챙겨 간다.
이런 이익 배분은 탐욕이 아니고 경제 침체와 고용 불안의 시대에 받을 수 있을 때 얼마라도 더 받으려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과도한 탐욕이라는 말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부익부 빈익빈’을 왜 비판했는가?
성과급
노동자들이 사용자에 맞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행동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위선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밥그릇을 챙기지 않는 사람이나 집단이 누가 있는가? 상인들이 흥정할 때도, 사용자 측이 고용계약서를 쓸 때도, 원청과 하청이 계약을 맺을 때도 모두 그렇다.
더구나 노동자들이 기업 이윤을 두고 사용자와 협상하거나 쟁의를 벌이는 것은 자본주의 법으로도 보장된 권리다.
근본적으로 카를 마르크스가 분석하길, 애초 이윤은 사용자가 노동의 대가를 전부 지불하지 않은 결과다. 마르크스는 이를 착취라고 불렀다. 노동자가 착취받은 이윤 중 자기 몫을 늘리라는 것을 두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하청업체, 사내 비정규직” 운운하며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것(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박용진)도 천박한 위선이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자기 몫을 포기한다고 해서 사용자들이 그 몫을 하청업체와 사내 비정규직에게 줄 리 만무하다.
과거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노동자들이 차등 성과상여금 배분에 반대하며 성과급을 모아 동등하게 나눈 것을 정부는 처벌했다.
협력·하청 기업 노동자들과 삼성전자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역대 최대 수익을 이용해 임금을 인상하려면 그들도 똑같이 사용자에 맞서 싸워야 한다.
SK하이닉스의 상대적 고액 성과급 지급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했는데, 삼성전자 임금 투쟁이 본격화하자, 이번엔 SK하이닉스 하청 노동자들도 성과 배분을 요구하며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그리고 삼성전자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삼성전자 투쟁이 이기는 것이 도움이 될까? 주저앉는 게 도움이 될까?
이처럼 삼성전자 투쟁은 하청 업체 노동자들에게 방해가 아니라 도움이 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사실상 ‘주식해서 부자 돼라’고 기대감을 부풀려 왔다. 그러나 ‘노동’으로 부자 되라고는 하지 않는다(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산재 위험을 안고 1년 내내 근면하게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는 걸 누구나 안다.
따라서 주식·배당·코인·경영진 보수는 능력과 시장의 보상으로 미화되는 사회에서, 주식시장 동향을 살뜰히 챙기는 정부의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과도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 바로 그런 질서의 편에 서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정부는 노동자들보다 시장과 자산 소득가들을 더 중시한다.
이런 관찰은 근거가 없지 않다. 대통령 측근인 김남국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 수십억 원대 코인 투기 의혹을 받았다. 또한 ‘가상자산 과세 유예법’ 발의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자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그를 대통령 비서실에 앉혔다. 김남국은 그 와중에도 제 버릇 못 버리고 인사 청탁 논란으로 또 물러났다. 민주당은 그런 자를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전통적인 우세 지역구에 공천했다.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었다.
도대체 누가 “과도”한가?
사용자 편드는 정부, 노동자들에게 연대는 사활적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튿날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말이 구설에 올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조합원 커뮤니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비판이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것이 영업이익 30퍼센트를 요구한 LG유플러스 노조를 향한 발언이라고 답했다.
그 전날 삼성전자 노조는 산업부 장관의 비난은 정면 반박했지만, 같은 논리를 대통령이 하자 정면 반박을 못하고, 비난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린 것이다.
이런 회피에 LG유플러스 노조가 항의했다. 친사용자 언론은 ‘이간질’ 책략이 통했다며 내심 기뻐하고 ‘노노갈등’을 떠들썩하게 보도했다. 최 위원장은 다음 날 공식적으로 LG유플러스 노조 측에 사과했다.
이 일은 정부가 사용자 편에서 노동자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것에 정면 대응하길 피하는 것이 노동자들을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정부와 국가, 사용자가 협력해 공세를 펼 때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면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떨어져 순식간에 불리한 형국에 놓일 수 있다.
이럴 때 실용주의적으로 회피하면 스스로 불리한 상황을 자초하고는 더 자기제한적으로 행동하기 쉽다. 정의당은 옳게도 노동자들에게 투쟁할 권리가 있다고 했지만, 파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지 대신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사회적 환원”을 제안했다. 이는 결국 노동자들도 양보하라는 어정쩡한 결론으로 나아가기 십상이다.
이런 공격을 받을 때, 가장 효과적이고 필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연대다. 삼성전자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늘어나야 한다. 삼성전자 노동자들 스스로도 부문 간 벽을 넘어 단결할 수 있도록 요구와 투쟁을 계획해야 한다.
물가 폭등 속에 임금 인상을 간절히 바라는 노동자가 넘쳐난다. 삼성전자 노동자가 SK하이닉스 노동자의 성과급을 보며 투쟁에 나섰듯, 다른 노동자들도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며 자신감과 사기가 고무되길 바라야 한다.
모든 노동자가 더 많은 임금과 조건 개선을 위해 싸울 수 있고 그렇게 하기를 지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누구나 한마디씩 거드는 ‘과도한’ 요구 프레임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