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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내란 청산과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삼성전자 노동자 임금 인상 투쟁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

4월 23일 삼성전자 노동자 4만 명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집회를 열었다. 이날 단 하루 집회만으로 삼성의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량이 58퍼센트 감소했고,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도 18퍼센트가 줄었다.

노동자들이 세계적 대기업의 이윤을 마비시킬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5월 21일 ~ 6월 7일 18일 간 파업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친사용자 언론들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국가 경제를 뒤흔들려 한다며 온갖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심지어 4월 28일에는 “실용주의” 이재명 정부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나서 “삼성전자의 이익이 노사만의 몫[이 아니]”라며 사실상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경영진이 막대한 성과급을 챙겨갈 때는 아무 말 않더니 노동자들의 요구는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진보 계열 내에서도 적잖은 사람들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성과급 인상 요구를 지지하지 않는다. 고액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삼성 노동자들에게 적잖은 노동자들이 느끼는 거리감과 관련 있을 것이다.

성과급 인상 요구가 노동자들 간의 임금 격차를 키울 뿐이라거나, 협소한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조합주의,” “경제주의”라는 비난도 있다.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초과이윤”을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이 아니라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주의”나 “경제주의’라는 용어는 노동자 투쟁이 계급 일반으로 확산·보편화되기를 바라는 혁명적 또는 적어도 급진적 좌파가 사용하던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맥락은 개혁주의자들과 심지어 보수 우파가 호황 업종의 노동자 투쟁을 비방하기 위한 말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 귀족”?

많은 노동자들이 느낄 거리감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이 다른 부문 노동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불균등하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추세는 비슷한 경향이 있다. 임금 수준이 우선적으로 경기 변동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성과급으로 임금이 크게 인상된다 해서 노동자에서 계급 상승하는 건 아니다 ⓒ조승진

노동자 간 불균등성을 극복하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은 투쟁의 일반화(보편화)다. 호황일 때는 기업들도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올리는 것에 따른 부담이 적다. 이런 때는 투쟁의 일반화도 쉽고 사용자들도 빨리 양보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후반 노동자 대투쟁기를 거치며 평균 임금이 대폭 오르고, 임금 균등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불황이 길어지는 때는 다르다. 고용 자체도 불안정해져 계급간 힘 관계도 노동자들에게 불리해지고, 사용자들도 쉽게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투쟁과 연대가 가장 중요해진다.

일반적으로, 더 유리한 조건의 노동자들이 임금과 조건을 상향시키면, 그것이 나머지 노동자들의 개선 기준점이 된다. 노동자들이 자신감 있을 때는 이 과정이 임금 격차가 좁혀지고 전반적으로 조건이 상향하는 패턴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 투쟁도 SK 노동자들의 임금 대폭 인상(성과급도 임금이다)으로 자극 받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웬만한 임금 인상을 이뤄 내면, 실질임금 하락 고통을 겪는 다른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진정한 쟁점은 연대와 투쟁의 보편화인 것이다.

최근 친사용자 언론들이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우려하는 점도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이 투쟁이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자극한다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지금 실적이 좋은 현대자동차의 노조도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순이익의 30퍼센트). 조선업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노동자들과 같은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업주들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대시하는 것은 이처럼 투쟁이 일반화(계급투쟁화)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문 노동자들이 받는 수억 원의 성과급 규모에 다른 노동자들이 위화감을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자. 순익 300조 원이 예상되는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임금을 충분히 인상케 할 수 없다면, 그렇지 못한 나머지 기업들에서 임금 인상은 더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투쟁의 일반화

한편 삼성전자 노동자들에게 왜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지 않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요즘 ‘베테랑’ 노조들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 이제 막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하기 시작한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비판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런 비판을 앞세워 파업 지지를 꺼려선 안 된다. 노동자들이 받는 착취에 맞서는 데서, 지지받을 만한 다른 명분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노동자들도 착취받는 노동자다. 그들이 고도의 생산 수단 아래서 더 많은 이윤을 생산해 내고 있을 뿐이다.(생산성의 핵심은 테크놀로지다.)

4월 23일 삼성전자 투쟁 집회에 나온 여러 노동자들은 회사 측의 “노동자 무시”가 노조에 가입한 배경이라고 했다. 회사가 적자일 때 노동자 성과급은 대폭 삭감하면서도, 경영진은 수천억 원을 성과급으로 가져가고 주주에게는 많은 배당을 했다. 그런데 역대급 호실적이 나자, 노동자에게 성과급 상한제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계급 불평등에 대한 자각이 자력 조직화와 행동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출발점이다. 바로 이런 투쟁 과정에서, 의식(연대의식도 그 일부)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 노동운동과 좌파는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오히려 바라야 한다.

1990년대 초중반 대기업 중심지인 울산의 대공장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져 보수화 했다는 주장이 등장했지만, 1996년 말 ~1997년 초까지 노동법·안기부법 개악에 맞서 진행된 총파업에 완성차 부문 노동자들이 앞장서면서 그런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역사적으로도 소위 “노동 귀족”이라고 불렸던 노동자들이 착취와 억압에 맞서 싸우며 계급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 바 있다.

20세기 초 유럽에서도 금속산업 대공장 노동자들은 “노동귀족”으로 비난받곤 했다. 그러나 1917년 러시아에서, 1918년 독일에서 이 노동자들이 혁명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조직 노동자들과 병사들의 반란을 이 잘 조직된 노동계급이 이어받은 것이다.

노동운동은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게 아니라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이 투쟁을 계기로 더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자신감을 북돋는 데 힘써야 한다. 그럴 때 생계비 위기에 맞선 전체 노동자 투쟁도 전진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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