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자 집회 4만 명 참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
〈노동자 연대〉 구독
4월 23일(목) 오후 2시 삼성전자 평택 공장 앞 왕복 8차선 도로는 4만여 명의 노동자들로 가득 찼다.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12만 8,000명)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로, 삼성전자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노동자 집회가 열린 것이다.
당일 오전부터 평택 공장 인근은 노조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로 북적거렸다. 20~30대 젊은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중년 노동자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많은 수가 모인 데에 고무돼 있었다. “너도 나왔냐”며 서로 반가워했고, “[성과급]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 폐지 실현하자” 손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 노동자들도 여럿 있었다.
지난해 9월 조합원 수가 6,000명이던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반 년 만에 12배 이상 성장해 조합원 수가 7만 5,000명이 됐다. 전국삼성전자노조를 합하면 전체 조합원 수는 9만이 넘는데,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는 80퍼센트가 노조에 가입했다.
노동자들은 회사 측의 “노동자 무시” 때문에 노조에 많이 가입한다고 한목소리로 본지에 토로했다.
평택 공장에서 설비 엔지니어로 일하는 어느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영진들이 직원들을 홀대하고 직원들 대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입니다. 적자 때는 경영진들이 잘못해 놓고는 직원들 탓을 하고, 경영진은 적자 때도 몇천억 원씩 보너스를 가져갔어요.
“게다가 최근에는 사측이 노조 위원장 등을 사찰한 내용도 알려졌어요. 여전히 노조를 감시하고 탄압하려는 거죠.”
화성 공장에서 시스템 LSI 연구·개발을 하는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가 언론 플레이 하는 것만 시민들이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선 요구하는 건 성과급 계산 방식을 투명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보상이 적습니다.
“우리는 대화를 원했지만, 회사가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모두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5월에 파업을 할 겁니다.”
또 다른 화성 공장 노동자는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부 집회 참석하자는 분위기였습니다. 원래 우리 부서는 이런 일에 잘 안 나섰었는데요. 이번에는 다릅니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젊은 노동자들이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분위기입니다.”
환호와 박수
집회는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시작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지부장의 발언에 호응이 컸다.
“반도체 세계 1위를 만들고, 생산하고, 공정을 개선하고, 밤을 새워 수율을 높인 것은 경영진이 아닙니다.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조합원 여러분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헌신하는 조합원을 단순히 숫자로 취급합니다.
“우리도 숫자로 얘기하겠습니다. 올해 영업 이익이 300조 원 이상으로 하루 약 1조 원입니다. 파업 기간인 18일을 멈추면 18조 원에 가까운 공백이 생깁니다. 이것이 숫자로 보일 수 있는 우리의 가치입니다. 경영진이 그토록 믿는 숫자가 우리의 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 줘야 합니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우하경 위원장 직무대행도 이렇게 발언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성과 도대체 누가 가져가고 있습니까? 이재용 회장의 주식은 수십조 원 폭등했고, 경영진은 수십억 원 보너스와 자사주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밤낮없이 일한 우리 노동자들에겐 사측의 기만적인 제시안뿐이었습니다.
“삼성의 성과 뒤에서, 위험한 환경 속에서 건강을 위협받으며 일한 대가가 결국 이런 차별입니까? 기술 경쟁력은 기계가 아니라 바로 우리 노동자가 만듭니다.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헌신해 온 노동자들에게 투명한 보상 체계 제도화는 정당한 요구입니다.”
노조는 이후 계획으로 조합비를 급여에서 공제하기 위한 조합원 투표를 4월 30일까지 1주일 간 진행하고,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 기업에서 부를 생산해 온 노동자들이 조직화되고, 투쟁에 나서는 것은 한국 노동운동에 중요한 전진을 알리는 일이다. 보수 언론들은 노동자 투쟁에 온갖 비난을 쏟아붓고 있지만, 이는 이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진했을 경우 전체 노동운동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이다.
기지개를 켜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이 전진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