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레바논인이 말한다:
“항전과 단결 때문에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차질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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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이란과의 협상에서 씨름하는 동안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가옥을 수백 채씩 파괴하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등 주요 지역을 대대적으로 폭격하고 있다.
재한 레바논인 기와 씨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의 사회 기반 시설을 파괴할 뿐 아니라 화학 무기를 동원해 모든 생명, 심지어 미생물까지도 말살하려 들고 있다”고 규탄했다.
지난가을 한국에 온 기와 씨는 이스라엘이 봉쇄된 가자지구를 공격한 2009년에 고등학생으로서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처음 접한 이래, 레바논과 영국 등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해 왔다. 그녀는 오는 5월 17일(일)에 상경해 ‘나크바 78년 집중 행동의 날’ 집회(‘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에 참가할 계획이다.
“이번에 이스라엘의 전략은 ‘전투원’을 조준한다며 그 전까지 안전하다 여겨지던 [그래서 레바논 남부 사람들이 피란해 있던] 동네·도시도 공격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그런 공격으로 기와 씨는 가장 친한 벗이자 친척인 가디르 씨를 잃었다. “가디르는 변호사이자, 레바논·팔레스타인 전쟁 피란민들을 지원하는 활동가였습니다. 그녀는 목숨을 잃기 직전까지도 피란민들을 위한 의약품을 마련하는 일에 열성을 다했습니다.”
기와 씨는 이 공격에 “피란민은 모두 잠재적 위협이라는 생각을 조장해 레바논 사회에 균열을 일으키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인은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거의 반반인데, 이런 사회적 구성이 정치 기구에도 반영돼 의회 의석도 종교·종단에 따라 배분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레바논 사회는 특히 전쟁 중처럼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균열이 생기기 쉬운데, 이스라엘은 바로 이 균열을 더 키우려는 것입니다.”
기와 씨는 레바논 사회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타격을 입었을지언정 무너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도 다양한 연령·출신·종교의 자원 활동가들이 계속 힘을 합쳐 기금을 모으고 피란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 정부보다 훨씬 훌륭하게 그런 일을 해내고 있어요. 조직화된 엔지오가 아닌 자원 활동가들인데도요.
“제 여동생 라하프도 친구들과 자활 단체를 결성해 난민을 지원하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항의하고 있어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레바논 사회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저희 세대는 이스라엘이 획책하는 내분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기와 씨는 현 정부가 이스라엘과 평화 협상을 추진하려는 것에 상당수 레바논인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레바논 사람들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 국가[이스라엘]와 손을 맞잡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차질
기와 씨는 이스라엘이 트럼프의 이란 전쟁을 기회 삼아 “오랫동안 떠들던 ‘대(大)이스라엘’ 계획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이란이 광신에 기반한 종교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정작 그들 자신이 ‘약속의 땅’ 운운하며 팔레스타인 점령과 레바논 침공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저는 ‘이스라엘 비판이 곧 유대인 혐오’라는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짚고 싶습니다. 저희 레바논 사람들은 유대교와 시온주의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압니다. 문제는 종교가 아니라 극단적 팽창주의입니다.”
이어서 기와 씨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이미 차질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레바논 언론 보도와 많은 군사 분석가들이 밝히듯, 특히 지난 2~3주간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에서 드론으로 이스라엘군 기지와 탱크를 공격해 매일같이 사상자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이스라엘 언론조차 이스라엘이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도합니다. 이런 상황이 이스라엘에 철군 압력이 되면 좋겠습니다.”
기와 씨는 팔레스타인·레바논 바깥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할 일이 있다고 역설했다. “세계가 이스라엘에 충분히 맞섰더라면, 저는 제 가장 친한 친구 가디르와 지금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웃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말입니다.”
기와 씨는 자신이 “동정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 팔레스타인인·레바논인들은 긍지가 있고, 수천 년에 이르는 역사적 유산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희는 누군가 우리를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함께 목소리를 내자고 동참을 호소하는 것입니다.”
“정치권이 우리의 목소리를 억압할 때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권력과 돈이 인류애를 짓밟을 때 우리가 다시 인류애를 믿을 수 있도록 연대해 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 오기 전 영국에 거주할 때도, 2023년 10월 7일 이후 대규모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동안 런던 시위 대부분에 참가했습니다. 그 이후로 계속 팔레스타인 상황을 세상에 알리려 노력해 왔습니다.
“식민 지배를 한 역사가 없고 식민 점령의 고통을 겪은 역사가 있는 한국인들도 일요일 집회에 참가해 땅과 삶과 꿈을 되찾기 위한 우리의 외침을 함께 외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