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의 진짜 쟁점은 국가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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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 모두 신뢰하기 어렵고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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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검찰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찰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어느 한 기관의 권한 독점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와 민주적 통제다.
경찰과 검찰은 서로 다른 조직이지만, 둘 다 자본주의 국가기구의 일부다. 따라서 어느 한쪽을 정의의 구현체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그러나 국가기구가 하나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권한과 이해관계가 다른 기관들이 서로 경쟁하고 견제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감춰질 뻔한 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장윤기 사건은 바로 그런 사례다.
장윤기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단순 살인사건으로 마무리됐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검찰 보완수사권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사건이 경찰은 부패한 반면 검찰은 정의롭다는 함의를 지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도 오랫동안 권력을 남용하고 정의를 훼손해 온 국가기관이다. 검찰은 권력형 비리나 고위층 범죄에서 거듭 부실수사와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서는 여러 차례 무혐의 처분과 부실수사가 사회적 공분을 샀고, 결국 재수사와 진상조사가 이뤄졌다.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 간첩조작 사건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출입국 기록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의 신뢰가 또다시 크게 훼손됐다.
노동자 투쟁과 집회에 대해 업무방해죄와 집시법 등을 적극 적용하며 공권력을 앞세워 탄압해 왔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사례들은 검찰도 결코 보통 사람들 편에 선 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구체적인 사건에서 검찰이 한 역할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장윤기 사건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이번에는 경찰이 성폭력 살인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고,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이를 드러냈다.
불편하더라도 사실은 사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느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권한을 대폭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서는, 검찰개혁을 위해 보완수사권 폐지는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둘 다 문제의 핵심을 비켜 가는 것이다. 장윤기 사건이 보여 준 것은 검찰이 훌륭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실상 경찰에 수사권을 독점시키는 것 역시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
국가기관은 어느 하나도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는다. 경찰은 조직을 보호하려 하고, 검찰 역시 조직을 보호하려 한다. 경찰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 왔고,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권한이 집중될수록 권한 남용의 위험도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보완수사는 경찰의 판단과 증거 확보를 다시 검증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이런 최소한의 장치마저 사라진다면 경찰의 초동수사에서 발생한 은폐 혐의를 바로잡을 제도적 수단은 더욱 약해질 수 있다.
물론 보완수사권이 언제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이용해 사건 처리를 늦추거나, 수사의 방향을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바꾸거나, 특정 사건을 과도하게 확대 또는 축소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정치적 수사, 권력 비호 수사라는 비판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따라서 보완수사권의 존재 자체를 찬성한다고 해서 검찰 권한의 재강화를 지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경찰에 독점시키는 것도 위험하고, 검찰에 독점시키는 것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민주적 통제다.
수사기관끼리의 견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이고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누구나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노동자 등 보통 사람들의 조직된 힘이 국가기관의 폐쇄성과 권한 남용을 끊임없이 견제해야 한다.
장윤기 사건은 검찰을 신뢰하라고 말하는 사건이 아니다. 동시에 경찰에 수사권을 독점시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보여 준 사건이다. 검찰도 믿을 수 없고 경찰도 믿을 수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 장치나마 섣불리 없애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국가권력은 민주적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