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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사건
경찰은 왜 그토록 부패했는가

장윤기 사건을 보면 “경찰이 어떻게 이 정도까지 썩을 수 있나” 하는 분노가 드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경찰관 개개인이 모두 부패했다고 일반화하기보다는, 경찰 조직이 부패와 은폐를 낳고 보호하기 쉬운 구조를 지녔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장윤기 사건에서 특히 충격적인 것은 단순한 무능이나 실수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황이 겹쳐 있다는 점이다.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증거들이 확보되지 않거나 사라지고, 수사 정보가 피의자의 경찰 간부 아버지에게 전달됐다는 혐의가 제기됐다. 이제는 현장 수사팀뿐 아니라 경찰서 지휘부가 강간살인 혐의 적용을 막았는지도 수사 대상이 됐다. 아직 윗선 개입이 법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두 사람의 사소한 착오로 치부할 단계는 지났다.

제 식구 감싸기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첫째, 경찰 조직은 강한 동료 의식과 상명하복 문화로 묶여 있다. 경찰 업무는 동료의 협조와 보호에 크게 의존한다. 위험한 현장에서 서로를 믿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지만, 이것이 변질되면 “우리 식구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폐쇄적 연대가 된다. 특히 피의자나 그 가족이 현직 또는 전직 경찰이면, 개인적 친분이 없어도 같은 조직 사람이라는 이유로 정보와 편의를 제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장윤기의 아버지가 해당 경찰서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일부 경찰이 그를 선배로 대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돈을 주고받는 고전적 뇌물 부패라기보다 조직 인맥을 이용한 특혜와 은폐에 해당한다. 이런 종류의 부패는 당사자들이 그것을 부패라고조차 인식하지 않고 “선배를 돕는 것”, “동료의 사정을 봐주는 것”으로 합리화하기 쉽다.

둘째, 내부 감찰이 독립적이지 않다. 경찰의 잘못을 경찰이 조사하고, 같은 지방경찰청이나 같은 계통의 부서가 감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다른 경찰 사건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수사관과 감찰 담당 부서가 같은 경찰청 수사 계통에 속해 “제 식구 감싸기” 우려가 제기됐다.

내부비리 신고센터나 시민감찰위원회 같은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신고자는 이후의 인사·근무 관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 내부에서 상관이나 동료의 비위를 폭로하는 것은 일자리를 걸어야 하는 일이 되기 쉽다. 결국 공식적인 감찰 장치가 있어도, 조직 전체가 사건을 축소하려 하면 초기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 경찰 자체 연구도 오래전부터 사후 적발 중심의 감찰에서 독립적이고 예방적인 상시 감사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셋째, 권한은 큰데 외부 통제는 약하다. 경찰은 현장 통제, 체포, 압수수색 신청, 피의자 조사, 증거 수집, 혐의 판단, 송치 여부 등에 막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일반 민간인에게는 경찰이 작성하는 최초 수사기록이 사실상 사건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한다.

문제는 수사 초기 경찰이 증거를 압수하지 않거나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외부 기관이 나중에 그것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같은 차량과 주거지를 다시 조사하면서 경찰이 확보하지 않은 자료를 찾아냈기 때문에 문제가 드러난 특수한 사례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단순 살인 사건으로 굳어졌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곧바로 “그러므로 검찰에 강력한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결론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검찰 역시 폐쇄적 관료 조직이고 수많은 봐주기 수사와 정치적 수사를 벌여 왔다. 핵심은 경찰과 검찰 중 어느 한 기관이 선하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특히 강제력을 행사하는 기관이라면 더욱더)을 다른 국가기관과 시민사회가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경찰 조직은 진실보다 조직의 평판과 지휘 책임을 먼저 보호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건 초기에 경찰의 잘못을 인정하면 수사팀장, 형사과장, 경찰서장, 지방청 지휘부까지 책임 문제가 번질 수 있다. 그래서 초기에 작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덮다가, 은폐를 유지하기 위해 더 큰 조작과 누락이 이어질 수 있다. 이를테면 처음에 케이블타이를 압수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고 해도, 그 사실을 솔직히 기록하고 즉시 보완했다면 사건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채증영상이나 수사보고서까지 삭제·누락하려 했다면, 그때부터 목적은 수사가 아니라 경찰 자신의 책임을 피하는 것이 된다. 조직의 체면을 지키려는 행동이 결국 범죄 피의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두 번 짓밟는 결과를 낳는다.

다섯째, 경찰은 시민을 보호하는 기관이라는 성격보다는, 국가권력과 지배계급의 이익을 지키는 기관이라는 성격이 훨씬 크다. 경찰은 단순한 공공 서비스 기관이 아니다. 경찰은 기존 소유와 질서를 강제력으로 유지하는 국가기구의 일부다. 노동자 파업, 철거 저항, 집회에서는 시민에게 매우 공격적인 경찰이 대기업, 고위관료, 조직 내부 사람에게는 유독 관대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이는 경찰이 살인 용의자를 잡는 등 필요한 일을 한다는 사실과 모순되지 않는다. 국가기관은 기본적 치안 기능도 수행한다. 그러나 경찰의 궁극적 우선순위는 보통 사람들의 안전과 정의보다는 국가의 권위, 조직의 안정, 지휘 체계와 기존 질서의 유지에 놓여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자인 평범한 여고생과 동남아시아 국적 여성의 권리보다 경찰 간부 아버지와 경찰 조직의 이해관계가 앞섰다면, 그것은 몇몇 악질 경찰관만의 도덕적 타락으로 설명할 수 없다. 권력과 인맥을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국가기관의 구조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여섯째, 성폭력에 대한 경찰의 낮은 인식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훼손된 리얼돌, 결박용으로 의심되는 케이블타이, 앞선 성폭행 정황 등을 각각 “직접 관련이 없다”고 떼어 놓으면 성범죄 목적을 놓치기 쉽다. 피해 여성을 납치·통제하려 한 전체 행동 양식을 보지 않고, 살인이 일어난 순간만 좁게 보면 우발적 살인처럼 처리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수사기술 부족 문제가 아니다.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과 통제 욕망을 사소한 사생활이나 기이한 취향 정도로 취급하는 조직문화와도 관련될 수 있다. 특히 앞서 피해를 입은 동남아시아 국적 여성의 신고나 피해가 처음부터 충분히 중시됐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 여성은 성·인종·계급 삼중의 차별을 받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나쁜 경찰 몇 명을 엄벌하라”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수사팀장과 지휘부의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

제도적 변화

경찰 비위는 경찰 지휘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 수사해야 한다.

수사 과정의 압수·미압수 판단과 증거 목록, 현장 채증자료를 자동 보존하고 사후 삭제가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경찰관이나 그 가족이 관련된 사건은 처음부터 다른 지역청이나 독립 수사기관으로 넘겨야 한다.

내부 고발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피해자와 유족이 수사기록 누락과 증거 미확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경찰권 확대에 상응하는 외부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장윤기 사건에서 가장 끔찍한 점은 경찰이 단지 범행을 관대하게 처리할 뻔했다는 것이 아니다. 경찰 내부의 연줄이 있다면 흉악 범죄의 죄질까지 축소되고, 결정적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신을 낳았다는 점이다.

이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것을 일부 개인들의 비리가 아니라 국가기관이 성폭행 목적 계획 살인 피의자를 비호한 중대한 권력형 범죄라고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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