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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최일붕 글 모음 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임신중지약, 정부가 책임지고 지체 없이 도입하라
‘실용’의 이름으로 여성의 권리가 삭감돼선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약 도입을 위한 실용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대체 입법이 장기간 지체되는 상황에서, 법 개정 없이도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여성들의 고통을 덜어 보자는 취지다.

임신중지약 도입은 여성운동의 오랜 요구로, 진작 이뤄졌어야 하는 과제다. 그것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였고, 정부 허가만으로 당장 가능하다.

그럼에도 그간 도입이 지체돼,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은 비싼 비용을 치르며 해외 직구로 구입하거나, 가짜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임신중지 실패나 심각한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책임이다.

반낙태 우파들은 임신중지약이 여성의 건강을 해친다며 결사 반대하지만, 이는 임신중지 권리를 어떻게든 막고자 내세우는 위선에 불과하다.

임신중지약(미프진)은 임신 초기 여성들이 스스로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임신중지약의 안전성과 효과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이 약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대만, 일본 등 100여 개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임신중지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한국에서만 이 약이 허가되지 않고 있다.

줄타기

이재명도 현재의 후진적이고 불합리한 상태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여기는 듯하다. 지지율 하락 위기에는 성평등 개혁에 실질적 진전이 없다는 지지층의 불만도 영향을 끼쳤다고 의식했을 법하다.

문제는, 지금껏 이재명식 실용주의가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필요와 염원에 충실하기보다는 기성 체제의 보수적 이해관계를 크게 건드리지 않는 한계 내에서 절충하는 식으로 줄타기해 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착취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거의 없었다.(관련 기사: ‘이재명 정부 1년 ─ 모자라고 보수적인 정치적 실용주의’)

이재명은 임신중지약을 신속히 도입하자면서도, 벌써부터 “봉합”을 말한다(“어정쩡한 봉합이라도 방치보다 낫다”). 이는 반낙태 세력, 산부인과의사회 등의 반발을 염두에 두면서 타협의 여지를 저울질하려는 것일 수 있다.

이재명은 “의료진의 재량에 맡기자”라고도 했다. 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처는 내놓지 않은 채 의사들에게 공을 떠넘긴 것이다. 이는 산부인과의사회의 즉각적 반발을 불렀다. 물론 산부인과의사회가 ‘입법 우선’을 내세우거나 약 처방의 장벽을 높이는 조처를 요구하는 것은 지지할 수 없다.

앞서 살펴봤듯이, 임신중지약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고, 처방과 투약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도 존재한다. 이재명 정부는 다른 데로 공을 떠넘길 게 아니라 즉시 약을 허가하고 검증된 국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약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접근을 어렵게 하는 장벽은 없어야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하는 국제 가이드라인은 임신중지약에 대한 경제적·의료적·사회적 접근 장벽을 둬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임신중지약에 의료보험을 적용해 여성들이 비용 걱정 없이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만 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이는 특히 노동자 등 서민층, 청소년 여성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필요한 진찰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 병원 방문이 순전히 형식적인 절차처럼 돼서는 안 되고, 불필요한 검사를 의무화해서도 안 된다. 예컨대 사전 또는 사후 초음파 검사를 의무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약 처방의 문턱을 높여 접근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들에서는 병원 1회 방문 또는 원격 처방만으로도 약 복용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코로나 시기에 원격 처방이 늘어났는데, 이는 병원을 직접 방문해 초음파 검사를 받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문진만으로 안전한 처방과 투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줬다.

특정 전문의로 처방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 오랜 저출산 현상으로 산부인과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산부인과에서만 처방이 가능하도록 하면, 적지 않은 여성들(특히 지방에 거주하는)이 가까운 산부인과 병원을 찾지 못해 투약이 지체될 수 있다.

여성들이 임신중지약을 선호하는 이유는 임신 초기에 수술적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편안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앞서 말한 제약 조건들은 이런 이점을 무력화시켜 임신중지약에 대한 여성의 접근 권리를 침해한다.

반낙태 세력과 의사들의 반발을 달래고 갈등을 봉합한다는 명분으로 임신중지약에 대한 여성의 접근권이 타협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임신중지 합법화하라

임신중지에 대한 법적 공백 상태 또한 방치돼서는 안 된다. 임신중지약 도입뿐 아니라,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그간 정부는 대체 입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다며 임신중지 합법화 추진 책임을 회피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여당이고 국회 다수당인데 누구를 탓하나.

이와 관련해서도 허용 가능한 주수나 사유 등 각종 제약 조건을 달아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희생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낙태죄를 존치하고 기간과 사유에 제한을 둔 법안을 추진하려다 여성들의 커다란 반발을 샀던 일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저지른 수많은 개혁 염원 배신의 주요 사례 하나였다.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가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만들자. 그러려면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필요하다. 온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위해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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