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노동당 새 총리 앤디 버넘, 그럴싸한 말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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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거리고 거짓말을 일삼던 키어 스타머가 영국 총리직에서 물러나니 속이 시원하다. 하지만 새 총리 앤디 버넘은 조금이라도 더 나을까?
버넘은 분명 스타머보다 노련한 정치인이다.(이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버넘이 2017년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 맨체스터 시장이 된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다.
그 덕에 버넘은, 제러미 코빈 지도부를 무너뜨리고 스타머 지도부를 세운 치열한 당내 쟁투와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버넘은 지난주 금요일 노동당 특별 당대회 연설에서 “계파 싸움”을 거듭 비판했다. 비록 버넘이 계파 싸움을 할 줄 몰랐다면 그 자리에 설 수도 없었을 텐데도 말이다.
맨체스터 시장을 지내면서 버넘은 독자적 기반을 닦고 치적으로 내세울 것들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버넘이 추켜세우는 “맨체스터주의”는 사실 좀 더 인간적인 얼굴을 한 신자유주의에 불과하다.
버넘은 맨체스터 도심으로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이미 정착돼 있었던 정책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웠고 시내 버스를 다시 공영화했다.
버넘의 정치 경력을 추적해 온 〈파이낸셜 타임스〉 잉글랜드 북부 특파원 제니퍼 윌리엄스는 “2020년까지 노숙을 없어지게 하겠다”는 “버넘의 첫 시장 선거 간판 공약”에 관해 시사적인 지적을 했다.
“버넘의 첫 임기가 끝날 무렵, 2020년까지 노숙을 ‘없어지게 하겠다’는 표현은 노숙이 없어지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로 바뀌어 있었다. 재선한 버넘은 초점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지난해 11월 노숙자 수는 2016년 수준으로 돌아가 있었다.”
저가 주택 공급을 추진하겠다는 약속도 흐지부지됐다.
버넘은 7월 20일 총리 관저 앞 취임 연설에서 두 약속을 되풀이했다.
버넘의 수사는 더 급진적인 변화를 약속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노동당 특별 당대회 연설에서 버넘은 영국 노동운동의 요람이 된 노동계급 지역들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1980년대부터 40년간 이어진 신자유주의는 우리 당의 본거지는 물론, 전국의 농어촌 지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것은 마거릿 대처 시절만 비판하는 발언이 아니다.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이 이끈 신노동당 정부들(버넘 자신도 입각했었던)도 비판하는 것이다.
버넘의 “새 정치” 약속은 스타머가 계승하려 했다가 재앙적 결과를 낳은 블레어주의 정치와 결별하겠다는 뜻일까?
버넘이 에드 밀리반드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하지 말라는 영국 금융권과 노동당 우파의 맹렬한 로비에 굴복한 것은, 그 물음의 답이 “아니오”임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듯하다.
물론 2010~2015년 노동당을 이끈 유약한 중도좌파 밀리반드를 재무장관직에 앉히는 것이, 무슨 트로츠키를 재무장관직에 앉히는 것과 같은 일은 아니었을 테지만 말이다.
한편, 무성하던 하마평과 달리 버넘은 스타머 내각의 가장 반동적인 인사인 샤바나 마흐무드를 기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확고한 노동당 우파인 존 힐리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힐리는 스타머가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은 데 항의하며 국방장관에서 사임한 자다. 그를 재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복지가 아닌 군비를 늘리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스타머와 그의 형편없는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는 하원에서 복지 재정 긴축을 관철하기에는 너무 유약했다.
하지만 버넘이 노동당 대표직에 오르자 언론과 대기업들은 버넘에게 스타머·리브스가 회피했던 “어려운 선택”을 하라는 요구를 쏟아냈다.
신자유주의 반대자를 자처하는 버넘이 그의 정치적 자산을 이용해 복지를 난도질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런 압력이 정확히 어떻게 현실에 반영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 버넘은 이목을 끌 만한 민생고 대책을 찾고 있다.
지방 분권이나 선거제도 개혁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 할 수도 있다.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하면 노동당과 자유민주당·녹색당의 공조가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극우 정당 영국개혁당이 기세를 다시 올리면, 비례대표제는 선거에서 이들에게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총리를 갈아치운 정치 불안정에는 헌정 질서상의 결함보다 훨씬 뿌리깊은 원인이 있다.
영국 국가는 균열하고 있는 서방 제국주의와 단단히 얽혀 있다. 서방 제국주의의 세계 자본주의 관리 능력은 전쟁·산불·폭염으로 날마다 약화되고 있다.
이런 체제 위기에 대응하려면 버넘의 안온한 수사를 훨씬 넘어서는 비판적 분석과 급진적 정치가 필요하다.
버넘은 그의 불운한 전임자 스타머와 마찬가지로 현실의 가혹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