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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노동당 정부, 시장의 포로가 돼 자기 무덤을 파다

총리 스타머는 지난번 노동당 정부의 신자유주의 총리 브라운에게 도움을 청했다 ⓒ출처 Number 10 (플리커)

영국 노동당 정부의 총리 키어 스타머가 무능하고 거북살스럽고 우경적인 인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바다. 그런 스타머가 이번 영국 지방의회, 스코틀랜드 의회, 웨일스 의회 선거에서 노동당이 참패하자, 첫 대응으로 고든 브라운과 해리엇 하먼을 “특사”로 임명한 것은 상징적이다. 2010년 6월 총선에서 패배한 지난번 노동당 정부를 이끌었던 당대표와 부대표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해리엇 하먼은 블레어주의 노동당의 오랜 출세주의자다. 2024년 7월 총선에서 코빈이 이즐링턴 노스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노동당 후보를 눌렀을 때, 코빈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영상이 하먼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그 영상은 트위터에 널리 퍼진 바 있다.)

고든 브라운이 의심의 여지 없이 훨씬 중요한 인물이다. 브라운은 토니 블레어, 피터 맨덜슨과 함께 블레어주의 노동당을 처음 설계한 인물이다. 브라운은 1997~2007년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어떻게든 화해시킨다는 당시 노동당 프로젝트의 약속을 실행하려 했다.

현실에서 그 약속은 지극히 제한적인 사회 개혁을 시행할 여지를 얻어 낸다며 금융 시장을 달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 브라운은 전임 존 메이저 보수당 정부가 설정한 정부 지출 목표와 세입 목표를 그대로 유지했다. 블레어주의 노동당 정부 첫 임기가 끝날 무렵이 돼서야 브라운은 정부 지출을 약간 늘렸다. 특히, 자금난에 허덕이던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대한 지출을 늘렸다.

재무장관 시절 대부분 동안 브라운은 운이 좋았다. 당시 영국 경제는 비교적 빠르게 성장했다. 그 덕에 미취학 아동과 그 어머니를 지원하는 슈어 스타트 정책을 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성장은 두 개의 금융 거품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하나는 1990년대 말 주식 시장 거품이고 다른 하나는 2000년대 중반에 생겨난 주택 거품이다. 부유한 가구들은 자산 가치가 오르자 더 부유해졌다고 느끼고 더 많이 지출했다. 이는 수요와 고용을 북돋았다. 그러나 그 거품들은 폭증하는 부채로 커진 것이었고, 많은 경우 그 부채는 런던 금융가와 월스트리트에서 고안한 복잡한 금융 기법으로 은폐됐다.

브라운은 그 거품을 키우며, 런던 금융가가 매우 “가벼운” 규제만 받는다고 자랑했다. 그 후과가 2007~2008년에 돌아왔다. 주택 거품이 터지고 은폐된 부채가 드러난 것이다.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거의 한 세기 이래 최대의 금융 붕괴를 촉발했다.

당시 브라운은 총리를 지내고 있었고, 자신이 일조한 난장판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가 내린 최악의 결정 하나는 당시 이미 명예가 실추돼 있었던 맨덜슨을 정부로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맨덜슨이 그의 측근이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과 주고받은 서신을 보면, 맨덜슨은 영국 경제를 살리는 것보다 사익을 챙기는 데 더 골몰한 듯하다.

어쨌든 노동당은 그 붕괴의 정치적 대가를 치렀다. 데이비드 캐머런이 이끄는 보수당-자유민주당 연정으로 정부가 교체됐고, 그 정부는 슈어 스타트 등의 복지 정책을 삭감했다. 그 후 경기는 쭉 침체했다.

현 시점에서 브라운이 스타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이번 노동당 정부도 여전히 금융 시장의 손아귀에 있다. 2022년 가을 리즈 트러스 보수당 정부가 단명한 이래, 영국 국채 시장은 영국 정부에 언제나 위협적인 그림자를 드리워 왔다. 경제가 취약한 가운데 지출을 메우려다 보니 정부 차입이 급격히 늘었다. 그러자 영국 국채 투자자들은 더 높은 국채 금리를 더 요구했다. 그래서 영국은 예컨대 프랑스와 이탈리아보다 국채 금리가 훨씬 높다.

런던 금융가는 정부가 왼쪽으로부터의 압력에 밀려 지출을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에 의지하는 듯하다. 지난해 리브스가 사임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자 영국 국채 가격이 떨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스타머의 측근들은 스타머가 경제에 강하지 않다고 시인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브라운을 기용해 국방비 증액에 대한 리브스의 반대를 우회할 방법을 찾아내려 한다.

이는 스타머가 궁지에 몰려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스타머 정부가 붕괴하고 있는 것은 탱크와 드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영국 사회의 암울한 상태와 생활수준 압박 때문이다. 그 궁지에서 빠져나올 길은 시장에 복종하는 노동당의 노선과 단절하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브라운은 스타머에게 그런 조언을 하지 않을 것이다.

번역: 이원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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