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붕괴 조짐 보이는 주식 시장 불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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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 시장은 급락과 부분적 반등을 거듭하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변동성이 너무 심해서 7월 한 달간 코스피·코스닥을 합쳐 사이드카가 23번, 서킷브레이커는 6번이나 발동됐다. 특히 7월 28·29일 이틀 연속 주식이 급락해 1,1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가, 31일에 1,000포인트 넘게 폭등하는 롤러코스터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급등락은 역대 최초다. 그 과정에서 6월 중순 9,000포인트가 넘었던 코스피는 7월 말 6,000포인트대로 떨어졌다.
코스피는 7월 한 달간 21퍼센트 하락했는데, 이런 하락폭은 외환위기 시기인 1997년 10월(27.25퍼센트), 세계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10월(23.13퍼센트)에 이어 역대 3위다.
정부까지 나서서 부추긴 주식 투자에 쌈짓돈 모아서 투자한 개미 투자자들은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결혼자금·노후자금을 잃게 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가 증시 투자를 늘리기 위해 허용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폭을 키우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레버리지 ETF가 급등시에는 매수 물량을, 급락시에는 매도 물량을 증가시켜 변동폭을 키웠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가 급변 상황을 “레버리지 ETF 참사”로 규정하며 이재명 정부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친시장적 성장을 강조하며 금융 규제 완화를 줄곧 요구해 온 국민의힘이 정부를 비판할 처지는 못 된다.
게다가 레버리지 ETF가 최근 증시 불안정의 핵심 원인인 것도 아니다. 최근 상황은 AI 투자가 미래에 충분한 이윤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현재 AI 투자 열풍은 1990년대 후반 닷컴 투자 열풍보다 훨씬 크다.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앞으로 5년 동안 데이터 센터에 도합 수천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의 투자는 연간 20퍼센트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이 업계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성장 속도다.
그러나 AI 투자가 이윤을 충분히 창출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전 세계 챗GPT 사용자 수는 10억 명에 달하지만, 정작 유료 사용자는 5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면 AI 성능 향상을 위한 데이터 센터, 전력, 서버 유지 등에는 갈수록 많은 비용이 들고 있다.
최근 주가 폭락의 원인 중 하나는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고갈이다. 막대한 투자 비용을 대느라 아마존은 최근 12개월 누적 기준 76억 달러(약 10조 9,000억 원)의 잉여 자금 적자를 냈다. 메타의 자금 동원력은 1년 전보다 91퍼센트 감소했다. 알파벳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자금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2분기 매출 성장률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게 나와서 주가가 반등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잉여 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23퍼센트 감소했다.
순환 금융
게다가 빅테크 기업들이 서로에게 돈을 빌려 주는 “순환 금융”을 통해 매출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2,500억 달러 신용 보증과 AI 칩 구매 비용 3,500억 달러를 지원하고, 오픈AI는 다시 엔비디아의 AI칩을 구매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이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AI·반도체 기업이 성장하는 것도 한국 증시가 급락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AI 기업들이 싼값에 서비스를 제공하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을 더욱 잠식하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판매를 늘리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게다가 이란 전쟁이 다시 격화하고 유가·물가가 오르면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막대한 돈을 빌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기업들에 큰 타격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최근 주식 시장 불안정의 진짜 원인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AI 거품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쟁 여파인 것이다.
1990년대 말 IT 거품이 붕괴한 이래로 세계 경제는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그 이래로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에 시달려 왔다. 반도체 기업들은 현재 AI 투자 열풍 속에서 큰 이윤을 얻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부문의 경기는 침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 거품이 꺼진다면 세계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위험천만한 AI 투자에 베팅하고 있다. 주식 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뿐 아니라 1,500조 원 규모의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으로 세계적 AI 투자 경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 개악도 추진하려 한다. 정부가 8월 초 발의할 메가특구특별법에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한을 4년으로 늘리고, 연구·개발 인력을 주52시간 노동 상한 적용의 예외로 둬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며, 소득 상위 3퍼센트 노동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조차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다고 한다.
노동자에 대한 이런 공격에 맞서 투쟁이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 투쟁의 성장은 다가올 AI 거품 붕괴와 경제 위기 심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동력이 될 것이다. 노동자 투쟁의 성장은, 극우가 체제 위기에서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게 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7월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AI 시대 대응책으로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 추진을 결정한 바 있다. 노동자들은 대화의 추이에 종속되지 말고 독자적인 투쟁을 벌일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