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계약’에 맞선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 서울에서 힘찬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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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나쁜계약 철회! 재고용 보장! 노조 할 권리 쟁취! 금속노조 이주노동자 투쟁 승리! 2차 전국공동행동 대회’가 열렸다.
약 400명가량이 힘차고 활기차게 집회를 벌였다. 울산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이 80명 넘게 참가했다. 거기에 더해 이주노조, 대구 성서공단지역지회, 전북 일강지회 등 이주노동자가 대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날 집회는 울산 현대중공업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의 첫 상경 집회였다. 이들은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들의 주도로 사용자 측이 계약서 변경을 강요하는 것(‘나쁜 계약’)에 반발해 두 달 넘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용자 측은 투쟁을 달래려고 이전까지 부당하게 공제해 온 밥값을 환급하기로 하는 등 일부 양보를 했지만, 여전히 기본급 삭감 등 나쁜 계약 자체는 철회하지 않고 있다. 특히 투쟁에 앞장선 이주노동자들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스리랑카인 노동자들은 8월 여름 휴가 고향 방문 일정까지 취소하며 집회를 조직했다고 했다.
스리랑카인 노동자들을 대표해 챠리타 씨(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는 연단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중공업]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80퍼센트 임금 수준을 약속 받았지만, 한 번도 그런 임금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회사 측은 기본급마저 삭감하겠다고 합니다.
“회사가 사람 목숨에 매기는 가치는 고작 170만 원의 기본급, 임금 삭감, 보너스 한 푼 받지 못하는 처지인가 봅니다. … 우리는 노동자로서 우리의 권리를 쟁취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회사 측에 분명히 밝힙니다.”
챠리타 씨는 “한국은 비위 혐의로 전직 대통령 네 명을 수감한 전례가 있다”며, 회사 측의 이주노동자 차별도 그런 부패 사례라고 규탄했다.
기자가 집회에서 만난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임금 삭감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이들은 이미 한국에 오기 위해 많은 비용을 치렀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경우도 있다.
한 이주노동자는 사용자 측이 ‘나쁜 계약’에 서명 안 하면 본국으로 보내겠다고 위협하지만, 다른 곳이 아니라 현대중공업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11월 말경에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어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강지회의 방글라데시인 조합원 알리 씨도 연단에 올랐다. 김제의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 일강은 최근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의 비자 연장과 재계약을 거부하며 그들을 해고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 항의해 공장 사무동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저와 많은 동료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 아닙니다.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와 함께 살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꿈이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재계약 거부 하나로 우리의 일터뿐 아니라 가족의 삶과 미래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도 노동자입니다. 이주노동자에게도 노동조합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종로와 광화문광장을 거쳐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이주노동자 차별 철회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현대중공업 나쁜계약 철회하고 이주노동자 고용을 보장하라!”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 노조 할 권리 보장하라!”
빨간 깃발을 흔들며 쩌렁쩌렁하게 구호를 외치는 현대중공업 스리랑카인 노동자들이 행진 대열의 선두를 이뤘다. 이주노동자들의 활력 있는 행진은 연휴를 맞아 거리에 나온 행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청와대 앞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나쁜계약’이라고 적힌 큰 우드락에 물풍선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