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
사용자 측의 일부 양보에도 스리랑카인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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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오후 2시 울산 HD현대중공업(이하 현중) 정문 앞에서 “나쁜 계약 철회를 위한”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가 열렸다. 현중 사용자에 맞서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이 벌인 네 번째 집단 행동이다.
현중 사용자 측은 원·하청 정주노동자와 하청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받지 않았던 식비를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에게만 많게는 50만 원 정도 공제해 왔다. 심각한 차별 대우였다. 특히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은 하청 이주노동자들도 받는 여름 및 명절 휴가비 그리고 연말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또, 고용 불안에도 시달려 왔다. 지난해 직고용 이주노동자 100여 명이 계약해지됐다.
현중 사용자 측은 조삼모사식으로 불만을 달래려고 했다.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되, 기본급 및 수당을 합쳐 약 20만 원 삭감, 연 2회 인사 평가 후 기본급 차등 인상, 성과급 차등 지급, 저평가자 해고 등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새 계약서에 서명하게 한 것이다. 그러자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첫 번째 집단 행동에는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만 200여 명이 모였다. 2차 집회에는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 합쳐 300명이 넘었고, 3차 집회 때는 더 확대돼 4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3차 집회에서는 스리랑카 외 다른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도 참가해 행동이 확대됐다.
이주노동자들이 집단 행동을 하자 현중 사용자 측은 압박을 꽤나 받은 것으로 보인다. 3차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새 근로계약서 서명을 강요받았다는 확인서를 작성했다. 그러자 사용자 측은 국적별로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 간담회를 열어 강제가 아닌 자발적 서명이라는 확인서를 받았다고 한다. 7월 5일 집회 때 사회자는 스리랑카인 노동자 200명이 그 서명을 거부했다고 보고했다.
사용자 측은 4차 집회 직전에 일부 양보안을 내놨다. 직고용 이주노동자에게서 공제해 왔던 식사비를 2023년 1월 기준으로 소급 적용해 돌려 주기로 했다고 한다. 성과급도 인사 평가와 무관하게 차등 없이 지급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사용자 측은 근로계약서 개악안은 철회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집회가 열렸다.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전국에서 연대하기 위한 동지들이 10여 대의 버스와 여러 대의 승합차를 타고 집회장에 왔다. 선두에서 투쟁하는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 수백 명이 단단하게 뭉쳐서 왔고 다른 국적의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집회는 매우 활기찼다. 여러 이주노동자들이 집회에 사람이 많이 와서 좋다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구호를 외칠 때는 귀가 아플 정도로 우렁찼다.
현중 스리랑카인 이주노동자 대표인 차리타 씨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회사가 아직 안 해 줬다. 나쁜 계약 철회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연설했다. 사용자의 일부 양보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 준 것이다.
집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노동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양보를 얻어 내려면 투쟁이 더 확대돼야 한다.
정주노동자들의 연대도 이뤄지고 있다. 80여 명의 정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연서명에 동참했고, 지난 7월 2일 출근 시간에 이주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홍보전을 진행했다.
노조 가입 원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뺑뺑이 돌리는 현중노조 집행부
투쟁하고 있는 현중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현중지부 집행부는 이주노동자들을 하청지회에 가입시키고 있다. 이 이주노동자들은 계약직이긴 하지만 ‘직고용’이고, 하청업체로의 이직이 예정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노조 집행부는 이 사안에 대해 질의한 나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이주노동자들이 현중 노조에 가입한다 한들 단협 적용 못 받고, 직고용 계약직 정주노동자들도 노조 가입을 안 한 상태이기 때문에 역차별 논란이 생기는 등 노노 갈등으로 단결을 해칠 수 있다. 그래서 금속노조 직가입을 추진하다가 하청지회에 제안했고 하청지회가 수락했다.
현중지부 집행부가 가입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결국 하청지회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중지부 집행부의 답변은 구차하다. 직고용 계약직 정주노동자들이 아직 노조 가입을 하지 않았더라도, 투쟁하는 직고용 이주노동자들을 먼저 가입시키고 투쟁을 더 확대해 직고용 계약직 정주노동자들도 가입하도록 만드는 것이 단결을 강화하는 방안 아니겠는가.
또한 이주노동자에게 단협이 당장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입을 거부하는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 함께 투쟁해 단협 적용을 확대하고 상향평준화를 이룰 과제로 삼아야 한다. 오히려 노조는 단협 미적용으로 생기는 박탈감을 우려한다면서 정규직 노조 가입을 거부해 이주노동자들에게 직접 박탈감을 준 것이다.
물론 조직 가입 형태가 노동자들의 단결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현중노조 집행부가 직고용 이주노동자들을 하청지회에 가입하게 한 것은 이주노동자를 위해 때때로 집회를 주최할지언정 같은 노조로는 조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요구와 전투성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주노동자 직고용 중단” 요구는 노동자 단결을 해칠 뿐이다
7월 3일 HD현대현장조직연대회의는 “이주노동자 직고용 중단”을 요구했다. ‘나쁜 계약 철회’, ‘재계약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그런데 HD현대현장조직연대회의는 현중지부의 현 집행부를 배출한 분과동지연대회의와 전진하는노동자회가 포함돼 있다(나머지는 합병 전 현대미포조선의 함께하는 동지회, 삼호중공업의 단결의 힘).
이들은 정주노동자의 정규직 채용을 늘려야 한다면서 직고용 이주노동자 고용 중단을 요구했다. 생산직 정규직 신규 채용이 안 되는 게 직고용 이주노동자 탓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진실 호도다. 조선업 사용자들이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하청 비정규직을 대거 늘려 온 것은 이주노동자가 조선업에 유입되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정규직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것도, 이주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강요하는 것도 사용자다. 자국민 채용을 우선하는 민족주의는 국적과 인종을 가로지르는 노동자 단결을 가로막아 공동의 적인 사용자에 맞선 투쟁을 약화시킨다.
이주노동자들과 정주 노동자들이 함께 싸워 사용자를 물러서게 만들 때 이주노동자들과 정주노동자 모두의 임금과 고용을 개선할 가능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