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 연대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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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용자 측은 5월 말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 1,600여 명의 근로계약서 개악을 추진했다. 남은 계약 기간부터 밥값을 무료화하는 대신 기본급 약 17만 원 삭감, 인사 평가 연 2회 실시, 인사 평가에 따른 임금 차등 인상과 성과급 차등 지급, 저평가자 해고, 성과급 상한제 도입 등 여러 끔찍한 개악안이 포함된 내용이었다.
사용자 측의 압력을 받아 많은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 변경에 동의했다. 그러나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집단으로 개악된 계약서 서명을 거부했다.
사용자 측 관리자가 재계약을 무기로 협박하는 동시에 기본급 7만 원을 덜 삭감하겠다면서 달랬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하며 투쟁했다.
6월 13일 1차 결의대회에 스리랑카인 이주노동자 170여 명이 참석해 집단적으로 항의 행동을 벌였다. 2차 집회에 이주노동자 200여 명이 참여했고, 3차 집회에는 스리랑카 출신 외에도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네팔 등 여러 국적의 노동자 4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320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개악 계약서에 서명한 이유가 사용자 측의 강압 때문이었다는 확인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연대 대오를 포함해 1,000여 명이 모인 7월 5일 4차 집회 전에 사용자 측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일부 양보안을 발표했다. 개악된 근로계약서 서명 여부와 상관없이 밥값 무료화와 인사 평가에 따른 성과급 차등 지급 폐지, 2023년부터 부당 공제한 밥값 반환을 약속했다.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일부 성과를 낸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여전히 신규 계약서의 독소 조항인 기본급 삭감, 인사 평가에 따른 임금 차등 인상, 저평가자 해고 조항은 철회하지 않았다. 재계약 보장 역시 약속하지 않고 있다.
7월 15일 울산시청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집회에서 HD현대중공업 스리랑카인 이주노동자 대표인 차리타 씨는 연단에서 “우리가 가진 유일한 힘은 바로 우리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입니다. ... 투쟁 없이는 승리도 없습니다. 저는 이 노동조합 운동이 앞으로 더욱 격렬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발언했다. 투쟁이 끝나지 않았고, 투쟁의 힘이 더 강력해져야 한다는 강렬한 메세지였다.
따라서 지금은 이주노동자 투쟁이 승리하기를 바라며 연대를 확대해야 할 때다. 연대의 핵심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투쟁 지원, 정주노동자들의 대규모 지지와 결합이다.
하지만 4차 집회 이후 다음 집회 소식이 안 들린다. 집회 개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현대중공업지부가 작은 성과를 앞세우며 후속 행동에서는 뒤로 물러섰기 때문인 듯하다.
현대중공업지부장은 필자에게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 투쟁 지원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직고용 이주노동자 1,600여 명에게 고통을 주는 근로계약서 개악안이 유지되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고착화 되면 하청 소속의 이주노동자들에게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원·하청을 합쳐 8,000명이 넘는 E-7-3 비자 이주노동자들이 큰 고통을 받는다.
투쟁의 중심인 스리랑카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은 계속 투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이주노동자 근로계약서 개악에 대해 사용자 측에 항의했고, 3차례 집회를 공동 개최하며 참석자들에게 집회 물품을 지원하고, 집행 간부가 집회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은 부담스러워하며 거절했다. 그리고 단협 적용이 안 된다는 등의 이유로 하청지회에 가입하도록 했다.
이주노동자라도 엄연히 원청 소속인데, 하청지회로 떠넘긴 것은 잘못이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의 고용 문제까지는 함께 싸워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주노동자 유입이 정주 노동자들에게 이로울 게 없다는 시각의 반영일 수 있다.
정의당은 7월 5일 집회 직후 이주노동자들이 승리했다는 성명서를 냈다. 현대중공업지부가 작은 성과를 앞세워 발 빼는 시점에서 이를 정당화해 주는 효과를 냈다. 그래서 문제적이다.
현대중공업지부의 입장과 달리 노동자의 삶은 연결돼 있다. 특히 한 사업장 내 노동자들은 지위가 달라도 처우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된다. 대규모로 존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우가 나빠지면 정주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도 반드시 악영향을 준다.
사측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개악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한 뒤, 모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안전수칙 운영 매뉴얼을 개정했다. 노동자들이 안전수칙을 위반하면, 팀원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브리핑하게 만들어 망신 주는 내용이다. 이것이 우연일까?
일각에서는 이주노동자 유입으로 인해 정주노동자들이 피해 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E-7-3 이주노동자 대규모 유입 이후 임금 인상이 전년도보다 적게 된 적은 없었다.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늘었지만 동시에 정주노동자의 수도 늘었다. 업황 회복 때문이다.
불황기에 노동자들의 삶을 공격하는 주체는 자본가다. 지역 상권이 어려운 이유도 이주노동자 때문이 아니다. 이주노동자 유입이 거의 없는 도시의 상권도 나쁘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생계비 위기와 그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가 진짜 원인이다. 이는 정부와 자본의 저임금 정책, 전쟁광 트럼프와 그에 동조하는 지배자들이 벌인 전쟁으로 인한 물가상승 때문이다.
14만여 명이 사는 울산 동구에 1만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유입됐다고 상권이 나빠진다는 것을 어찌 납득 할 수 있는가? 이주노동자가 고국으로 송금해 국내에서 돈을 적게 쓰는 것이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진짜 문제를 가리고 무고한 집단을 희생양 삼는 일이다.
노동자는 하나다. 국적과 나이, 성별을 떠나 노동자 고유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단결해 투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주노동자들의 연대가 특히 중요하다. 현대중공업 정주노동자들 90여 명은 이번 투쟁에 연대하는 연서명에 동참했다. 그들 중 일부는 이주노동자에 연대하는 출근길 선전전도 2회 진행했다. 이런 연대 행동이 더 확대돼야 한다. 그리고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더 긴밀히 대화하고 단결해야 한다.
누구도 투쟁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이주노동자들이 근로계약 개악을 막고 재계약 보장을 위해 나섰다. 함께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