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
실질적 연대를 위해 이주노동자 환영 입장이 중요함을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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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한국 경제에서 갈수록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의 핵심 사업장에서 집단적으로 저항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 준 상징적인 투쟁이다.
7월 15일 울산에서 열린 금속노조 집회에서 현대중공업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대표 차리타 씨는 회사의 힘이 막강하니 투쟁을 중단하라고 압박하는 관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회사의 힘이 뭔데요? 회사의 힘은 인간의 힘, 즉 여기 있는 우리 노동자의 힘입니다.”
현재 조선업 호황 속에 현대중공업이 벌어들이고 있는 이윤은 엄청나다. 현대중공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 원 이상을 기록했고, 올해는 3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이윤의 원천은 그곳 노동자들의 노동이다.
그리고 그 이윤 중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이 한 기여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조선업 호황 속에 이주노동자는 지난 몇 년간 급증했다. 조선업 이주노동자 수는 2021년 4,500여 명에서 2024년 2만 3,000명 정도로 늘었다. 조선업 생산·기능직에서 이주노동자의 비중도 같은 기간 6.4퍼센트에서 22.7퍼센트로 늘었다.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도 2021년 890명에서 2025년 4,312명으로 5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제까지 하청업체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해 오던 현대중공업 사용자 측은 이주노동자 고용을 늘리기 위해 2023년부터 E-7-3(일반기능인력)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이주노동자 채용 증가에 대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 등은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진보당 김종훈 전 의원도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를 반대했고, 노동당의 이장우 후보도 2024년 총선에서 유입 확대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최근 출범한 조선업 노사정 협의체에서도 금속노조는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조선업에서 노동력이 부족한 이유가 임금이 낮고 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면 인력난이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차별을 반대한다.
그래서 언뜻 이주노동자를 평등하게 대하는 듯이 보이지만 이들의 주장은 결국 이주노동자를 늘리기 전에 먼저 내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유도하라는 것이다. 이런 민족주의적인 요구에 이주노동자 차별 반대라는 국제주의적 포장지를 씌운 것이다.
금속노조는 마치 건설노조의 일부 조직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현장 출입을 막아 나서는 것과 같은 노골적인 이주민 배척을 벌이지 않는 듯했지만, 실상은 내국인 우선 고용을 말하며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일을 자행한 것이다.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 반대가 미친 악영향
이번 현대중공업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 투쟁은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 반대 입장이 이주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투쟁과 투쟁 연대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줬다.
노조들과 좌파 정당들이 이주노동자 추가 유입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올해 초 이재명은 조선업 이주노동자 축소를 지시했다. 현대중공업 사용자 측은 직고용한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의 계약이 종료되면 그 자리를 내국인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중공업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의 고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용자 측은 이주노동자 기본급을 삭감하고, 저성과자 퇴출을 명시한 나쁜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계약을 해 주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악화되는 고용 불안정을 악용해 나쁜 노동조건을 강요한 것이다.
관리자들은 E-7-3 이주노동자들의 재계약이 해지될 경우 구직 활동을 허용하는 D-10 비자도 “국가와 회사에서” 앞으로 주지 않기로 했다며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D-10 비자조차 받지 못하면 노동자들은 미등록으로 전락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1,000만~3,000만 원의 송출료를 지불하며 빚을 안고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에게 추방되기 싫으면 개악된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압박한 셈이다.
이는 이주노동자 신규 유입은 반대하지만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은 지지한다는 주장이 일관된 반(反)차별 입장일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추가 유입 반대 주장은 들어와 있는 이주민들의 고용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이주민들의 처지 악화로 이어졌다.
이런 문제점은 ‘HD현대현장조직연대회의’가 발행한 소식지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HD현대현장조직연대회의’는 현대중공업지부의 현 집행부를 배출한 중앙파 경향의 조직들이 다수 포함된 단체다. 이들은 이주노동자 투쟁이 한창인 7월 3일에 발행한 소식지에서 내국인 노동자의 정규직 채용을 늘려야 한다면서 “이주노동자 직고용 중단”을 요구했다. HD현대그룹이 올해 2월 언론 발표를 통해 계약 기간이 끝난 이주노동자들을 “내국인으로 우선 대체”하기로 했으니, HD현대삼호에서도 직고용 이주노동자 확대를 멈추라는 것이다.
이는 투쟁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요구 중 하나인 “재계약 보장”과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자, 이주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친 것이기도 하다. 직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에게 “재계약 보장”은 매우 중요하다. ‘나쁜 계약’을 철회시킨다고 해도 해고돼 버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런데 ‘민주파’ 현장조직이 계약이 끝난 이주노동자 해고를 노골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이를 보면 이주노동자 연대 집회에서 “재계약 보장” 요구가 중간에 슬그머니 빠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네 차례 집회를 했는데, 6월 13일과 17일 집회에서는 “재계약 보장”이 주요 요구 가운데 하나로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7월 5일 집회에서는 그 자리에 추상적으로 (즉, 구체적 맥락과 동떨어지게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FREE JOB CHANGE)”이 들어갔다.
투쟁에 나선 이주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과의 재계약을 원하는데, 이를 분명하게 지지하지 않고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할 자유를 말한 것이다. 일반적인 원칙을 부각하며 이주노동자 연대에 충실한 듯 포장했지만, 실상은 이주노동자들의 당면한 요구를 외면한 것이다.
이 집회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울산이주민센터, ‘사람이왔다_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 등이 주최했다. 노동조합 지도부와 함께 집회를 주최해 온 좌파 단체들도 재계약 보장 요구를 후퇴시키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침묵했다. 이런 타협은 노조 지도부의 기회주의를 은폐하고 포장해 주는 효과를 낸다.
제한적
이주민 유입 증대가 내국인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본다면, 이주노동자 투쟁에 형식적으로 연대하더라도 이주노동자 차별을 일관되게 반대하기는 어렵다.
현대중공업지부 집행부는 6월 17일 집회부터 이주노동자 연대 집회를 공동 주최하며 연대해 왔다. 그러나 연대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현대중공업지부 집행부는 5월 말에 직고용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나쁜 계약이 강요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알았을 것임에도 6월 초 사용자 측에 공문 한 장 보내는 이상으로 항의를 조직하지 않았다.
스리랑카인 노동자 170여 명이 6월 13일에 결의대회를 한 후에야 집회의 공동 주최자로 포함돼 집회 진행을 지원했지만, 기층에서 정주노동자들의 연대를 동원하는 시도를 하지는 않았다. 7월 5일 사용자 측이 이주노동자들에게 공제해 간 식비를 환급한다며 일부 양보를 발표하자 이후로는 누구보다 먼저 이 투쟁에서 힘을 빼고 있다.
임단협 등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나쁜 계약 철회를 위해 투쟁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히는 상황인데도 이를 외면한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관련 기사: ‘끝나지 않은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 연대가 계속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이 7월 7일 성명을 통해 사용자 측의 일부 양보를 근거로 “이주노동자들이 승리했다”며 투쟁이 끝난 것처럼 입장을 낸 것은 부적절했다. 이는 투쟁에서 발을 빼려는 노조 집행부의 회피를 정당화하는 효과를 냈다.
안타깝게도 지난 4번의 집회 이후 대중 집회 등의 행동 계획이 나오고 있지 않다. 이제까지 집회를 주최해 온 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지회,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금속노조, 울산이주민센터는 7월 14일에 기자회견을 하며 정부가 현대중공업 사용자 측을 관리 감독하라는 등을 요구했지만, 실질적인 투쟁 계획 등은 내지 않았다. 실질적인 압력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사용자 측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운동이 잦아들면 재계약 해지 등으로 이주노동자들에게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직고용 이주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하기를 원했지만 현대중공업지부 집행부는 이주노동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이주노동자들은 하청노조에 가입했다. 직고용 이주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동일한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조직에 소속돼 싸우는 것이 효과적인데 말이다.
현대중공업지부 집행부는 몇 차례 집회를 공동 주최하면서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한다는 이미지를 얻고 싶어 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부담스러워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투쟁해 갈 대상이라고 여기지는 않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지부 집행부는 이주노동자를 직가입 받지 않은 이유가 “노동자 간 갈등 최소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조합 내에 이주노동자들과 단결을 원치 않는 노동자들이 많다 할지라도 이는 공동 투쟁과 연대로 설득해야 할 일이지 타협하고 추수해야 할 일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지부 집행부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 반대 주장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애국주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사회적 편견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나 임금 인상 억제는 자본가들이 노동자 몫을 점점 줄여 온 탓이지 이주노동자 증가 때문이 아니다. 이주노동자 추가 유입을 반대하는 주장은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대립한다는 생각을 강화해 노동자들 간의 연대와 투쟁 전진에 악영향을 미친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에 협상하고 중재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는 전국적 또는 대형 노조의 지도층은 이주노동자 수급 통제에 관여해 자신들의 협상력을 높이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가시적으로 벌어지면 사용자 측과 협상을 중재하며 이 투쟁에 관여하지만, 진정으로 기층의 투쟁을 전진시키는 데 이해관계가 있지 않다.
이 투쟁에 연대해 온 좌파들이 노동조합 지도부들의 문제를 기회주의적으로 회피하며 문제에 일조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의 회원들은 울산이주민센터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서 활동하고 있고, 기관지에서 이주노동자 연대 집회를 열의 있게 보도해 왔다. 그러나 이들의 공개적 입장에서 노조 지도부들의 문제적 입장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는 불가능하다. 이들은 가사노동자 문제에서도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 반대 주장에 기회주의적으로 타협해 온 바 있다.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국제주의 정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정치를 바탕으로 이주노동자 투쟁에 대한 정주노동자들의 연대를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