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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화되는 메가프로젝트 노동 청구서:
52시간제 무력화하는 “노동 존중” 정부

메가특구 특별법의 내용이 처음 보도된 것은 7월 21일이다. 8월 18일 현재, 이 법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바 없다”고만 했을 뿐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일단 흘려 놓고 여론을 살피겠다는 식이다.

노동부는 7월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 법의 추진 방향을 보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고된 안은 산업통상부가 주도해 만들고 관계 부처 협의를 마친 상태다. 언제든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다른 법보다 먼저 적용된다. 이 법을 심사할 상임위는 기후노동위가 아니라 정무위원회나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과의 모순을 피하려고 아예 관련 논의 없이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안 내용은 이렇다. 소득 상위 3퍼센트에 해당하는 관리자와 연구개발자에 대해 “주 52시간 근로 상한뿐 아니라 법정 휴게시간과 휴일 규정,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적용을 제외”한다. 파견 허용 업무와 기간을 늘린다. 기간제 노동자를 2년 쓴 뒤 2년 더 쓸 수 있게 한다. 선택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6개월까지 늘리고, 주휴수당은 주지 않는다.

3퍼센트?

반도체 산업의 일부 노동자들만(3퍼센트) 겨냥하는 듯한 이 ‘예외’는 무엇보다 기만적이다. 그럴 거라면 노동법이 아니라 ‘3퍼센트법’을 만들었어야 한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소득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노동자들은 근본적으로 같은 조건(착취 받는다는)에 놓여 있음을 자본가들조차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금이 얼마든, 착취받기는 마찬가지 일부 반도체 노동자들만 노동법의 예외로 둘 이유가 없다 ⓒ출처 반도체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카를 마르크스는 노동자를 “살기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정의의 핵심은 관계다. 소득 수준도, 직업의 종류도, 자기 정체감도 아니다. 누가 누구를 착취하는가, 누가 생산수단을 지배하는가이다. 마르크스가 《신성가족》에서 쓴 것처럼 “프롤레타리아트가 자신들의 목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객관적으로 어떤 존재인지”가 관건이다. 베버식으로 시장 지위와 직업으로 계급을 나누면 “만국의 치과의사여, 단결하라”가 되고 만다.

마르크스의 계급 정의에 따르면 제아무리 임금이 많더라도 모든 노동자는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즉, 노동자는 자신이 생산한 가치의 일부만을 임금으로 돌려받는다. 따라서 ‘3퍼센트’ 노동자들에게는 노동법 예외를 적용해도 괜찮다는 주장은 자본 축적을 우선순위에 놓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예외’ 주장이 기만적임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법의 적용 범위를 넓히라는 요구가 이미 네 방향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국민의힘 의원 고동진은 7월 31일, 근무 지역과 관계없이 요건을 갖춘 반도체 연구개발 종사자에게 주 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는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안기현은 평택과 용인까지 포함해 달라고 했다. 산업통상부 장관 김정관은 “이것은 R&D나 반도체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라고 했다. 여당 특별위원회 안에서는 새만금을 비롯한 호남권 거점으로 특구 범위를 넓히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간제 4년 연장안도 마찬가지다. 경영계는 “2년은 너무 짧고 5년 차가 돼야 숙련이 쌓인다”고 말한다. 숙련이 이유라면 답은 계약 기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뽑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밝히고 청와대가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지만, 만만찮은 투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고 숙고의 결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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