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위기가 극우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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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정치 위기가 더 심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지지가 급속히 떨어진 틈을 타 국민의힘이 지지세를 다소 회복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안보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주식시장 활황이 주로 정부 정책 덕분이 아니었던 만큼, 지금 주로 정부 정책으로 상황을 제어할 수 없다. 애초에 AI 거품과 반도체 활황 모두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과 군비 경쟁이 맞물리며 일어난 일이다. 주가 급등은 정부 덕, 주가 폭락은 거품 탓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이재명은 수시로 말과 정책이 바뀌는 모순에 처해 있다.
주가가 폭락하자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과 청년의 이반이 가속되고 있다.
미·중 갈등 속 모순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등 일부 주요 산업에선 중국이 최대 경쟁자다. 그 때문에 패권적 지위를 잃어 가는 미국과 더 밀착하려는데, 미국도 제 코가 석 자라 관세 등 통상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과 더 가까워지지 말라고 압박한다.
그 와중에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대화 운운하며 예정된 한미 간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을 갑자기 축소시켰다. 주된 이유는 ‘한국 패싱’이 아니라 이란 전쟁 실패에 따른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려는 술책의 성격이 크다.
그러나 한미 간 실제로 여러 이견이 있고 트럼프 일당이 이재명을 불신하는 가운데, 우익은 훈련 축소를 이용해 대중의 안보 불안감을 자극해 득을 보려 한다. 전시작전권 환수와 실용외교 같은 방침이 미국의 불신을 불러 안보 위험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재명과 그의 관료들은 군사독재 시기의 국가자본주의를 연상시키는 “총력전”, “전격전” 등의 용어를 꺼내들고,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초과 세수로 정부가 직접 기금을 만들어 전략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광주공항을 호남 반도체 공단 부지로 삼으려는 것에 대해 주한미군이 딴죽을 걸었다. 대중국 견제에 광주공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전격전”을 얘기하는 데 반해 미국이 제동을 걸고 있다.
재벌들의 막대한 투자 약속을 받아 내려고 공을 들이면서, 정부에 대한 재벌들의 입김(착취 강화 요구 따위)은 더욱 커졌다. 메가특구에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이재명은 SK 회장 최태원과 비공개 회동을 한 데 이어, 삼성전자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과도 곧 만난다. 신임 당대표 김민석은 장동혁을 만나 낯뜨거운 아부 발언을 했다.
한편, 최근 광주 장윤기 살인 사건 은폐 의혹에 이어 제주도 장미란 씨 실종 사건 허위 종결 같은 경찰 부패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 개혁’ 같은 사이비 개혁에 대해 대중의 실망도 쌓이고 있는 것이다.
선 넘는 극우
총체적 난국 속에서도 이재명의 대처는 (스스로 표방한 국민주권주의가 아니라) 친기업·친미에 기울어 있다. 정부 내 무게중심도 몇 달 새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정동영이나 김영훈을 비판하는 조현·위성락·김정관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 점들 때문에 우파의 사기가 올라가며 결집이 시작되는 것이다. 극우는 단순히 반사이익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게 잽을 던지며 카운터블로를 날릴 시기를 재고 있다.
대법원장 조희대가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물밑 조율 관행을 무시한 것도 그중 하나다. 그런 조율 관행은 주류 정치권과 각 통치 기관들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인물을 임명해 권력기관 간 상호견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생긴 (비민주적) 관행이다.
조희대는 법적 절차에 따라 선정된 대법관 후보군 4명을 모두 교체하려는 공작도 벌였다. 그 4명 중에 청와대가 선호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희대의 도발의 문제는 권력자 간 관행 준수 문제가 아니라 그들 사이의 갈등을 공개적인 정치 쟁점으로 만든 데에 있다. 우파는 조희대가 낸 후보자들을 청와대가 거부할 수 있는지, 민주당이 말만 해 온 조희대 탄핵을 감행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한편, 국회에 입성한 극우 이진숙은 국회에서 5·18의 진실을 부정하는 공개 토론회까지 열었다. 한국판 역사 부정 행각인 이 토론회는 북한군 개입설 대신 소수의 계획된 무장폭동설을 제기했다. 무력 진압이 불가피했다며 살인마 전두환에게 정당성을 주고, 전두환 정권의 경제 성장 성과를 재평가하자는 것이다.
1987년 이후 한국 국가가 권위주의에서 자본주의적(부르주아) 민주주의로 점진적으로 변화해 온 과정은 한국 지배자들이 5·18 민중항쟁을 과도한 국가폭력에 대항한 정당방위 저항으로 마지못해 인정한 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물론 그 타협은 불완전해 발포 명령 등 진실이 아직도 다 규명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동안 우파의 역사 ‘재평가’는 이승만과 박정희에 머물렀었다. 가령, 주류 우파 언론인 남시욱은 저서 《한국 보수세력 연구》에서 체육관 대통령(박정희의 통일주체국민회의와 전두환의 대통령의 선거인단) 시절을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세력’인 보수의 흠결로 봤다.
이진숙은 극우 특유의 ‘5·18 성역화론‘과 ‘표현의 자유’를 말하며, 금기에 대한 반발을 가늠하고 말과 행동의 폭을 넓히려는 것이다.
국힘이 이진숙 토론회에 대해 당의 입장이 없다고 한 것은, 아직은 금기를 대놓고 깨기 어려움을 보여 줌과 동시에 이진숙을 은근히 지원한 것이다. 이는 2019년에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한 자당 의원들에게 징계 시늉이라도 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진숙은 자신을 “여자 히틀러”라고 부른 것이 인격 말살 의도라며 적반하장으로 민주당 대표 김민석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김민석은 “여자 전두환도, 여자 히틀러도 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장동혁 지도부가 광복절에 의원단과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을 대거 동원해, 올림픽공원 부정선거 음모론(중국 개입설) 농성에 힘을 실어 준 것도 극우를 고무하는 요소다.
장동혁의 이런 행보가 민주당 지지율만 올려 준다는 비웃음이 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 나왔지만, 장동혁이 대놓고 난폭한 극우 시위대를 격려해도 국힘 지지율이 아니라 이재명 지지율이 떨어져 왔다.
이재명 정부가 이 총체적 난국에서 국가자본주의적 방식을 동원한 경제 성장 정책으로 위기 탈출에 나섰지만, 중도가 추구하는 좁은 운신의 폭 속에서 이도 저도 잘 안 되면서 환멸은 커져 가고 있다. 그러자 정부의 지지율 하락으로 정국 주도력과 여권 내 구심력도 약화된다.
우파가 아직 정국 주도권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이재명과 민주당의 초라한 위선을 비웃으며 주도권을 되찾으려 꾸준히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