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차별에 저항하는 삼성전자 DX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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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금)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도로가 검은 옷을 입은 삼성전자 완제품(DX) 부문 노동자들로 가득 찼다. 주최 측 추산 4,500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올해 5월 삼성전자 반도체(DS) 노동자들은 사용자·정부·언론·법원의 총공세 속에서도 상당한 성과급을 따낸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사용자 측은 성과주의를 끝까지 완강하게 고수해 삼성전자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성과급 격차가 크다.
특히 DX 부문 노동자들이 받은 성과급은 600만 원가량에 불과해 메모리 반도체 노동자들의 100분의 1 수준이다. 같은 삼성전자 직원으로서 젊음을 바쳐 힘들게 일하고 있는 DX 부문 노동자들의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불만은 차별을 강요한 사용자 측에 대한 반발과 집단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DX 부문 노동자들이 대거 가입한 동행 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동행노조)은 조합원 수가 2,000명 수준에서 최근 3만 500명으로 급증했다. 1만 명가량은 성과급 합의에 반발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에서 이탈해 동행노조로 왔고, 나머지는 전에 노조에 가입한 적 없던 새로운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올해 7월 1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앞에서 7,000명이 모인 집회를 한 데 이어 21일에는 서초사옥 앞 집회를 연 것이다.
자유발언에서 한 노동자는 성과급 차별로 인해 겪고 있는 소외감을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집에서 딸아이가 저에게 무심하게 한마디를 물었습니다. ‘아빠, 아빠는 DS야?’ 그 말을 듣는데 순간 가슴이 턱 막히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저는 단 한 번도 제 자신을 DS나 DX로 나눠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가 안에서 편을 가르고 부문이 어디냐에 따라 서로를 비교하며 씁쓸해하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부문이 다르다고 해서 우리가 쏟아붓는 땀방울의 가치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본지와 인터뷰한 수원사업장의 한 노동자는 “가만히 있으면 이런 불합리한 일이 더 생길 수 있겠다 싶어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 개인적으로도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불합리한 일을 겪으면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수원사업장 휴대폰 부서에서 일하는 제 주변 노동자들도 이제까지 조합원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 대부분 가입했어요.”
수원사업장의 또 다른 노동자는 “컨트롤타워가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사용자 측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사용자 측은] 과거에는 ‘하나의 삼성’이라면서 휴대폰 부문의 인건비 등을 절감해 반도체 설비[에 투자]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하나의 삼성’ 강조를 헌신짝처럼 버리며 안면몰수 했습니다.”
이런 차별에 맞서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같은 회사, 같은 권리”, “경영진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올해 삼성전자가 최대 38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DX 노동자들은 특별 경영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또 경영 위기라며 DX 부문 노동자들에게 강요되고 있는 인원 감축 시도도 규탄했다. 네 딸의 엄마인 한 조합원은 “요즘 회사에서 희망퇴직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며, “저는 퇴직금이 아니라 네 딸아이들의 등록금을 계산하며 오래오래 재직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희망퇴직이 아니라 희망재직입니다” 하고 발언했다.
사용자 측은 적자와 AI 도입을 이유로 DX 부문 노동자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DX 부문이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2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경영진의 책임이라며 책임 전가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사용자 측에게 공정한 성과 분배를 요구하는 DX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정당하다.
집회에서 불린 노래 가사에서 “DS, DX 싸움 붙여 놓고 계산기 두드리는 게 누구인지 잘 봐” 하는 내용이 있었다. 실제로 노동자 간 분열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쪽은 사용자 측이다.
노동자의 힘은 단결할 때 더욱 강해진다. 따라서 사용자 측에 맞선 DX 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에 초기업노조 등 반도체 부문 노동자들도 연대와 지지를 보내야 할 것이다.
동행노조는 다음 집회를 이재용의 집이 있는 한남동에서 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