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투쟁이 불러온 임금 인상 요구 연쇄 확산
〈노동자 연대〉 구독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 예고 한 시간여 전 사용자 측과 합의했다. 몇 주 동안 거의 모든 언론의 1면은 삼성전자 파업 관련 소식이었다. 실제 파업에 돌입했다면 노동자들이 가진 진정한 힘과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용자 측과 정부, 언론이 전전긍긍한 반면, 일부 노동자들은 삼성전자 투쟁을 보며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삼성전자 파업을 앞두고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성과급 요구가 연쇄적으로 터져 나왔다.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최근 사측에 원청과 같은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협력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도 성과급 지급을 원청 직원과 차별하지 말라며 SK하이닉스에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는 예견된 바다. 소득 등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고용돼 착취당한다’는 노동자들의 객관적 조건이 근본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한 부문의 노동자들이 싸워 성과를 얻으면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가 고임금을 받더라도 임금노동자인 이상 착취 관계에 놓여 있다. 그 관계에서 자신의 몫을 더 받아 내려는 것은 계급 투쟁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다.
반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을 하청·비정규직과의 ‘사회적 연대’가 없다는 이유로 비판하거나 소극적 태도를 보인 노동운동 내 일부 좌파는, 정작 하청 노동자들의 성과급 요구 투쟁에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들은 노동자 투쟁의 에스컬레이터 효과나 투쟁의 연대를 사실상 지난 시절 이야기로 치부하는 듯하다. 그래서 고임금 노동자가 자기 이익을 일부 양보해 저임금 노동자에게 나눠 줘야 한다는 공상적이고 무기력한 주장을 해 왔다. 이들의 주장이 공상적이고 무기력한 이유는, 이익의 ‘이전’을 사용자에게 강제할 유일한 수단인 노동자들의 투쟁과는 거리를 두면서 그저 사용자와 정부(의 ‘선의’)에게 촉구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대기업 사용자들이 그 돈을 하청이나 다른 부문에 줄 거라면 애당초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주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그러나 오늘날에도 힘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이야말로 다른 노동자들에게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연대가 된다. 삼성전자 투쟁은 그런 잠재력을 언뜻 보여 줬다.
삼성전자 노동자 일부도 이런 파급 효과를 의식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노동자 집회에서 한 발언자는 이렇게 말했다. “삼성의 많은 계열사들과 그 외 협력사들은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모든 계열사와 협력사들에게 기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삼성전자만의 처우 개선이 아닌, 삼성그룹 및 협력사 나아가 국내 모든 기업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성과급
한국의 기업주들은 임금 인상을 억제하려고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 대신 성과급을 지급해 노동자들의 즉각적인 불만을 억눌러 왔다. 성과와 연동시켜 임금을 더 유연하게 조정하고, 노동자들을 개인·팀별 실적으로 경쟁시켜 통제력을 유지하기 쉬울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그래서 많은 기업에서 성과급은 실제 임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삼성전자 외에 다른 대기업에서도 많은 노동자가 ‘사측의 논리’를 이용해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며 싸워 왔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5월 20일 영업이익의 30퍼센트 분배를 요구하는 안을 사용자 측에 전달했다.(관련기사 : ‘삼성전자발 성과급 투쟁, 현중 노동자도 30퍼센트 요구한다’)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은 매년 영업이익의 30퍼센트를 성과급으로 요구해 왔다.”(관련기사 : ‘성과급은 특혜 아니다’)
여기에 더해 노란봉투법 시행 두 달 만에 하청 노조 1,101곳이 원청 408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법적 환경의 변화와 삼성전자 파업이 주는 자극이 결합되면서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운동이 활성화될 조짐이 있는 듯하다.
지배계급이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연쇄 효과다. 〈조선일보〉는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네이버, 카카오, 유플러스 등에서 영업이익에 대한 ‘N퍼센트 성과급’ 요구의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며 우려했다.
정부나 경제 6단체가 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수원지법이 파업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사측 손을 들어준 것은 모두 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