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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내란 청산과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의 의의와 과제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성과급 인상 투쟁은 지난 한 달여간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 파업에 들어갔다면 더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파업 예고만으로도 지배자들을 큰 걱정에 휩싸이게 했다. 노동자 투쟁을 잠시 사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게 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2024년에 첫 파업에 나선 바 있다. 당시는 2023년 반도체 산업 불황 직후라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었다. 노동자들은 25일간 파업을 이어 갔다. 삼성전자 최초 파업이라는 상징성이 있었지만 분명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파업을 접었다.

이번 투쟁은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을 누리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세계적인 AI 붐으로 반도체 산업의 위상이 엄청나게 커진 시점이었기에 이번 투쟁은 2024년에 비해 파급력이 훨씬 컸다.

게다가 2024년에는 파업 참가 규모가 수천 명 수준이었지만, 이번에는 5만 명가량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 노동자들이 영업이익의 10퍼센트를 성과급으로 따낸 것을 보며 삼성전자에서도 노조 가입 물결이 일었다. SK하이닉스는 생산직의 노조 조직률이 90퍼센트가 넘는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자신들도 임금을 대폭 올리려면 노조에 가입해 단결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 가입이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6,000명이던 조합원 수는 올해 7만여 명으로 늘었다. 전국삼성전자노조와 합치면 9만 명가량이 노조에 가입한 셈이다.(삼성전자 임직원은 12만 8,000명이다) 반도체 부문 노동자 조직률은 80퍼센트가 넘는다.

이와 같은 노조 가입은 그간 회사 측이 보인 이율배반적 행태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결과다. 지금까지 삼성은 무노조 경영의 대가로 ‘총보상 우위 정책’을 써 왔다.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대신 보상은 확실히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회사는 약속과 달리 노동자들을 홀대했다.

2023년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기록했을 때 경영진은 수천억 원의 보너스를 받아 가면서도 직원들의 성과급은 전액 삭감했다. 그런데 반도체 산업이 호경기인 지금도 성과급 상한제를 유지하며 SK하이닉스보다 훨씬 적은 성과급을 받으라고 압박했다.

이와 같은 사용자 측의 노동자 무시에 대한 반감이 노조 조직화로 이어졌다. 물론 사용자 측은 노동자들의 조직화 시도를 억누르려 했다. 일부 노동자가 조합 가입을 설득하고자 비조합원 명단을 작성한 것을 두고 사용자 측은 얼토당토않게 “노조 판 블랙리스트”라며 고소했다. 대다수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그러나 비조합원에게 조합 가입을 설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위다. 잠정 합의 이후 사용자 측은 관련 고소를 취하했다. 자기네에게 유리하게 합의를 압박하기 위한 전술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은 다른 호경기 산업의 노동자 투쟁을 고무하는 효과를 냈다 ⓒ제공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노동자의 힘

이처럼, 이윤 파괴력이 크고 대규모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하자 지배자들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4월 23일 평택 공장 앞에 노동자 4만 명이 참가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집회가 열렸다. 단 하루 집회만으로도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량은 58퍼센트, 메모리 생산량은 18퍼센트 감소했다. 예정대로 파업에 들어가면 하루에 1조 원씩 손실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뒤집어 말하면, 이는 노동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착취당해 왔는지 보여 준다. 노동자들은 각종 산재 위협과 성과 압박 속에서 3교대로 밤낮없이 일하며 막대한 부를 생산해 왔다.

파업으로 이를 멈추고 이윤에 타격을 가할 결정적인 잠재력이 노동자들에게 있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언론, 사용자는 반도체 노동자 파업이 “국가 경제”를 뒤흔든다며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온갖 이유를 들먹이며 삼성전자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기사가 연일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에 대서특필됐다.

한국 지배자들만 노동자들을 비난한 것이 아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 국제 자본가들까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뒤흔든다며 가세했다.

법원은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며 파업권을 제약했다. 이재명 정부는 “파업은 절대 안 된다”며 사용자 측과 노동자 양쪽을 강하게 압박했다. “노동 존중”을 표방해 왔지만, 노동자들이 “과도한 요구”, “선을 넘는다” 하며 비난을 삼가지 않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긴급조정권을 꺼내 들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막판에 중재에 나서며 잠정합의가 이뤄졌다.

너무나 부족했던 연대

이처럼 지배계급은 삼성전자 파업을 막기 위해 총공세를 쏟아부었다. 반면 노동계급 측의 연대는 너무나 부족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급 개혁주의 지도부들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에 비판 성명을 냈지만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지지하며 연대하기 위한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진보당과 정의당도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지·연대를 밝히지 않았다. 진보당은 “초과이익공유제” 등 파업 참가 준비 중인 노동자들의 요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삼성전자 파업 문제가 초미의 전국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였다.

이들 개혁주의 지도부는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을 지지했다가 국가 경쟁력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을까 봐 (특히 선거를 앞두고) 부담스러워했다. 얼마 전까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비판하더니, 막상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준비하자 뒷걸음질 친 것이다.

노동전선, 노동자투쟁, 노정협, 노동자연대 등과 임승수·김기덕 등 일부 사회주의자 개인들은 삼성전자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지만, 나머지 좌파들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이미 고임금을 받고 있다며 그들의 임금 투쟁을 마뜩지 않아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임금이 평균임금에 비해 많다고 해서 착취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고도의 생산성을 바탕으로 많은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들도 자신이 생산한 부의 상당 부분을 착취당한다(그게 이윤의 원천이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특권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빼앗긴 몫의 일부를 되찾으려는 기초적인 계급투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에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요구가 없다며 지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착취에 맞서 노동자의 몫을 늘리기 위한 투쟁은 그 자체로 정당하다.

물론 정규직 노동자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부 좌파는 산별노조·산별교섭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노조 조직 형태 변화만으로 자연스럽게 연대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사실 민주노총 산하 정규직 노조 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노조가 한두 곳이 아니다.

이는 일상적인 시기의 노동조합이 가진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한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조직이지만,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그렇게 하려고 하는 약점 또한 갖고 있다. 그래서 노조는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 내는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이 융합돼 있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착취가 시장 교환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원리적으로 자본가와 자본가 사이, 그리고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법적·형식적 평등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정치와 경제의 분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노조가 이런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노조는 부문주의적 약점도 갖게 된다. 전체 노동계급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치 투쟁은 정당에게 맡기고, 노조는 자신의 사용자에 맞서 자기 조합원의 조건을 지키는 경향이 자란다.

정치 투쟁과 경제 투쟁의 분리, 노조의 부문주의는 노조 상근 간부층의 형성으로 더욱 강화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를 중재하는 전문적인 관료층이 자라나기 마련이며, 이들은 자신들의 협상이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데 핵심이라고 여기고 또 노조 조직을 위태롭게 하는 투쟁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로 여긴다. 이런 한계 때문에 노조가 정치 투쟁을 벌이며, 전체 노동계급을 단결시키는 효과적인 조직은 못 된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지배자들의 정치·경제 권력에 맞서며 국가 권력을 장악하려고 하는 혁명적 시기에는 노동계급 전체를 결속시키기 위한 전혀 새로운 조직, 즉 평의회(소비에트)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것이 노동조합의 부문주의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시기에 노동자 연대는 노동조합의 부문주의적 약점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혁명적 좌파의 노력을 통해서만 일관되게 추구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계급 투쟁이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계급의식이 성장하면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을 가능성은 커진다.

따라서 좌파는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을 조건 없이 지지하며, 그 속에서 투쟁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제안을 했어야 했다.

임금 대폭 인상

온갖 공격에도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마지막까지 파업을 압박해 상당한 임금 인상을 얻어 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반도체 부문 노동자들은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2퍼센트를 성과급으로 받기로 했다.

그러나 거센 공격과 부족한 연대로 인해, 노동자들이 요구한 바를 모두 이루지는 못했다. 삼성 노동자들은 애초 SK하이닉스처럼 조건 없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앞으로 3년간은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기록했을 때, 그 이후에는 100조 원을 기록했을 때에 한해 특별 성과급을 받기로 합의했다. 당장은 호황이라 기준을 충족하겠지만, 호황과 불황의 격차가 심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올해와 같은 보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애초에 노조는 반도체 부문 중에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같은 적자 부문에도 성과급을 상당 부분 분배하라고 요구했다. 성과주의 경쟁을 완화하고자 하는 옳은 취지였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성과주의를 강경하게 고수했다. 애석하게도 노동조합이 타협한 결과, 반도체 적자 부문이 받는 성과급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불행히도 이 격차는 내년에 더 벌어지게 돼 있다.

또한 비반도체(DX) 부문 노동자들에게는 불행히도 성과급이 분배되지 않는다. 언론은 DX 부문 노동자들의 불만을 특별히 부각하며 투쟁에 흠집을 내고 있다.

이는 향후 노동조합이 부문주의를 극복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높여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이번 투쟁은 불황기에도 노동자들이 생활비를 위해 임금을 인상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귀족 노동자”라며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이 다른 부문 노동자의 처지와 무관하다는 주장이 많지만,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은 착취에 맞선 싸움이었기에 다른 노동자 투쟁을 고무하는 효과를 냈다.

친기업 언론들은 조선, 통신, 플랫폼 산업의 여러 기업에서 ‘영업이익 N퍼센트 성과급’ 요구가 나온다며 우려한다. 하청·협력업체 노동자 사이에서도 성과급 인상 요구가 잇따른다. 올해 1분기 26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대만 최대 반도체 기업 TSMC에서도 “삼성전자처럼 파업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나눔의 연대가 아니라 투쟁의 연대가 필요하다

이번 잠정합의에 대한 입장문에서 민주노총은 삼성전자 노동자가 얻은 성과를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과 지역사회 환원”으로 나눠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제까지 하청 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과 노동강도가 강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며 이득을 취한 쪽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니라 사용자다. 설사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몫을 양보한다 해도 그걸 어디에 사용할지 정하는 것은 사용자다.

노동자들 내에서 파이를 나누라고 강조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진정 필요한 것은 다른 노동자들도 사용자 측에 맞서 더 많은 몫을 따내러 싸우고, 노조 지도자들은 그걸 지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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