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폭발 사고:
강경 대응은 극우 자신감 높이고 더 큰 위험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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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국군의날에 이재명은 이 폭발을 “불의의 사고”라고 불렀다. 그러나 합참은 북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부의 대응은 지뢰지대 폭파로, 여당의 표현은 “도발”로 수위가 올라갔다.
10월 3일 장외 집회에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목청을 높인 장동혁과, 12.3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호통치듯 북측의 책임을 묻는 군 장성들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진 세력 관계를 보여 주고 있다.
10월 5일 합참은 9월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묻은 지뢰 때문이라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같은 날 낮 그 지뢰지대를 폭파한 영상을 공개했다.
같은 날 민주당 대변인은 북한이 즉시 사과해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힘(국힘) 대표 장동혁은 대통령이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고 강력히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이 당장 더 큰 군사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누구 책임이냐를 둘러싼 공방은 지속될 것이다. 이는 합참이 앞으로 계속하겠다고 밝힌 MDL 이남(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지뢰 제거 작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더 심한 상호 적대 행위를 낳을 수도 있다.
예컨대 유승민은 9월 29일 페이스북에서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는 국가안보실장 김관진이 “북의 자백과 사과를 받아 냈다”며 대북 확성기 복구를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단호히’ 대응해 사과를 받아 냈다는 주장으로, 현 정부의 ‘무른’ 대응이 북측의 공격을 용인했다는 장동혁 등의 주장에 힘을 보탠 것이다.
그러나 당시 8·25 남북 공동보도문 제2항은 북측이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고 적었을 뿐이다. ‘사과’는 김관진이 보도문을 읽은 뒤 덧붙인 해석이다. 합의 당일 북한군 총정치국장 황병서는 남측이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었다는 취지로 말했고, 8일 뒤 북한 국방위원회는 “유감”이 시인도 사과도 아니라고 밝혔다.
당시 목함지뢰 사건 직후 박근혜 정부가 보복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남북은 포격을 주고받았다.
이후 8·25 합의는 북측의 “유감”과 남측의 확성기 방송 중단을 맞바꾼 것이었다.
2015년은 북한을 압박해서 사과를 받아 낸 선례가 아니라, 확성기 재개가 포격으로 이어진 선례다.
‘10여 미터’의 기준선
합참은 폭발 지점이 MDL 남쪽 10여 미터이고 지뢰는 북한군 수지반보병지뢰(플라스틱 대인지뢰)라고 최종 판단했다. 정황상 북측의 지뢰가 있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사건 초기에는 군 관계자들 자신도 긴가민가했다. 합참 작전1처장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고(9월 28일), 국방부 장관은 “우리 발목지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9월 29일 국회).
국과수는 부상자 전투복과 파편에서 북한 지뢰와 같은 성분을 확인했고, 유엔사도 인위적 설치로 평가했다고 한다. 합참은 여기에 폭발 지점의 간격과 수색대원의 진술을 종합해 판정했다고 한다.
정작 지뢰 실물이 확인된 것은 9월 29일 유엔사와의 공동조사 때 발견한 한 발뿐이다. 합참 관계자는 그 지뢰도 안전상의 이유로 회수하지 않고 폭파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것은 저화질 사진 4장뿐이었다.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10여 미터’라는 거리도 논란거리다. 합참은 유엔사가 적용하는 MDL, 표지판 연결선, 군사지도상 MDL “세 가지가 상호 일치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했다. 정전협정 때 세운 표지판 1,292개 가운데 지금 식별되는 것은 200여 개이고, 한국군은 2004년 미국과 함께 만든 군사지도를, 유엔사는 2016년 자체 좌표를 쓴다.
합참은 북한 측이 적용하는 군사분계선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군의 인식이 한국군과 다를 가능성은 열어 뒀다. 합참 정보분석처장은 북한군이 “표지판 연결선 또는 자신들이 적용하고 있는 MDL을 기준으로 소위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국군이 경고사격을 하면 북한군이 지도를 들고 위치를 확인하거나 남측을 관측하는데, 합참은 이를 두고 북한군이 MDL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군은 자신이 따로 정한 기준선 아래로 북한군이 내려오면 (경고사격이 아니라) 조준사격을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그 기준선은 내려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사고 지역이 1953년 이래로 “수십 년 동안 가보지 않았”던 지역이라는 합참의 설명까지 더하면 누가 실제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인지부터가 모호해 보인다. 사건 초기 합참 관계자는 수색대가 애초 계획과 달리 경로를 바꿔 진출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들에 비춰 보면 ‘10여 미터’라는 거리도 어느 선을 기준으로 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치다.
이런 불확실한 사실들에, 남한 측 과실로 판명 나서는 안 된다는 핵심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까지 더해서 보면 합참의 발표에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데가 많다.
유엔사와 한국군이 수십 년 동안 들어가지 않던 지역에 왜 수색대를 들여보냈는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군 스스로 “위험성이 대단히 높은 지역”이라고 한 곳에 새 수색로를 낸 작전은 유엔사 현장조사를 위한 ‘사전 여건 조성’이었다. 사고가 난 작전을 한국군에 요구한 것은 유엔사였다.
유엔사가 확인하려던 것은 북한 지뢰가 군사분계선 남쪽에 있는지였다고 한다. 있다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이유였다. 이 ‘조사’는 지뢰 폭발로 인한 두 군인의 중상으로 이어졌다. 유엔사는 9월 30일 정전협정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10월 5일에는 지뢰지대 폭파가 뒤따랐다. 폭파 현장에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관계자가 참가해 폭파를 승인했다고 합참 작전부장은 밝혔다. 유엔사는 유엔 기구가 아니라 미군 조직이다(관련 기사: 본지 573호, ‘유엔군사령부 - 한반도 평화 딴지 걸고 오히려 긴장 키우는 제국주의 군사 기구’).
그러므로 합참 발표의 근거와 이 조사의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음모론이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이다.
적대 관계가 구조적으로 고조되는 상황에서(관련 기사: 본지 600호, ‘DMZ 지뢰 폭발 사고 - 다시 지뢰밭이 되고 있는 비무장지대’) 국힘은 공세적 대응을 요구하고, 이재명 정부는 그에 밀려 추가 지뢰 제거 작전까지 허용했다. 이는 장차 더 위험한 상황을 낳을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MDL 이남에 넘어온 모든 지뢰를 제거할 것이며 “이게 시작이라고 보셔도 된다”고 했다. 남북이 인식하는 경계선이 서로 다른 곳에서 그 작전이 계속되면 북한군과 접촉할 위험이 커진다.
이재명 정부는 모든 대북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