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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돈주머니 채우려고 복지 삭감하는 이명박

지난 12월 8일 한나라당은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4대강 예산, ‘형님’ 예산, ‘아내’ 예산 등에 엄청난 재정을 쏟아붓기로 한 한나라당은 아동양육지원금, 기초노령연금 증액분, 영유아예방접종 보조금 등 복지예산 수천억 원을 누락했다.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주일 뒤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은 “복지 같은 데 재원을 다 써버리면 결국 남는 게 별로 없다” 하고 속내를 털어놨다.

GDP 대비 공공복지 지출 비율(%, 2007년) OECD 꼴찌 수준의 한국 복지를 두고 이명박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수준”이라며 복지 삭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가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은 안 된다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놓은 ‘70퍼센트 복지’ 제안조차 현실에서는 자본가들의 저항 앞에 공중분해됐다.

대자본가들의 이익을 강력히 옹호하는 한나라당 정치인들과 국가 관료들이 이 저항의 선봉에 섰다.

어떤 논자는 내년 예산안을 그대로 집행할 경우 GDP 대비 복지지출 규모는 사상 최초로 줄어들 거라고 전망했다.

물론 고령화가 진행되고 국민연금 등 수급자가 늘면서 전체 복지 지출 액수는 자연적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다.

또 건강보험 등 한국의 핵심 복지제도에 대한 지배자들의 공격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지출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는 1987년 이래로 이 나라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하고 지켜 온 제도들이 실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생겨난 효과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복지를 조금치도 개선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예산안 날치기 통과로 보여 줬다. 오히려 그 증가 추세를 꺾으려고 필사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먼저 이제 막 수급자가 생기기 시작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삭감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노무현 정부가 국민연금을 30퍼센트 넘게 삭감한 지 3년밖에 안 됐는데 말이다.

또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이고 복지 지출의 상당 부분을 자본가들이 가져가도록 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 보험료를 6퍼센트 가까이 올리겠다고 했는데 이 돈은 보장성을 높이는 데 사용되기보다는 대부분 제약회사와 병원의 수중으로 흘러들어갈 전망이다.

복지 삭감 정부에 맞서는 진보의 과제

부자 감세 정책은 유지하면서도 이로 말미암아 재정 적자가 커지면 금리가 오르고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 등 기업주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복지 재정을 삭감하려 한다.

연기금으로 쌓아 둔 수백조 원도 주식 시장을 떠받치고 부자 감세로 부족해진 국가 재정을 메우는 데 쓰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미FTA가 비준되면 그나마 존재하는 복지 제도들조차 크게 후퇴할 수 있다. 의료민영화가 추진되고 제약회사의 특허권이 강화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국민연금 삭감, 보험료 인상, 법인세 인하(부자 감세), 연기금의 주식시장 동원, 한미FTA 등은 지금 ‘보편적 복지’를 말하는 민주당·국민참여당이 집권 시절 추진했던 것들이다.

최근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진보정당들이 민주당 일부 세력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그는 복지국가 ‘혁명’을 위해서는 진보진영이 ‘소수파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런 주장을 합리화했다. 그러나 이런 방향은 민주당 집권 시절의 복지 정책을 답습하는 것으로 나가기 십상이다.

노동자들에게 보험료를 더 거둬 복지를 늘리자는 그의 제안이 이를 잘 보여 준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내년과 2012년 선거 때문에 ‘복지’를 말하고는 있지만 진심으로 복지를 확대할 의지도 능력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예산안 날치기 통과 직전에도 민주당은 대기업에 감세 특혜를 주는 임시투자세액 공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제도 연장안에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 대표 손학규는 몇 달 전 당내 경선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감세에는 반대하지만 복지 확대를 위한 부유세에도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한미FTA 재협상에는 반대하지만 한미FTA 자체는 폐기할 수 없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이 좀더 오만하고 난폭한 스타일이라면 민주당은 소심하고 동요하는 스타일이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진정으로 복지 확대를 원하는 노동 대중의 바람과 두 주류 정당 모두와의 거리에 대면 극히 미세한 차이일 뿐이다.

민주당은 예산안 날치기 후 장외투쟁을 선언했지만 대중집회와는 거리를 두며 손학규 1인 천막농성으로 싸우는 시늉만 하고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노동계급 일부에게 양보를 요구하거나 민주당과 상시적으로 연합하는 노선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노동 대중의 바람에 걸맞는 과감하고 급진적인 복지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이를 실현시킬 노동자들의 대중 투쟁을 차근차근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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