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외국인보호소 구금 이주민들 처우 개선 투쟁:
본지 기자들이 단식 투쟁 이주민들을 인터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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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모로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출신 이주민 6명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주 연서명한 편지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본지에 알려 온 13명의 구금 이주민 중 일부다. 편지를 보낸 이후 단식자 6명 중 몇 명은 보호소 측에 항의하며 자해를 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보호소 측은 오히려 이들을 징벌 차원에서 독방에 구금했다고 한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곳이다. 구금 기간에 제한이 없고 특히 난민들이 장기 구금되곤 한다.
필자를 포함한 본지 기자 2명과 노동자연대 경기지회 활동가가 단식자들을 면회하기 위해 6월 20일 화성보호소를 직접 방문했다.
그러나 이들을 면회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면회 신청서를 작성할 때에만 해도 보호소 측은 기자 일행 3명이 함께 면회에 들어갈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런데 접수 과정에서 기자라고 밝히자 1명씩 면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취재 방해라고 항의하자 다시 3명이 함께 면회에 들어갈 수 있게 허용했다.
우리가 면회실 앞에 도착하자 보호소 측은 휴대폰을 두고 면회실에 들어가라고 요구했다. 사전 허가 없이 촬영이나 녹음이 가능한 물건을 휴대하고 보호소에 출입할 수 없다는 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을 그 근거로 들었다.
우리는 공익적 목적의 언론 취재를 막을 이유가 없으며 지금이라도 면회실에 휴대폰 반입을 허가하라고 요구했다. 보호소 측은 논의해 보겠다며 1시간 넘게 시간만 끌더니, 급기야 면회를 신청한 단식자들이 코로나 검사를 거부하고 있어 규정상 면회 대상자가 아니라며 면회를 불허했다.
면회를 막으려는 핑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크게 항의하자 보호소장이 직접 취재자들을 면담했다.
보호소장은 자신의 권한으로 면회를 허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로코인 한 명은 당일 아침 ‘난동’을 부려 독방에 구금 중이라는 이유로 면회를 불허했다. 기자 일행의 휴대폰 소지도 끝내 허용하지 않았다.
보호소장은 일부 구금자들이 비상식적인 ‘난동’을 부린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태국, 필리핀인들은 국민성이 온순해 2~3일이면 출국하는데, 업무를 하기 힘든 나라 출신자들이 있다’는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어렵게 면회한 구금자들은 저마다 본국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사연과 열악한 처우에 대한 불만을 쏟아 냈다. 소위 ‘난동’은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다른 방법으로는 항의하기 어려운 구금된 상황 탓에 벌어진 것이다.
징역
면회는 구금자 2명씩 30여 분 동안 이루어졌다. 구금자들은 한국어가 유창한 편이었음에도 철창이 쳐진 투명 플라스틱 너머로 수화기를 통해 대화를 나눠야 해 불편함이 따랐다. 그들이 가져온 서류 등을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이들은 식사가 형편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밥, 양파, 당근이 한 끼 식사의 전부인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보호소 측은 하루 세 끼 식비가 약 5500원이라고 확인해 줬다. 올해 서울의 초등학교 급식 한 끼 단가가 5256원이다. 초등학생 한 끼 예산으로 성인 세 끼 식사를 만드는 셈이다. 그럼에도 보호소 측은 교도소보다 높은 금액이라며 이를 정당화했다.
또, 보호소 측은 야외 운동 시간이 하루 30분씩 주어진다고 했으나, 면회한 구금자들은 6월 초 보호소에 구금된 후 한 번도 야외 운동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온수가 오전에 2시간만 나오는 것도 불만 사항이었다. 한 방에 많으면 12명이 수용되는데 이들이 돌아가며 씻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호소 측은 이주민들의 휴대폰을 압수하고 제한된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게 내준다. 그래서 본국의 가족과 통화하려면 국제전화 카드를 구입해 보호소 내 공중전화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돈 없는 사람은 통화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독방 구금도 수시로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들은 보호소 측이 독방 구금을 통보한 문서를 여러 장 들고 왔다. 독방에 이불도 없고 위생 상태도 좋지 않다며 몸에 난 두드러기를 보여 주기도 했다.
면회한 구금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징역을 여기서 사는 것 같아요.”
구금된 이주민들은 이토록 자유를 구속받아야 할 범죄자가 결코 아니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려고 땀 흘려 일하거나, 전쟁과 박해를 피해 한국에 머물고 싶을 뿐이다.
면회한 한 러시아인은 본국에 돌아가면 징집돼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것을 두려워했다. 종교적 박해를 우려하며 치안이 좋은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 중인데 보호소 안에서는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경우도 있었다.
보호소 측은 이들 중 일부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던 이력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형을 마치고 나온 이들을 다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다.
외국인보호소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