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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 금융 노동자 파업:
실질임금 삭감과 노동개악을 반대하다

금융 노동자 하루 파업이 성사됐다. 파업 대열은 힘있게 투쟁 결의 집회를 한 뒤에 용산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방향으로 행진했다.

금융 노동자 3만여 명이 9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사거리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인력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서울 광화문 네거리 근처 세종대로 파업 집회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금융노조 조합원들로 아침부터 북적였다. 새벽부터 관광버스를 이용해 부산, 대구 등지에서 상경한 조합원들도 대열 규모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금융노조는 오늘 파업 집회에 조합원 3만 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파업 당일 아침까지도 이어진 정부의 압박, 사측의 회유, 친사용자 언론의 비난 보도가 쏟아졌다. 파업 조직에 힘을 쏟지 않은 일부 지부 집행부의 행위도 있었다. 이런 악재 속에서도 대중적 파업을 성사시킨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상대적 고소득 노동자로 여겨지는 금융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것은 생계비 위기 시기의 임금 불만이 노동계급의 보편적 불만임을 드러냈다.

정부와 사측, 친사용자 언론이 상반기 임단협 시기부터 온갖 비난을 퍼부은 것 때문에 걱정이 많았을 노동자들은 집회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열기가 높자 서로 고무돼 표정이 밝았다. 파업에 불참한 노동자들도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귀족 노동자”라는 비방 공세에 대한 불만,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악 방침에 대한 반감도 컸다. 윤석열 집권 효과로 사용자들이 임금 문제 등에서 방자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에 반감을 갖지 않거나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 노동자는 별로 없다. 이는 높은 파업 찬성률로도 이미 확인됐다.

오늘 집회는 알짜 자산 매각 등의 민영화, 임금체계 개악, 본점 이전과 구조조정 등 개악 압박을 노골적으로 받기 시작한 (기업은행·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소속 노동자들의 참가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들은 대통령 집무실을 향한 행진에도 선두에 섰다.

금융 노동자 3만여 명이 9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사거리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인력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파업 집회 연단의 메시지도 윤석열 정부 비판에 많은 비중이 할애됐다. 사실 사용자들의 완강한 태도 뒤에는 노동 개악을 서두르려는 윤석열 정부가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파업이 조합원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정부와 사측, 친사용자 언론의 주장이 오늘 파업으로 반박됐다며, 윤석열 정부와 사용자들에 맞선 단결 투쟁을 호소했다.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노동 개악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과, 점포·고용을 줄이고 주주 배당에 목숨을 건 금융 사용자에 맞서 금융의 공공성을 사수해야 합니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과 류제강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도 귀족 노동자론을 반박하며 사용자들의 공세 뒤에 있는 윤석열 정부에 맞선 투쟁과 단결을 강조했다.

특히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이렇게 말하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리는 파업할 자격이 있다. 우리를 귀족 노동자라고 비난한 자들의 월급 명세서를 까서 누가 진짜 귀족인지 비교해 보자.”

윤석열 정부에 맞서

박홍배 위원장은 오늘 파업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한국노총 소속 노조의 첫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을 통틀어 보면,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의 첫 파업이기도 하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민주노총 소속 산별연맹 대표자들 일부와 함께 참가해 연대 발언을 했다.

노동 개악을 서두르기 위해 노동계를 이간질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에게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을 것이다.

금융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금융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인력 유지 등을 요구하며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가두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물론 하루 파업으로 임금 인상과 점포 폐쇄 중단을 얻어 내고 윤석열의 ‘공공기관 혁신화 방안’을 막아 내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경제 상황 때문에 윤석열이 개악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서울역과 용산 윤석열 집무실로 가는 한강로 곳곳에서 진행한 정리 집회 중 한 곳에서 한 노조 간부는 “역대 정부들은 지지율이 떨어지면 꼭 노동 개악을 꺼낸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들이 정치적 입지 회복을 위해 진정한 기반인 사용자들의 염원을 대변하고 수행하는 것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우파 정부와 사용자들이 점점 필사적으로 개악을 밀어붙이려 한다. 그런 국면에서 일부 대형 시중은행 노조 간부들이 산별 파업에 힘을 쏟기보다 은행별 보충(개별) 교섭에서 임금을 올리면 된다고 (실용주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노동조건 방어에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 금융노조 파업은 생계비 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노동자들에게 지지 받을 자격이 있다. 앞으로 더 전진하려면, 지속적인 투쟁, 조합원들의 참여 조직,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 은행에 똑같은 임금 억제 공격에 처한 다양한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많은 만큼, 잘 조직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추구한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김문성
금융 노동자 3만여 명이 9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사거리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인력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금융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금융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인력 유지 등을 요구하며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가두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노동자연대 회원들이 금융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노동자들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이재혁
금융 노동자 3만여 명이 9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사거리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인력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금융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금융 노동자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정리집회를 하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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