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 인상 속 위태로운 경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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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3분기에도 8퍼센트대 중반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치에서 대폭 올린 4.7퍼센트로 전망했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코로나 펜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원자재, 식료품 등이 공급 차질을 빚으며 일어났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기업주들은 이윤을 지키려고 상품 가격을 올리며 물가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의 조사를 보면, 지난 2년간 물가 상승을 낳은 요인 중 53.9퍼센트는 기업의 이윤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이는 1979~2019년의 물가 상승에서 기업 이윤 증가와 관련된 것이 11퍼센트였던 것과 대비된다.
한국에서도 고유가 속에 정유회사들이 사상 최대 수익을 내고 있고, 다른 기업들도 상품 가격을 인상하며 이윤을 벌충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올해 1분기 한국 기업들의 매출은 17퍼센트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대기업들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률도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올해 1분기 식품 부문 영업이익은 50퍼센트 넘게 늘었고, 하이트진로도 지난 분기 대비 42퍼센트 늘었다. 편의점 CU의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1분기 영업이익이 17퍼센트 늘었고, GS리테일도 편의점 부문에서는 영업이익이 20퍼센트나 늘었다.
반면, 물가 상승으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떨어지고 있다. 물가 인상으로 인한 고통이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지는 것이다.
위기를 부를 금리 인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 올 연말에는 미국 기준금리가 3~4퍼센트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를 억제해 물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도미노를 부르고 있다.
금리 인상이 새로운 경제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최근 미국 재무장관 옐런은 심각한 경제 위기로 빠지지 않는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놨다. 미국의 노동시장 회복세가 강력하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옐런의 말과 달리 미국의 노동시장 회복세는 그리 강력하지 않다. 미국 노동자들의 고용률은 2020년 2분기부터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팬데믹 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실업률도 증가하고 있다.
OECD도 6월 8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5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크게 낮추는 등 여러 기관들이 경기 침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수년간 세계경제는 이윤율이 낮은 상황에서 저금리로 버텨 왔고, 부채는 사상 최대로 치솟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은 심각한 부채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만 해도 지난해에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이 31퍼센트에 달했다. 최근 금리가 인상되자 회사채 금리가 치솟으며 한계 기업들의 자금난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말 8퍼센트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한다. 이자와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적 금리 인상은 신흥국에서 더 심각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지금도 스리랑카, 아르헨티나 등 여러 나라들이 외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런 나라들이 더 많아지면 세계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선택은 스테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 불황이냐” 둘 중 하나라는 사설을 냈다.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은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크게 떨어뜨리고, 불황으로 물가가 하락하면 기업 파산 등이 증가하며 해고 등과 같은 공격이 벌어질 수 있다.
경제 위기의 고통 전가에 맞선 투쟁의 전진이 중요하다.
윤석열의 경제 정책
기업에게는 감세·규제 완화, 노동자에게는 임금 억제·긴축 공격
세계적인 경제 불안정이 커지는 상황에서 윤석열은 기업 이윤을 우선하며 노동자·서민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시장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법인세를 25퍼센트에서 22퍼센트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반도체 등에 지원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자와 서민에게는 긴축 공격을 강화하고 임금과 소득을 억제할 계획이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공공부문을 구조조정하고, 연금 개혁 등을 하겠다고 했다. 이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과 함께, 많은 사람들을 빈곤의 늪으로 빠뜨릴 것이다.
교육재정도 삭감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지원해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지급 대상을 대학으로 넓히겠다고 했는데, 이는 유치원과 초·중·고교 예산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기관의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도 한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임금도 늘어나는 연공급제를 직무 성과급제로 전환해 임금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런 임금 억제는 노동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것이다.
주52시간제도 더욱 개악해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겠다고 한다.
민영화 추진이 논란이 되자 그런 계획이 없다며 발뺌했지만, 이번 경제 정책 방향에도 민영화 정책이 담겼다. 의료 민영화 등을 위해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정부가 책임지고 제공해야 할 사회서비스에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책들은 공공서비스의 비용 부담을 늘리면서 노동자들의 조건은 악화시키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윤석열이 표방한 경제 정책 방향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들이라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각국 지배자들이 시장의 자유(이윤 지상주의)와 작은 정부 등을 표방하며, 기업 감세, 긴축, 복지 삭감, 민영화, 임금 공격, 노동유연화 등의 정책을 추진한 것이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책이 추진된 지 5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자본주의가 더욱 심각한 불황에 빠진 것에서 보듯이 이런 정책들은 경제를 살리지 못했고, 세계적으로 불평등만 증가시켰다. 이 때문에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대한 대중적 반감은 상당하다.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투쟁과 연대를 건설하기 위해 애쓴다면 지지를 모을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