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과 1일 2교대제 쟁취를 위해:
파업을 예고한 경기 버스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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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 소속 경기 지역 버스 노동자 1만 5000여 명이 9월 30일 파업을 예고했다.
경기도 버스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시내 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은 준공영제 전면 확대, 22퍼센트 임금 인상, 1일 2교대제 전면 시행, 휴식 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현재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노선의 광역버스 운전 노동자들은 서울 지역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원에서 17년째 시내 버스를 모는 한 노동자는 낮은 임금과 임금 차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회사에서 똑같이 버스를 모는데, 준공영제 동료들과 임금 격차가 40만 원 가까이 나요. [월] 실수령액이 200만 원대 후반에 불과한데, 이 돈으로는 생계를 꾸려 나가기 힘들어요.”
민영 노선의 버스 노동자들은 열악한 처우로 고통받고 있다.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까지 하루 15시간 이상 격일제로 일한다. 하루 17~18시간 살인적인 장시간 운전을 하기도 한다. 충분한 휴게 시간도 없이 장시간 운전을 하니 건강이 망가지고 졸음운전으로 내몰린다. 2019년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은 버스 노동자들의 과로사 비율이 평균보다 5배 높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의 끔찍한 노동조건은 교통 안전도 위협한다.
준공영제가 도입된 버스(공공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개선됐다. 1일 2교대제가 안착됐고, 임금도 올랐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서울을 오가는 장거리 노선과 극심한 교통 정체, 인력 부족 등으로 주 5일을 초과해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과 인천에 비해 임금이 월 60여만 원이나 적다.
이런 열악한 처우 때문에 경기 지역의 버스 운전자들이 어느 정도 경력을 쌓으면 처우가 더 나은 서울 지역 버스업체로 이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3년 더 기다리라는 경기도, 임금 동결 강요하는 사측
버스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완전 정당하다.
특히 시내 버스 노동자들은 준공영제 즉각 전면 확대를 간절히 바란다. 준공영제가 되면 1일 2교대제와 임금 인상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올해 지방선거 전에 “시내버스도 전면 준공영제를 하겠다”고 공약해 놓고, 당선되자 이를 뒤집었다. 노동자들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파업을 예고하자 “2025년까지 전면 준공영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당장 생계가 어려운 상황인데 3년을 더 기다리라는 것도 무책임하다.
한편, 버스업체 사용자들도 코로나로 인한 운행상의 어려움과 유가 상승을 핑계로 임금 인상은커녕 동결을 강요하고 있다. 물가 인상을 고려하면 실질임금 삭감이다. 휴식시간 보장, 입원이나 격리 기간의 유급 처리 등 단체협약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
경기도와 버스업체 사용자들은 2019년에 시내버스 200원, 직행좌석버스 400원의 요금을 인상해 놓고선,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은 서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서울을 오가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출퇴근 전쟁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경기 지역 버스노동자들은 노동자를 무시하는 경기도와 사용자들에 커다란 불만을 표출하며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9월 23일 진행된 파업 찬반 투표에서 무려 97.3퍼센트가 파업에 찬성했다. 9월 26일에는 경기도청 앞에서 노동자 3000여 명이 모여 파업 출정식을 열고, 임금 인상과 준공영제 전면 확대를 요구했다.
경기 지역 버스 노조들은 9월 29일 조정회의에서 사측과 합의되지 않으면, 30일 새벽 첫 차부터 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노선버스의 대부분(92퍼센트)이 멈추게 된다.
버스 노동자들의 파업이 성과를 낸다면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생계비 위기에 맞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