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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총파업과 활동가들의 과제

 이 글은 3월 6일 노동·민중단체들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총파업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제출한 발제문이다.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에서 4월 총파업을 결의하고, 날짜를 4월 24일로 정했다. 노동자들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공격이 전면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는 단지 한두 부문의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는 게 아니라, 노동자 계급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면적 공세를 하고 있다.

박근혜는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노동시장 구조 개악과 공무원연금 개악만큼은 반드시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오히려 이를 강행하는 추진력을 보여 줌으로써 핵심 지지층의 신임을 회복하려 한다.

박근혜는 신년기자회견(1월 12일)을 통해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을 다짐했었다. 그러면서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장기 불황의 고통을 노동자 계급에 전가해 자본가 계급을 살리고자 집요하게 달려들겠다는 뜻이다. 사실 박근혜는 이런 과제를 부여받으며 자본가 계급의 일치된 지지 속에 대통령이 됐는데, 올해가 아니면 이를 추진할 여유가 많지 않다.

특히, 올해 세계와 한국 경제의 어두운 전망을 봐도 박근혜가 필사적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최경환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꺼내며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언급했는데,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악과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박근혜는 설 직전에 민주노총을 배제한 ‘노사정’ 간담회를 열어, “청년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꼭 실현돼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실업 청년과 비정규직 고통의 책임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사악한 이간질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가 추진하려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전체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끌어내릴 것이다. 임금을 낮추고,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후자금을 강탈해 자본의 비용을 줄여 줌으로써 말이다.

한상균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이 1997년 IMF를 핑계로 도입된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보다 “더 센 놈이 오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것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1997년 이후 국민총생산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떨어졌다. 노동자들이 창출한 부에서 그들이 실제로 가져가는 몫이 크게 줄고, 자본이 가져가는 몫이 늘었다는 의미다.

우리의 피땀을 더 빼앗길 것인지, 저들의 곳간을 열 것인지는 우리의 투쟁에 달렸다. 돈이 없는 게 문제는 아니다.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만 5백 조 원이 넘는다. 국내총생산의 36퍼센트에 이르는 규모다.

이 점에서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은 단지 조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삶을 건 중요한 투쟁이다.

또한, 박근혜와 한판 붙고 싶은 사람들은 민주노총이 앞장서 박근혜에 맞서 주기를 바라고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식에서 세월호 유가족 임정호 씨는 박근혜 통치 아래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렇게 대변했다. “전에는 총파업이 의례적인 말로 들렸지만, 지금은 민주노총 80만 전체 조합원의 총파업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들의 자신감 수준

민주노총이 4월 24일 총파업을 결정했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활동가들이 현 상황과 조합원들의 자신감 수준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총파업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도 객관적 상황으로 보자면 대규모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상태가 총파업에 나설 만하냐는 것이다. 이것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지난 민주노총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부의 파상공세를 막아야 한다는 좀더 투쟁적인 조합원들의 바람이 우세한 결과였다. 조합원들의 다수는 올해 박근혜와 한판 붙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현장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투쟁을 미루려는 지도부보다 당장 투쟁에 나서겠다는 지도부를 선호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조합원들의 사기가 충천해 스스로 투쟁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조합원들은 잘 싸울 지도부를 원하지만 스스로 나서서 싸울 만큼 자신감이 높지는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민주노총 총파업의 주동성은 민주노총 집행부에서 나오고 있다. 현장 조합원들의 강력한 압력에 떠밀려 준비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905년 러시아나 1968년 프랑스에서 벌어진 아래로부터의 주도력과 에너지가 충분한, 혁명적인 성격의 총파업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민주노총 총파업에 회의적이거나 무심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활동가들은 민주노총 집행부의 파업 호소에 응해서 기층 조합원들이 실제로 파업에 나서도록, 그리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형성된 파업 동력이 있느냐’고 묻고 부정적인 결론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과 잠재력을 봐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노동자 투쟁과 민주노총 선거 결과는 보면, 조합원들은 스스로 투쟁에 나설 만큼 자신감이 높지는 않아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확신 있게 파업을 소명하면 그에 응할 정도는 된다. 그리고 혼자 싸우다가 고립될까 봐 움츠렸던 노동자들도 다 함께 파업에 나선다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투쟁 근육을 키우다 보면 노동자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더 전진할 힘도 얻을 수 있다.

활동가들은 바로 이런 전망 속에서 총파업 성사에 복무해야 한다. 현재 시리자가 집권한 그리스는 지난 5년 동안 총 32번의 총파업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관료적 파업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1968년 프랑스처럼 발전해 나아가는 특징을 보였다. 급진좌파들이 노동조합 지도부가 총파업을 소명하는 것을 활용해 현장 조합원들의 주도력이 발휘되도록 애쓴 것이 이런 발전에 일조했다. 이런 그리스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그런데 민주노총 한상균 집행부의 총파업 호소에 응해서 기층 조합원들이 실제로 파업에 나서도록 조직하려면, 활동가들이 극복해야 할 산이 있다. 즉, 민주노총 산하 노조 지도자들이 총파업에 협조하지 않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 계획을 반기는 조합원들도 과연 자신의 산별연맹이나 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할지 걱정한다.

산별연맹과 대공장 노조 지도자들이 민주노총 총파업 계획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경우가 적잖았기 때문에 이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예컨대 민주노총 2기 이갑용 집행부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갑용 집행부는 투쟁적인 좌파 지도부였지만 이런 난관에 부딪혀 약속했던 총파업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철회했다.

이럴 때 민주노총 집행부가 총파업에 비협조적인 일부 산하 노조 집행부를 상층 차원의 논의 속에서 설득하려고 하는 것은 거의 가망이 없다.

오히려 해당 산별연맹이나 노조의 활동가들이 기층에서 실질적인 파업 조직에 나서야 한다. 4·24 총파업에 뜨뜻미지근한 자신의 산별연맹이나 노조 집행부에 압력을 가하고, 현장 조합원들이 행동에 나설 자신감을 갖도록 설득하고 조직해야 한다.

기층에서 이런 활동이 벌어지면, 노동조합 지도자들 사이에서 투쟁적인 좌파 지도자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 이것은 투쟁적 지도부에 대한 지지이자 압력이기도 하다. 반면 이런 기층의 활력이 없으면, 아무리 투쟁적인 지도자일지라도 다른 산별연맹 지도자들에게 기대고 점점 더 그들과 보조를 맞추려 할 수 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 전체의 기풍과 정신, 규범에 순응하라는 압력에 굴복하면서 말이다.

좌파 지도부의 등장은 투쟁에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열쇠는 현장 조합원들에게 있다.

현장 활동가들의 네트워크가 있다면 이런 일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산별연맹과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 결의를 이끌어내고, 현장에서 총파업 토론회를 개최하고, 총파업 실천단을 조직하고, 현안과 결합해 크고 작은 집회와 투쟁을 조직할 수 있다.

가령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활동가들이 4·24 총파업을 결의하도록 이끈 것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 금속노조 집행부는 그 전까지 ‘법안 상정시 또는 가이드라인 공식 발표시’ 조건부 총파업 계획을 내놓고 있었다. 이럴 수 있었던 것은 기아차의 한 활동가가 수정안을 발의하고, 현대차와 현대제철, 다스 등의 현장 활동가들이 수정안 통과를 위해 협력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현장조직 소속의 활동가들이 현장과 산별 그리고 지역에서 총파업의 실질적 조직을 위해 이런 협력을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총파업에 대한 한상균 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그것을 성사시킬 힘은 현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비록 지금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충천한 상태는 아니지만, 활동가들이 파업 조직을 위한 활동에 나서면 현장 조합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다양한 주요 시사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정치적 주장도 중요하다.

활동가들은 사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능동적인 자세를 가지고 4·24 총파업 조직에 매진해야 한다.

4·24 총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활동가들은 2015년 총파업이 잘 전개될 수 있는 방안과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첫째, 4·24 총파업의 실질적 성사를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정한 4월 24일에 맞춰 산하 산별연맹과 노조들이 함께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의원대회에서 일껏 결정해 놓고 산하 노조들이 ‘현실적’ 여건을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총파업 결의문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말 것이다.

일부 노조 지도자들은 각 노조의 여건에 맞게 다양한 일시와 방식으로 투쟁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총파업의 효과를 낼 수 없다. 단 하루일지라도 모든 부문의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에 돌입해, 공장을 멈추고, 관공서를 멈추고, 마트를 멈추고, 학교를 멈춰야 한다.

최근에는 총파업이라는 말이 너무 느슨하게 쓰이는 경우가 흔하지만, 총파업은 여러 부문의 모든 노동자들이 동시에 파업에 돌입하는 것을 뜻한다. 4·24 총파업이 무늬만 총파업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한상균 위원장은 후보 시절 생색내기 수준의 총파업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단시간의 형식적인 경고성 파업에 머문 그동안의 민주노총 ‘총파업’과 선을 긋는 확언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제동을 걸려면 하루 총파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 총파업조차 규모 있게 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 4월 24일 이후 부문별로 파업과 집회가 지속되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이를 더 확대해야 하지만, 이것이 4월 24일로 집중하는 것을 대체하는 계획이 돼서는 안 된다.

4·24 총파업은 부문별 파업과 점거와 시위 같은 앞으로의 투쟁을 위한 도약대가 돼야 한다. 그런데 도약대가 허약하면 제 구실을 할 리 없다. 4월 24일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총 결집해서 위력적인 힘을 보여 줘야, 정부에 경고를 보내고 조합원들에게 다음 투쟁을 향해 전진할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이 점에서, 이미 4·24 총파업 동참을 예고하고 있는 전교조, 건설노조, 금속노조 등만이 아니라, 공무원노조와 공공부문의 주요 노조 등이 파업 일정을 4월 24일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지지하면서도 자기 부문에서는 현실적 여건 때문에 뭔가 해보기 어렵다고 느끼는 활동가들도 있다. 그러나 지레 포기하기보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보면서 활동해 나가야 한다. 공무원노조 대의원대회의 사례는 활동가들이 조금 더 빨리 협력적으로 대응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도 있었음을 돌아보게 한다.

4·24 총파업 참가에 회의적인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은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지 않고 총파업에 나섰다가 탄압에 직면할 것을 크게 우려한다. 이런 우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합법주의 입장에 서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총파업은 아예 불가능하다. 저들의 법이 권위를 갖는 것은 우리가 그것에 굴복할 때다. 다 함께 파업해 위력을 발휘하면 탄압도 무력화 또는 적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기면 합법이고 지면 불법”이다.

또 4·24 총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단지 하루 일터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는 날이 아니라 시위의 효과를 실제로 내, 집회 참가자들의 자신감을 북돋고 정부를 압박하는 날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서울로 상경해서 되도록 큰 규모의 집회와 시위를 해야 한다.

물론 작업장 점거와 지역 집회들이 결합되면서 총파업이 여러 날 이어질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재 활동가들은 무기한 총파업 계획을 지지할 만큼 자신감이 높지는 못하다. 이번 4·24 총파업 성공을 사기 진작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 집회를 지역별로 분산해서 소규모로 한다면, 수도에 집결해 대규모 시위를 하는 것만큼의 정치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그동안 일부 산별연맹은 간부들만의 상경 집회로 총파업을 때우기도 했던 터라, 활동가들은 형식적인 일회성 상경집회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현장을 멈추는 실질적인 파업과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규모 상경집회는 결코 대립되지 않는다. 활동가들은 둘의 결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장 노동자들을 조직하지 않은 채 간부 동원에 머물거나 소수의 보여 주기 식 거리 대치로 때우는 것을 막고, 파업과 시위 모두에서 현장 조합원들의 참여를 중심에 놓을 수 있다.

단결이 중요하다

둘째, 총파업이 실질적으로 성사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부문의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것이다. 활동가들은 여러 부문의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정치적 주장을 제시하고, 여러 부문의 투쟁을 서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박근혜 정부와 주류 언론의 이간질에 잘 맞서야 한다. 경제 위기의 심도가 깊어 노동자 계급의 주요 부문을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고립시켜 공격할 만한 여유가 없는 박근혜 정부는 여러 노동자 부문들(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파상공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파상공세의 약점을 노동자 계급 내부의 상이한 부문들을 서로 이간질해 각개격파하는 전략으로 돌파하려 한다.

박근혜의 이런 전략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즉, 비정규직 확산이 정규직 과보호에 따른 결과로 정규직의 임금과 고용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양산해 놓고, 또 다시 신자유주의 처방을 내놓으려다 보니 이런 문제의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유노조·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을 좋은 일자리를 독점하고 청년·여성·비정규직의 기회를 빼앗는 악으로 묘사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좋은 일자리를 빼앗아 조깨서 나누고 임금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노조·대기업·정규직 노동자의 ‘과보호’를 깨겠다고 내놓은 대책은 단지 전체 노동자의 7.4퍼센트에 불과한 이들만을 겨냥하는 게 결코 아니다.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전체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화시킬 것이다.

가령, 정부는 정규직 과보호를 없애겠다며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법리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제한을 손보려 하는데, 이렇게 되면 무노조·중소영세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법적 보호장치를 잃게 되고, 이들이야말로 사용자와의 세력관계에서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노골적인 비정규직 제한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기간 제한 연장뿐 아니라 파견 허용 제한도 완화하려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전체 노동자 10명 중 3명이 파견 허용 대상이 된다.

물론 유노조·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으름장만 놓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잘 조직된 노동자들은 단협을 통해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이미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공공부문 1차 ‘정상화’ 공격으로 지난해 이미 많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악화됐고, 지금 국립대병원 노조들은 단협 해지 위기에 놓여 있다.

정부는 업무 저성과자 퇴출제,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을 공공부문에서부터 밀어붙이겠다고 하고 있다. 이게 성공하면 민간 기업주들도 이런 조처들을 추진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정부가 ‘철밥통’ 비난을 앞세워 공무원연금을 개악하고 그것을 지렛대로 국민연금을 개악하려는 것과 똑같은 전술이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여러 부문에 가해지는 서로 상이한 공격이 자본의 비용을 줄여주려는 같은 목적에 따라 추진되는 공격이므로, 서로 힘을 합쳐 막아야 된다고 조합원들에게 주장하며 단결을 촉구해야 한다. 즉, 일반해고 요건 완화가 왜 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고 노동자 계급 전체의 문제인지, 파견 확대 저지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위해 왜 정규직도 나서야 하는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왜 민간부문 노동자들이 지지해야 하는지 등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활동가들 중에도 정규직과 공공부문 방어에 부담을 느끼거나 꺼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여기에는 ‘철밥통’ 이데올로기 때문에 지지를 받지 못하고 고립될 것이라는 두려움, 공공부문과 대공장 노동자들의 조건을 방어할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회의감, 심지어 정규직 이기주의 담론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동조 등이 얽혀 있다.

그러나 정규직과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을 방어하는 데서도 중요하다. 공무원연금 개악은 국민연금 개악의 지렛대가 되고, 공공부문 ‘방만’ 비난은 민간 기업의 노동조건 악화 압력으로 작용하며,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악은 전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 조직된 부문의 자신감을 분쇄해 전체 노동자 계급의 처지를 악화시키려는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맞서 그들을 방어하는 동시에, 이들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을 지지해 실질적으로 연대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다른 노동자들을 방어할 자신감을 갖기는 쉽지 않다.

4·24 총파업을 투쟁의 도약대로 만들자

셋째,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단지 하루 총파업으로 박근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활동가들은 이 파업이 투쟁을 더욱 전진시키는 도약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4·24 총파업이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 여러 부문의 파업과 투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활동가들은 4·24 총파업 성사만이 아니라 좀더 길게 내다봐야 한다. 적어도 올해 투쟁을 내다 보면서 4·24 총파업이 어떤 구실을 하도록 해야 하는지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 또, 전진과 후퇴를 모두 예상하면서 조급증을 갖지 말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운전을 할 때도 멀리 봐야 운전을 잘 할 수 있다. 그래야 도로 사정을 미리 파악해 여유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고, 장애물에 막혀 시간 까먹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투쟁이 동력을 잃지 않도록 정치적 대응을 잘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동시장 구조 개악안 합의와 관련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참가 문제나, 공무원연금 개악 합의 압박에 잘 대처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비단 노동 쟁점과만 관계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벌어진 미 대사 습격 사건에 따른 분위기 냉각에도 잘 대처해야 투쟁 동력을 훼손당하지 않을 수 있다.(탄압으로부터 방어하면서도 개별적 폭력이 아니라 4·24 총파업 같은 노동자 계급의 집단적 행동에서 대안을 찾자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또, 정치적 불안정이 큰 시기이므로 정치적 쟁점들을 이용해 산업 현장에서 투쟁 가능성을 높여도록 애써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가 아닌 좌파적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돈이 없는 게 문제는 아니다.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만 522조다. 이 돈 가운데 4.3조만 들이면 10대 그룹이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화하고 임금도 대폭 인상할 수 있다. 또, 법인세를 대폭 인상해 복지를 증대하는 것도 노동계급의 삶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논의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진정한 대안과 전략 논의로도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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