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경제 위기와 구조조정 고통 전가 위해 강행하는 노동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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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이후 박근혜 정부는 노동·민중운동 단체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후보 시절부터 폭력 시위를 계획했다는 둥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 물대포를 맞아 사경을 헤매는 농민,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 한상균 위원장 구속과 ‘소요죄’ 적용, 1천5백 명이 넘는 관련자 조사 등 독재자 딸의 혹독한 탄압은 국제적 이목을 끌고 있다.
이런 탄압과 민주주의 권리인 집회 권리의 침해 속에서도 민중총궐기는 꽤 큰 규모로 두 차례나 더 열렸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저항이 완강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1차 총궐기와 마찬가지로 2, 3차 총궐기의 주된 대열은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각종 진보·좌파 단체였다.
‘노동자들은 더는 싸울 능력이 없고, 싸워도 지지받지 못한다’는 주장이 유행이지만, 노동자들은 상당한 잠재력을 보여 준 셈이다. 물론 단순한 민중의 일부로서 행동하는 것을 넘어서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노동자들 고유의 힘을 온전히 발휘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2016년 경제정책과 노동개악
현재 노동자 투쟁은 정치적 항의의 형식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상당한 저항을 보여 주고 있다. 물론 사용자들의 이윤을 공격해 ‘노동개혁’에 제동을 거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주로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소심함 때문이다. 애초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궐기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총파업으로 나아가겠다고 공언했었다.
노동자들의 상당한 저항 속에서도 박근혜는 특유의 집요함으로 연일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다그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에 합의를 압박하는 한편, 직권상정과 심지어 긴급재정경제명령 카드마저 만지작거리고 있다.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지침 관철도 연말 연초에 강행하려 한다. 고용노동부는 12월 30일께 열릴 4개 노동법 학회 주최의 토론회에서 정부 지침 초안을 공개할지 논의 중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 12월 16일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관계부처 합동)에서 연말 연초 ‘노동개혁’ 입법과 지침 발표를 바탕으로 내년에 노동개악을 실질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경제 침체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길 수 있도록 노동조건을 악화하고 노동권을 제약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기업 구조조정이 쟁의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하겠다고 한다. 이는 정리해고를 앉아서 당하라는 얘기다. 또, 채용부터 평가, 보상, 배치전환, 퇴직까지 근로계약 전반에 성과 중심의 인력 운영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최근 경총을 비롯한 경제 5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활성화’ 2법과 ‘노동개혁’ 5법의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재인은 12월 17일 “반(反)기업적 집단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며 쟁점 법안의 협상을 지시하고 나섰다. 이것은 안철수의 분당과 안(安)의 중도개혁 노선 압박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계급적 성격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은 대표 취임 직후에도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우리 당은 반기업 정당이 아니다”고 강조했었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개혁’ 문제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다. 당론으로 ‘노동개혁’ 5법에 반대한다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정규법을 제외하고 논의 가능’에서 ‘비정규법도 논의 가능’으로, ‘논의하되 처리 불가’에서 ‘비정규법을 제외하고 처리 가능’으로 거듭 후퇴해 왔다.
결국 12월 21일 입법전략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쟁점 법안을 놓고 협상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추세로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남은 임시국회(1월 8일까지) 기간에 심지어 비정규법에서마저 후퇴할 수 있다.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파업
노동운동 안에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잖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과 원내대표의 직무 거부, 새누리당의 공천룰을 둘러싼 계파싸움 등 정치인들 간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다툼으로 국회 일정과 협상 결과가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자기들끼리는 “서로 싸우지만”, 노동자 착취를 놓고는 “형제”라는 마르크스의 지적을 알아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재 입장만 놓고 봐도 임시국회에서 최소한 ‘노동개혁’ 법안 일부(비정규법을 제외한 3법)가 통과될 위험은 매우 크다. 노동운동 일각에서는 비정규 2법만 막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머지 3법도 모든 노동자들의 조건을 크게 악화시키는 법률들이다. 통상임금, 노동시간과 연장근로 수당, 실업급여, 산재보험 문제는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보더라도 중요한 쟁점이다.
심지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거래 속에 ‘노동개혁’ 5법이 패키지로 통과될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
설사 국회 일정이 조금 지연된다 해도, 노동자 투쟁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것은 야합을 위한 숙성 기간이 될 공산이 크지, ‘노동개혁’ 법안 저지로 귀결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정부는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지침도 연말 연초에 강행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내년 1월 중에 “노동시장 체질개선 조치[를] 종합 마련·시행”하겠다고 명시해 놓았다.
이 점에서,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국회 일정이나 지침 발표 지연에 운을 맡기려 하기보다 단호하게,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파업을 단행해야 한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12월 17일 회의에서 28~30일 ‘순차파업’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국회 일정이나 지침 발표 일정에 따라 파업 일정도 순연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총파업 일정의 연기는 이미 세 차례나 있었는데, 거듭되는 파업 취소와 연기는 지도부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조합원들의 열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순차파업이라는 방식도 실질적인 파업 효과를 내기에는 부족하다.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당선 이후 여러 차례 “시한부 총파업이 아니라” “끝장[을 보는]” “전면 정치총파업”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이야말로 그런 파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단호한 투쟁에 나서야만 노동계급이 노동개악을 최소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그래야 내년에 ‘노동개혁’ 법률이나 지침의 실제 적용을 둘러싸고 노동 현장에서 벌어질 충돌에 대비할 수 있다. ‘노동개혁’ 법률이나 지침이 노동계급 삶에 미치는 효과를 최소화 또는 무력화하려면 현장 투사들과 좌파들은 이런 투쟁들을 잘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