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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안 16일 환노위 상정, 20일 법안심사소위 시작:
경계! 11월 23일부터는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될 수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연내 ‘노동개혁’ 강행을 부르짖고 있다. 올 한해 동안 박근혜는 세월호 시행령, 공무원연금 개악,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관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마무리하기 위한 길을 닦아 왔다.

안타깝게도 노동운동은 이런 공격들을 좌절시키지 못했다. 이제 ‘노동개혁’ 5대법안 처리가 눈앞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여당의 노동개악안은 11월 16일 국회 환노위에 상정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그리고 20일부터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기 시작한다. 법안심사소위가 열리면 계류된 순서대로 법안을 심사하게 된다. 논란이 있는 법안의 심사가 뒤로 미뤄진다 해도 그 다음주(23~27일)에는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5대법안 심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개악을 멈출 파업을 단호하게 조직해야 한다. ⓒ이미진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금 민주노총이 제시하고 있는 12월 3~9일 총파업 일정은 뒤늦을 수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3일)과 정기국회 종료(12월 9일) 사이가 가장 급박한 시기”라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 일정대로 가면 민주노총의 총파업 기본방침인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시”를 그대로 넘길 위험이 작지 않다.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법안심사소위 상정 일정을 지연시키거나 심지어 통과를 막아 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하지만 국회 바깥 노동자 투쟁의 거대한 압력 없이 새정치연합이 이렇게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은 법안심사소위 상정을 막는다는 입장이 아니다. 그들은 법안 논의 자체를 막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새정치연합이 자신들의 노동개혁안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봐도 법안심사소위 논의에 들어가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산안과 관련된 이해관계를 보더라도 새정치연합이 법안심사소위 상정을 12월 초로 지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정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국회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이 자동 부의되고 이를 법정 시한(12월 2일)까지 처리하게 돼 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지역구 관련 예산안의 증액을 원한다는 점을 아주 잘 알기 때문에 ‘노동개혁’ 5대법안 처리와 예산안 처리를 연동시키려 한다.

총선 전일지라도 주의해야 할 새정치연합의 본성

만약 12월 초 전에 노동개악안이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는데도, 준비 부족을 이유로 12월 초 총파업 계획을 유지하면서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지켜보면, 새정치연합의 배신에 뒤통수를 맞을 위험이 커진다.

새정치연합은 ‘노동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정규직 양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보호를 명분으로 얼마든지 새누리당의 노동개악에 타협할 수 있다. 비정규직 개악안만 문제라는 듯이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을 우선 논의하면서 우리 측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고, 그러다가 결국 비정규직 개악안마저 적당히 타협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노동개혁’ 반대 운동 진영 내에서 ‘어차피 저지할 수 있느냐’, ‘새정치연합안이 차악이지만 그것을 반대하면 대안이 있느냐’, ‘비정규·미조직을 위해 정규직이 양보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온갖 편향된 논리가 고개를 들며 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조정되고 있는 국회 일정만 바라보면 무엇 하나 분명한 것 없이 그저 ‘준비’라는 이름으로 11월을 보낼 수 있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파업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꺼내들어 노동법 개악 정국에 영향을 미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환노위 상정 보도가 흘러나오는데도 여전히 ‘대기’ 신호만 보내는 지도자들을 보면서 현장 조합원들은 투쟁의 확신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12월 초가 결정적 시점이냐, 12월 중하순이 결정적 시점이냐’를 물을 때가 아니다. 이것은 얼핏 현명하고 능숙하고 면밀하게 투쟁 일정을 계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세적인 물음일 뿐이다. 국회를 바라보며 투쟁을 미루는 것은 경제 위기가 심각한 시기의 자본가 계급 정치인들에게 보일 태도가 아니다. 총선이 채 반 년도 안 남았다 해도 말이다.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효과도 나야 한다

사실, ‘노동개혁’ 추진은 이미 노동현장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교사들의 임금과 인사 정책을 개악하는 입법을 예고했고, 저성과 공무원 퇴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입법을 예고한 상태다. 공공부문에서는 임금피크제를 거의 관철한 데 이어, 11월 25일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자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매우 단호하게 추진해 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고령자와 청년들을 이간질하기는 기본이고, 강력한 탄압과 함께 사회적 대타협기구(공무원연금 개악에서 보듯이)를 활용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노동개혁’ 공세에 제동을 걸려면 우리 측도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노동개혁’ 법안을 저지하려면 그저 형식적인 하루 파업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늉만 내는 파업이라면 저들은 총파업 일정을 언제로 잡든 그때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이라는 공약으로 직선제 첫 지도부가 된 한상균 호가 박근혜의 ‘노동개혁’에 제동을 걸려면 적들의 공격 시점에 관해 안일해서는 안 된다. 해고통지서가 날아가고 산 자와 죽은 자가 나뉜 다음에는 대량해고 반대 투쟁이 힘들어지듯이, 법안 통과 임박까지 총파업을 미루면 주도권은 국회를 주름잡는 시장주의 정치인들에게로 점점 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변변찮은 효과만을 낼 하루 파업이나 순환 파업이 아니라 실제로 개악을 멈추는(잠정 유보시키는 것일지라도) 효과를 낼 파업이 벌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