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프랑스의 노동법 개악 저지 파업:
노동자들이 힘이 있음을 보여 주다

노동법 개악 반대 투쟁이 몇 달째 프랑스를 뒤흔들고 있다. 본지는 영국 사회주의자 데이브 수얼이 프랑스 현지를 누비며 쓰는 기사를 꾸준히 싣고 있고 이 기사는 5월 31일에 쓴 것이다.

프랑스에서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파업과 시위가 갈수록 확산하면서 중도좌파 정부가 위기에 처했다.

정유소 노동자들은 파업과 함께 석유 저장소로 향하는 도로도 봉쇄하며 기름 부족 사태를 촉발했다. 지난주에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도로 봉쇄를 폭력적으로 풀었지만 기름 부족 사태는 부분적으로만 완화됐을 뿐이다.

정부는 파업의 타격을 줄이려고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고 있다. 정유소 대다수는 여전히 파업 중이다.

5월 27일, 총리 마누엘 발스의 지침에 따라, 석유를 수입하는 항구 르아브르의 사장들은 공항에 공급할 기름을 빼내려 했다. 그러자 [이미 파업 중이었지만 안전 관리를 위해 남아 있던] 항구관리 노동자들이 일제히 철수했다.

프랑스 노동총동맹 CGT에 속한 노조 활동가 파비앙 부르둘루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측이 석유관 밸브를 열자, 우리는 모든 조합원들에게 작업장에서 나오라고 했습니다. 저 저장소에 남은 기름으로 경제를 재가동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같은 날, 노장쉬르센 핵발전소 노동자들도 파업을 재개했다. 노동자들은 발전량을 1천 메가와트 이상 줄였는데 평상시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그곳 CGT 노조 활동가 올리비에르 미샤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찰이 언제 어떻게 들어올지 몰라서 우리는 충돌 없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려고 아침 일찍 움직였습니다.”

한편, 수많은 노동자들이 마르세이유의 공항으로 몰려 들었다. 에어프랑스 노동자 연대의 날 시위에 참가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10월] 사측이 3천 명에 달하는 해고 계획을 발표하자 [CGT 소속] 에어프랑스 노동자들이 경영진의 옷을 찢으며 항의한 바 있는데, 최근 그 때문에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와 경찰은 파업을 이끄는 몇몇 부문을 상대로 지구전을 벌이려 한다. 그러나 지난주에 수십만 명이 연대 시위에 나섰고 더 많은 부문의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파리 버스 노동자들은 5월 31일부터 당분간 파업에 나서고, 항만 노동자들도 하루 파업에 나선다. 6월 3일부터는 항공사가 3일 파업에 돌입하고, 그 다음 주에는 철도 노동자들이 유로2016 축구 대회[4년 마다 열리는 유럽의 국가대표 대항전으로 올해 6월 11일 프랑스에서 개막한다]에 맞춰 파업 수위를 더 높일 예정이다.

노동조합은 6월 14일 화요일 파리에서 전국 집중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활동가들은 이 시위를 발판 삼아 아직 파업에 돌입하지 않은 작업장에서 파업을 확산시키려 한다.

정부는 노동조합이 국민을 “볼모”로 잡고 협박하는 “소수”라고 말한다. 그러나 CGT 조합원만 하더라도 모든 주요 정당의 당원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더욱이, 대다수 사람들이 현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게 묻고 있고 정부가 노동법 개악안을 철회하길 바란다는 것이 거듭된 여론조사의 결과다.

최근 정부는 노조 지도자들을 대화로 끌어내려 한다. 정부가 상황 수습을 위해 기댈 수 있는 방안은 노조 지도자들이 투쟁 확대를 막아 주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개악안 철회하지 않으면 우린 끝까지 간다” 철도 노동자들은 32년 만에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로 2016 개막에 맞춰 파업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철로를 점거한 CGT 철도 노동자들. ⓒ사진 출처 Patrick Batard (플리커)

노동자가 거부하자 사회가 멈추다

프랑스 파업은 노동자들이 사회를 어떻게 굴러가게 하는지, 따라서 사회를 멈춰버리게 할 수도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5월 26일에 벌어진 전국적 투쟁은, 지난 두 달 사이 여덟 번째로 벌어진 전국적 항의 행동으로 3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신문 판매대에는 좌파 신문 〈뤼마니테〉 한 종만 깔렸다. 다른 모든 신문들이 CGT 위원장 필립 마르티네즈의 글을 싣지 않았기 때문에, 인쇄 노동자들이 모조리 인쇄를 거부한 것이다.

파업 노동자들은 센 강을 가로지르는 노르망디 교를 봉쇄하고는, 총리 마누엘 발스의 “오만함” 때문에 투쟁에 나섰다고 언론에 밝혔다.

당일 파업으로 그친 작업장의 노동자들도 집중 집회에 참가했다.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영국 포츠머스발 프랑스행 여객선들이 결항됐고 공항 관제사들의 파업으로 항공 교통이 혼란을 겪었다.

노동법 개악에 맞선 이 운동 덕분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걸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세무 노동자들도 직장 폐쇄에 맞서 파업 중이다. 푸조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도 노동조건 공격에 맞서 파업을 벌였으며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창고를 점거했다.

전력·석유 부족 사태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업무량을 줄이고 있다. 파업 때문에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관중도 줄었다.

최근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는 이번 저항이 1968년 5월 파업의 재림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해야만 했다.

노동법 개악안을 발의한 고용노동부 장관 미리암 엘 콤리는 26일 밤 TV 인터뷰를 취소해야 했다. 시위대가 방송국 창문을 두들기며 촬영을 방해한 것이다.

곳곳에서 이뤄지는 도로 봉쇄

지금 프랑스에서 활동가들은 파업뿐 아니라 도로봉쇄와 점거도 진행 중이다. 낭뜨의 교사 산드라 코르미어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낭뜨에서 우리는 주요 도로와 전차 선로를 가로 막았습니다.

“우리는 아침 일찍 모임을 갖고, 목표 삼은 곳으로 함께 가서 점거하고, 필요하면 바리케이트를 치고 불도 피웁니다.

“그러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어요. 우리의 목적은 바로 ‘경제를 봉쇄하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파업에 나서는 노동자들은 소규모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다른 노동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죠. 그러나 여전히 핵심은 파업을 더 확대하고 심화시켜서 노동계급의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5월 26일 파리에서 10만 명이 참가한 노동법 개악 반대 시위. ⓒ사진 출처 Julien Akif (플리커)

개악안의 내용은 무엇인가?

프랑스 정부가 추진 중인 개악안은 그간 노동자들이 힘들게 싸워 쟁취한 권리를 훼손하려는 것이다. 기업이 해고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줄이고, 더 적은 임금, 더 긴 노동시간을 강요하려는 점에서 가히 사장들의 ‘헌장’이라 할만 하다.

개악안이 실시되면 사장들은 원치 않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경제 위기로 타격받은 기업들만이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것을 모든 회사들로 확대하려 한다.

2조가 핵심 조항이다. 그에 따르면 전국적 또는 산별 협상에서 결정된 사항보다 더 나쁜 조건을 개별 작업장 수준에서 노동자들에게 강요할 수 있다. 사실상 전국 단위 산별 협상을 무력화시키고, ‘바닥으로의 경주’를 유도할 것이다.

사장들은 프랑스 노동자들의 권리를 후퇴시키길 오랫동안 갈망해 왔다. 유럽연합 지도부는 프랑스 정부의 이런 공격을 격려하는 권고안을 최근 발표했다.

정부는 일부 부문 노동자들에게 양보함으로써 투쟁을 차단했다. 그러나 이는 다른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도록 고무하는 (역)효과를 냈고, 반대로 사장들의 연합 메데프와 위선적 보수야당이 법안에 등을 돌리도록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 사회당 내 평의원들의 반발까지 겹치자 정부는 개혁안 통과에 필요한 원내 다수를 확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정부는 국회 토론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헌법의 비상 조항을 꺼내 들었다.

이것은 사람들을 한층 더 분노케 했고, 그런 분노는 운동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정부 불신임 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키웠다.

벨기에에서도 파업 투쟁이 벌어지다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벨기에에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법 개악에 반대해서 5월 31일 각지에서 파업이 벌어진다. 앞서 5월 24일에는 수도 브뤼셀에서 6만 명 규모의 시위도 벌어진 바 있다.

25일 저녁, 벨기에 철도 노동자들은 파업을 선언하고 단 몇 시간 만에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을 촉발한 것은, 원래 초과 노동의 대가로 보장됐던 유급 휴일을 사장들이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사장들은 이미 인력과 예산도 줄였다.

열차 승무원이자 공공노조 CGSP 간부인 요르단스 크로아세르트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열차 정비·수리 기지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오랜 시간 함께 일하고, 연대 의식이 아주 강합니다.

그러자 금세 다른 부문 철도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섰어요. 마치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처럼 말이죠. 철도 노동자들 사이에 연대 네트워크가 있는데 지금 그것이 성공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공격하는 현 정부는 깡패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현 정부의 정당성을 의심합니다. 애초 약속과 달리 극우 정당을 끌어 들여 연립정부를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