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 브렉시트 협상, 카탈루냐 독립, 제러미 코빈의 부상:
유럽 중도정치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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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다.
2017년 초여름에 유럽연합의 지배계급들은 집단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네덜란드 총선과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정당들이 돌파구를 내지 못한 이후 성장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유로존 위기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2018년에 접어드는 지금, 유럽의 신자유주의적 중도파들의 사정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결정적인 것은 2017년 9월 독일 총선 결과이다. 독일 정치를 양분해 온 두 세력, 보수 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 기사당, 녹색당, 초강경 신자유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이 벌이던 연정 협상은 정책 차이와 연정 구성에 연관된 복잡한 정치적 셈법 때문에 결렬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많은 알랑쇠들이 메르켈을 두고 서방 세계의 진정한 리더가 됐다고 아첨을 해 왔지만, 사실 메르켈은 총리직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처지이다. 그리고 자당의 우파와 그보다 더 보수적인 바이에른 지역 기반의 기사당으로부터 점점 더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너무 중도로 기울어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우파 유권자들 사이로 파고들 틈을 줬다는 이유에서이다.
한편, 마크롱은 친기업적 예산과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면서 인기가 곤두박질쳤다. 유럽연합 통합 강화 논의는 좌초될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독일이 유럽연합을 “송금 동맹”으로 만들려는 것, 즉 유럽연합 내에서 부를 부유한 국가에서 가난한 국가로 재분배하려는 것에 일절 반대하는 것이 한 이유이다.
현재 유럽연합이 실질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곳은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불운한 보수당의 소수 정부를 상대하는 브렉시트 협상뿐이다. 유럽연합과 영국 사이에는 교섭력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 시장에 접근해야 하는데, 이는 오직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유럽사법재판소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거나 유럽연합 측이
유럽의 추악한 얼굴은 스페인에서 가장 여실히 드러났다. 유럽연합은 카탈루냐 독립 운동을 분쇄하고자 한 스페인의 우파 국민당 정부를 지지했다. 자결권을 획득하려는 카탈루냐의 투쟁 역사는 스페인 왕정
이와는 대칭적이게도,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프랑코 독재에 맞선 투쟁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자, 노동자·학생 운동과 더불어 바스크 민족주의와 카탈루냐 민족주의도 되살아났다. 1976~1978년 구 체제와의 “협상을 통한 단절”이 이뤄졌다. 이는 군부, 프랑코주의 운동의 실용주의 분파, 공산당 사이의 합의로 도출된 것이었다. 이 합의로 카스티야계가 아닌 민족들이 자치정부를 세울 권리를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가 수립됐지만, 노동자 운동은 임금 인상 억제 조처와 독재 치하에서 발전한 자본주의의 지속을 수용했다. 비록 바스크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무장 투쟁이 이어졌지만, 이 구조는 2010년 이후 유로존 위기가 고조될 때까지 지켜졌다.
그러므로 카탈루냐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독립 지지 세력이
따라서 카탈루냐 사례는 유럽연합이 매우 권위주의적인 버전의 신자유주의로 선회했음을 보여 준다.
카탈루냐 위기에 대한 개혁주의적 좌파의 태도는 그리 바람직하지 못했다. 사회당은 라호이를 지지했다. 심지어 급진 민중주의를 자처하는 정당 포데모스조차 10월 1일 주민투표를 불법이라며 비난했다. 카탈루냐 독립 운동 주류의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민족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스페인 국가가 카탈루냐인들의 자결권을 부인하는 것을 용인해선 안 된다. 자결권은 민주적 기본권이라는 점이 카탈루냐 문제를 다루는 사회주의자들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특정 국가 구조를 지지하면서 그것이
유럽의 다른 곳에서도 주류 좌파는 기존 구조를 방어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의회 의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독일 사회민주당의 대표인 마틴 슐츠의 가망 없는 행보가 그 입장을 가장 잘 보여 준다. 오늘날 유럽 부르주아 정치에 득시글거리는 장삼이사 정치인의 전형인 슐츠는 메르켈과 차이가 별로 없어 보였다. 사회민주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뒤 슐츠는 기민당/기사당 블록과의 대연정에 이번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야당으로 있으면서 사회민주당의 지지 기반을 재구축하겠다던 이 분별 있는 결정은 금방 뒤집어졌다. 메르켈이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재선거를 해야 할까 봐 두려워한 사회민주당 의원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슐츠는 새 정부를 구성하는 협상에서 강경하게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유럽합중국을 세우고 이 연방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회원국은 추방하도록 유럽연합 헌법 조약을 새로 만들자고 요구했다.
중요한 예외 사례는 물론 제러미 코빈과 존 맥도넬이 이끄는 영국 노동당이다. 테리사 메이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유럽연합 탈퇴를 다룬 1단계를
2017년 12월 초
“많은 투자자들이
[2017년] 6월 총선 이후에야, 즉 노동당이 의석 30석을 늘리며 테리사 메이의 보수당이 의회 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게 된 이후에야 제러미 코빈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이래로 어떤 투자자들은 수억 파운드어치의 투자를 영국 바깥으로 돌렸다. 어떤 투자자들은 정계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속도를 냈다.
“개인 주식 투자자 에디 트루얼은 ‘제러미 코빈의 부상으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는 벌써 2억 5000만 파운드 상당의 가산 전액을 영국에서 빼내어 스위스로 옮겼다. ‘만일 그가 집권한다면 저는 망할 겁니다. 정말 재앙적인 일일 거예요.
“트루얼은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다른 투자자들이 “나는 영국에 투자하고 싶지가 않아. 브렉시트가 아니라 코빈 때문에 그래”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다른 개인 주식 펀드 매니저도 이에 동의하면서, 코빈이 집권하면 브렉시트는 ‘사소한 쟁점’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코빈이 총리가 되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으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말이다.”
[ii]
2017년 9월 노동당 당대회에서 존 맥도넬은 자신의 팀이 “전시 상황에 버금가는 가상 시나리오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파운드화 투매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일 그런 식의 자본 유출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 보진 않지만, 모르는 일입니다.”
“맥도넬 씨는 노동당과 영국의 재계의 사이가 개선됐음을 보이려 지난 수 개월 동안 곤경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노동당의 개입이 강화됐다고 말한다. ‘소프트 브렉시트’와 사회기반시설 지출 증대 바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세금 인상과 더 많은 국가 개입 요구를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v]
브렉시트 때문에라도 런던 금융가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거기에 코빈이 총리가 된다면 영국을 떠나는 돈의 쓰나미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쉽사리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자본 유출이 단지 교과서에만 있는 개념이 아님을 보여 준 과거 사회민주주의 정부들의 경험을 다시 확인시켜 줄 것이다. 이 도전에 더해 코빈은 국가 관료들의 방해, 내각과 노동당 의원들 속에 있는 블레어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