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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개혁 염원 표 덕분에 선거 압승하고 우회전 개시하다

지방선거에서 사람들은 한반도 평화조차 반대하며 적폐 청산과 개혁의 발목을 잡는 자유한국당을 꼭 낙선시키고 싶어 했다. 당선 가능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표가 쏠린 가장 큰 이유다.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 출신 정치인들과 지역 조직들이 선거 전에 민주당으로 대거 이동했다.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 공천 후보자 수는 지난 지방선거의 2.6배로 늘었다(선출 정수 대비 민주당 출마자 수가 17퍼센트에서 42퍼센트로 증가). 민주당이 압승한 울산에서 민주당 구청장 당선자들 다수가 친박계 출신자들이다.

이렇게 우파를 포용한 민주당은 지방선거 압승을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한 우회전에 이용하고 있다. 김종필에게 훈장을 준 것은 시사적이다. 그는 5·16 쿠데타 주역으로 4월 혁명의 성과를 무로 돌리고 다름 아닌 민주당 정부를 전복한 자였다. 친문 조직들은 근거없는 사생활 의혹으로 친진보 성향인 이재명 비난에 앞장선 반면, 김종필의 더러운 공적 생활은 별로 비판하지 않았다.

종종 줄타기를 하겠지만, 앞으로 우회전만이 아니라 역주행도 보게 될 것이다 ⓒ제공 〈노동과세계〉

문재인 정부는 노동 문제에서는 지방선거 전부터 우회전하기 시작했다. 1월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저임금을 고착화시킬 표준임금제(안)을 내놨고, 2월 말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5월 말에는 최저임금 삭감법까지 통과시켰다.

특히 후자는 반발을 샀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과 ‘소득 주도 성장’의 기조를 뒤엎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두 정책을 현 정부의 친노동 기조를 보여 주는 증거로 봤다. 노동계 일부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한 배경이다.

그러나 문재인은 최저임금 개악 통과 직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소득 주도 성장이 아니라 ‘혁신 성장’을 강조했다. 혁신 성장은 민영화, 영리화, 노동유연화 등 친기업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기업 투자를 고무한다는 신자유주의적 정책 담론이다. 문재인은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그래서, ‘패싱’ 논란이 있었던 경제부총리 김동연이 6월 1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공무원·공기업 등 공공부문 전반에서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바로 박근혜가 추진했던 노동개악으로, 인건비 절감과 노동자 통제를 강화하려는 임금 정책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소득주도성장론자인 청와대 경제수석 홍장표가 최근 밀려났다. 그 자리는 ‘모피아’(친기업적 재무부 관료) 출신자로서 반노동 색채가 뚜렷한 윤종원으로 대체됐다. 지난해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하면 전쟁 난다는 식의 황당 괴설을 써서 선거기사심의위원회 등의 경고까지 받은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가 경제수석 교체를 “잘된 인사”라며 칭찬했다.

물론 홍장표는 완전히 밀려나지는 않고 새 직책을 맡았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을 아예 포기했다는 인상을 주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바뀐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재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법 위반 사업주 처벌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은 총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명분을 악용해 임금 삭감을 유도하도록 개악됐었고, 기업주들은 그조차 부담스럽다고 떼쓰고 있었다.

정부는 기업주들의 초법적 요청을 받아 준 같은 날(6월 20일),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직권 취소 요구는 대법원 계류 중이라 “불가능하다”고 거부했다. 현 대법관들은 전교조 관련 재판 거래 의혹 등을 부인한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다. 1년을 기다린 교사들을 우롱하는 짓이다.

6월 26일 노동부는 개악된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연근로제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발표했다. 유연(탄력) 근로는 인건비를 줄이면서 필요한 때 일을 더 시키는 제도다. 정부는 사용자 처벌은 미뤄 주고 노동자 부려 먹을 방법은 빨리 알려 준 것이다.

정부의 태도 변화를 감지한 경영자총협회(경총)도 상근부회장 송영중을 이제는 해임하려고 한다. 그는 경총이 문재인에 코드를 맞추려고 영입한 노동부 출신자이다. 그는 최저임금 삭감법 국회 통과 당시에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하자는 노동계 의견에 동조했었다. 그 직후 경총은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6월 28일 쌍용차 노동자가 현실을 비관하며 자살했다. 같은 날, 경찰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의 중재를 거부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반면, 삼성 무노조 경영 수사는 삼성-노동부 커넥션을 밝혀 내고 있어도 구속자가 거의 없다. 한진 재벌은 망신은 당해도 구속은 안 된다.

촛불의 여파가 남은 상황에서 여전히 줄타기도 중간중간 재현될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는 한국노총 지도부를 다시 노사정위원회·최저임금위원회로 복귀시키는 데 성공했다.

문재인은 노동개악에 대한 저항을 제압하는 데에 선거 압승과 한반도 평화 국면을 이용할 것이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가 양보하라는 것이다. 노동운동 우파의 개혁주의 정치가 이 포퓰리즘 압력에 휘둘릴 것도 기대하면서 말이다.(이렇게 중도파가 북한 문제를 노동운동 억제에 이용하는 건 우파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집권 1년이 지나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의 실체가 드러났다. 최근 지방선거 이후 여권 지지율이 하락 추세(소폭이지만)인 건 노동 문제에서의 우회전과 관계 있을 것이다. 정부의 계급적 실체를 직시하고 단호하게 저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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