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필요한 것은 보완책이 아니라 ‘악법 폐기, 대폭 인상’이다
〈노동자 연대〉 구독
6월 27일 한국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기구 복귀를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6월 30일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대정부 항의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국노총은 민주당과 ‘최저임금 제도개선 및 정책협약 이행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하고, 이를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 제도 개선 방안”이라고 치켜세웠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최저임금법 재개정(가구생계비 고려, 준수율 제고), 통상임금 산입범위 확대, EITC(근로장려세제)확대, 실업부조 도입 등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지적했듯이, 최저임금법 재개정은 기존의 개악을 그대로 두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임금 삭감과 기업들의 최저임금 위반 꼼수를 합법화한 개악을 그대로 둔 채 ‘준수율 제고’, ‘가구생계비 고려’ 같은 모호한 규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만큼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최저임금 삭감 피해를 만회하지는 못한다. 연장근로를 많이 해야 만회되는 것인 데다가, 정부가 권장하는 탄력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연장근로가 줄어 그 효과는 더 떨어진다.
근로장려세제(EITC)도 마찬가지다. 최근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삭감법 임금 피해 계산기를 운영한 결과를 보면, 근로장려세제를 두 배 이상 올리는 게 아니라면 최저임금 삭감을 만회할 수 없다.
저임금 노동자 이해 대변?
한편, 한국노총이 복귀를 결정하기 전날 전국여성노조와 청년유니온·한국비정규노동센터·참여연대는 노동자위원의 최저임금위원회 참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이해 대변과 2019년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려면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 투쟁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최저임금을 어지간히 올리지 않으면 최저임금 무력화를 막을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게다가 사용자들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완강하게 버티고 있고, 정부도 ‘속도 조절’을 거듭 언급하는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장이 아니라 대중 투쟁 수준에 달려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 1만 원 요구가 광범한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 측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사측의 안으로 결정되는 것을 피하려면 공익위원 측이 제시한 상한선 수준으로 수정안을 내야 한다’는 압력에 몰렸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면 투쟁만 약화된다. 노동계가 문재인과 맞서면 우익만 이롭다고 보고 노동자 투쟁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에 주목하는 것은 진정한 개혁을 성취할 동력을 약화시키는 맹점이 있음을 봐야 한다.
한국노총의 복귀 후,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 14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고 못 박았다. 7월로 들어서면 민주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복귀를 종용하는 압력이 더 커질 것이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복귀에 유감을 표하고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대로 6.30 투쟁 이후에도 최저임금삭감법 즉각 폐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대정부 투쟁을 이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