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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공동투쟁에 나서다
“차별을 끝내고 제대로 된 정규직화 위해 싸울 것”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공동 투쟁에 나섰다. 보건의료노조·의료연대본부·민주일반연맹 소속의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4월 2일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14개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 함께 투쟁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부 앞 공동 기자회견 "제대로 정규직화하라" ⓒ장호종

노동자들은 “위험의 외주화를 지속하려는 병원들의 담합”을 규탄하며 “희망 고문은 이제 그만하고 약속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정한 전환 시기가 한참 넘었는데도 국립대병원의 정규직 전환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정부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2년 비정규직 제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이런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게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은 기만이 됐습니다. 특히 국립대병원을 포함해 교육부 산하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가장 안 되고 있습니다.”(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비정규직들의 희망이 절망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유은혜 장관은 자기가 한 약속 안 지키고 있습니다. 권고안이라는 종이 쪽지 하나 내려보냈을 뿐입니다. 전남대병원장은 그게 온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정해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2년 동안 겪은 마음 고생을 털어놓으며 이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2017년 7월 20일 대통령이 얘기할 때 저도 TV 앞에 있었습니다. 얼마나 기뻤습니까. 우리 가족들도 다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이제 우리 조합원들이 만나기만 하면 대통령 욕, 정부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정부가 잘 되겠습니까?”(박일순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민들레분회장)

“정규직화 제로를 외친 2017년, 2018년을 넘어 이제 2019년 4월입니다. 그런데 국립대병원에 단 한 명도 정규직화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은 피눈물 나는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강신원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지부장)

“정규직 전환은 차별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앞으로 모든 정규직 전환에서 직무급제를 기본으로 한다고 합니다. 표준임금제가 그런 직무급제입니다. 직접고용되고 차별은 계속 받는다면 그게 무슨 정규직화입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합니다.”(소원석 민주연합노조 전북대병원지부장)

소원석 지부장은 얼마 전 단호한 점거 파업으로 승리한 서울대학교 시설 노동자들을 언급하며 직무급제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학교 노동자들은 직무급제에 반대하며 싸워 20.6퍼센트 임금 인상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제대로 된 정규직화, 차별 없는 정규직화를 위해 같이 투쟁합시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부터 교육부 앞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세 노동조합은 4월 20일 청와대 앞 공동 집회를 여는 등 공동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희망 고문을 끝내라는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

교육부 앞 공동 기자회견 "제대로 정규직화하라" ⓒ장호종

“우리는 자회사는 못 받아들입니다”

이연순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장 ⓒ장호종

서울대병원은 돈벌이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는 자회사는 못 받아들입니다. 12년 전에 여기 왔을 때는 청소 노동자도 정규직이었는데 이제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놓고 말도 안 되는 차별을 해요.

병실에 들어갈 때 전염되는 환자가 있는지, 무슨 병인지 물어 보거든요. 우리도 완전 무장을 하고 들어가야 하니까요. 근데 병원 직원이 아니라고 못 알려 준다는 거예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전염병이든 뭐든 다 끌어안아야 하냐’ 하고 따져도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럼 환자도 안전할 수 없죠.

병원 환경이나 청결에 대해서는 우리만 한 사람들 없거든요. 청소 노동자들, 어떻게 보면 자격증이 없어서 그렇지 전문가들이에요. 서울대병원장은 산부인과 환자 잘 보겠죠.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매년 1등 한다는 건 우리가 그만큼 환경을 좋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해요.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정규직, 비정규직, 시설 [노동자]까지 다 함께 싸워서 올해 안에는 해결해야죠. 우리도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예요.

문재인도 저렇게 무책임하게 하면 안 돼요. 우리가 그 추운 겨울에 어린 조카들까지 다 데려가서 촛불 집회 하고 박근혜 탄핵시킨 게 이유 없이 한 게 아니잖아요. 희망을 갖고 뭔가를 좀 바꿔 보겠다고 한 건데 노동자들한테 오히려 절망을 안겨 주고 있어요.

노동자들이 화가 났어요.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노동자들한테 이익을 주는 게 아니고 매일 불이익만 주는데 노동자들이 바보가 아니잖아요. 옛날하고 달라요.

2차 교섭이 끝났고요. 4월 5일에 3차 교섭이 예정돼 있어요. 4월부터는 피켓 시위도 재개할 예정이에요. 5월에는 천막을 치든지 해서 투쟁 수위를 높일 겁니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국립대병원장들이 뭉쳐서 정규직화를 미루고 있습니다”

강신원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지부장 ⓒ장호종

전남대병원은 전국에 4개가 있어요. 본원은 광주에 있고 화순에 화순전남대병원, 빛고을 관절센터 전문병원, 치과병원 이렇게 있는데 전부 다 해서 파견용역직 전환 대상은 540명이에요.

차별이 정말 많아요. 기계관리실로 말하자면 400퍼센트 상여금이 있었는데 10년 전에 노동조합이 없어지고 나서 다 깎아 버렸어요. 지금은 딱 최저임금만 받아요. 청소 노동자들은 그동안 노동조합을 쭉 유지해 왔기 때문에 그나마 상여금이라든지 복지가 있는데 나머지는 다 최저임금이에요.

부려먹을 때는 데려가서 식구라고 하고 뭔일 생기면 남이다 해요. 휴게실 문제도 많고 샤워실도 못 쓰게 해요. 병원 내에서 조끼도 못 입고 다니게 하고요. 그래서 투쟁할 때도 병원 밖에 나가서 하라고 해요. 차별로 치면 한도 끝도 없어요.

지금 병원 측은 다른 국립대병원들보다 먼저 합의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에요. 먼저 하면 다른 국립대병원장들의 질타를 받을 거라는 거죠. ‘서울대병원이 하는 거 보고 하겠다’ 이렇게 서로 미루면서 방관하고 있는 거예요. 전체 국립대병원장들이 단결하고 있는 거죠.

예전에도 직접고용을 요구하기는 했죠. 그래도 대통령이 나서서 비정규직 제로로 만들겠다고 하니 ‘아, 이제 됐다’ 하는 희망이 2017년에 확 퍼졌어요. ‘언제쯤 [정규직이] 될까’ 하면서 기다렸죠. 2018년도 넘기니 이제 ‘예전이랑 똑같은 거 아니냐’ 이런 실망이 있어요. 그래도 말을 그렇게 했으니 계속 요구해 보자는 사람도 있고요. 실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건의료노조는 각 현장에서 아침 선전전을 벌일 거고요. 4월 20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집회도 할 거예요. 계속 미루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기층에 있는 기초 시설에서 파업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