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부패 공방전 :
민주당도 똑같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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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여권과 구 여권 사이의 부패 폭로전과 힘 겨루기로 시작된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그 여파로 지난 주말에 청와대도 타격을 입었다. 3월 29일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이 사퇴했고, 이틀 뒤 청와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동호의 지명을 철회했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최정호도 자진 사퇴했다.
친서민 진보를 표방하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고 한 정부에서 물러난 인물들 모두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됐다.
김의겸은 청와대에 들어온 뒤에 25억 원짜리 빌딩을 사 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조동호는 전세가를 올려서 해외 유학 중인 자녀에게 4만 달러가 넘는 포르쉐 자동차를 사 준 것이 흙수저 청년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최정호는 다주택 보유를 인사청문회에서 추궁당하자, “저도 다주택자가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고 해명해 사람들을 열받게 했다.
이들이 낙마한 뒤에는 청와대 소통수석이 “외국이니까 외제 차를 탔겠지”라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해명했다. 지난해 여름 지지율 하락이 화두가 됐을 때 문제의 김의겸은 ‘BMW 차량 화재 등에 민감하지 않은 걸 자성한다’고 황당한 답을 했었다.
이런 태도는 마치 노무현 때 청와대 홍보수석 조기숙이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는데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 시대의 지도자와 문화에 빠져 있다”며 노무현 지지율 하락이 국민 수준 때문이라고 한 걸 떠오르게 한다.
물론 여권이 곤경만 겪는 건 아니다. 아직은 검찰, 경찰 등이 정권에서 이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이명박·박근혜의 부패와 반동적 행태들을 틈틈이 꺼내서 실망하는 지지층을 다독여 왔다. “적폐 청산” 염원을 수용하는 듯 하면서, 교묘하게 정적 견제나 제거에 활용해 온 것이다. 실제로는 적폐 청산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재용 등 재벌들과 이명박의 석방이나 사법 농단과 재판 거래에 대한 수사 부진 등에서 보듯 말이다.
검찰은 여론의 질타 속에서 4월 1일 정식으로 김학의 수사단을 발족했다. 박근혜의 법무부 차관 출신 김학의가 성상납을 받은 혐의와 그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중단시킨 혐의 등을 집중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이 김학의가 차관 임명될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기 때문에, 여권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공격 소재로 김학의 건을 써먹으려고 한다. 완강히 버티던 한국당이 김학의 특검법을 발의한 것은 문재인 검찰보다는 특검이 그나마 낫다고 본 것이다. 수사 지연도 노렸을 것이다.(이를 보면, 진보 엔지오 등이 특검 요구를 수시로 제기하는 일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당이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에 반대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가 주도해 설립하는 것 자체가 이 기구의 초기 성격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판도라의 상자
한편, 김학의가 윤중천의 별장에 드나들고 그 동영상이 찍힌 시기는 노무현 정부 때다. 그런데도 왜 박근혜가 덮었을까?
결국 윤중천 성상납 사건 수사가 정권이 바뀌어도 지지부진한 까닭은 정권의 사냥개 구실을 하는 검찰을 두 정권 모두 정권 초에 감싸려고 했기 때문이다. 고위층 인사 누가 연루됐을지 모르는 판도라의 상자를 두 정권 다 열고 싶어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은 최근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떨어지고 한국당이 그 반사이익을 얻자 정부·여당이 큰 위기감을 느낀다는 표시일 것이다. 즉, 물타기하려는 것이다. 차기 대선 후보로서 황교안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사들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의 부패도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사건들을 캐다가 연결 고리들이 나오면서 걷잡을 수 없이 그 실체가 폭로되기 시작했었다. 게다가 김학의 사건 수사 배경에 검찰과 경찰의 수사지휘권 다툼도 놓여 있어서 더욱 위험하다.
고 장자연 씨 사건 수사에서는 조선일보사 사주인 방상훈의 아들 방정오(TV조선 사장)의 이름이 나왔다. 지난해 장자연 씨 사건 수사 움직임만으로도 민주당은 드루킹 의혹 폭로 등의 반격을 받았었다.
부패 인사의 등용 시도나 변명, 권력층이 광범하게 얽힌 사건들에 대한 수사나 징벌 부진은 민주당도 지배계급 정당임을 웅변한다. 권력 투쟁 와중에도 경제 위기 때문에 민주당은 한국당과 노동법 개악을 합의 처리해 왔다. 지금도 한국당에게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노동법 개악에 빨리 협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당은 정권의 압박에도 맞서야 하고 기업주들의 지지도 유지하려고 정부 개악안보다 더한 개악안을 내놓고 민주당을 압박한다. 어찌됐든 두 당은 기업주들의 환심을 사려고 경쟁하는 것이기에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에 결국은 합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둘 사이 갈등이 멈추진 않을 것이다. 한국당은 여권이 기대를 걸었던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간 뒤엔 노골적으로 색깔론 공세를 펴고 있다. 뜻대로 잘 먹히진 않지만, 우파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었다. 5·18 망언 소동이 그런 경우다.
심화되는 경제 위기와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지배계급 정당들이 대안 없이 서로 다투는 상황은 위기의 깊이를 드러낸다. 물밑에서 정치적 좌우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중도파인 민주당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다.
지배계급이 무엇에서 단결하고 무엇에서 분열하는지,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 지배계급의 분열상은 노동계급 대중에게 투쟁에 나설 자신감을 줄 수 있다. 기회를 살리려면, 노동운동은 더 ‘정치’적이어야 하고 급진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