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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충돌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의 문제로 공식 정치의 분열이 심각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이 법안들을 국회 신속 처리 안건으로 확정하자, 자유한국당이 이 법안들의 상정을 막으려고 의원과 보좌관들을 총동원해 몸싸움을 불사하며 가로막고 있다.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에 동의한 바른미래당은 그 직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여당에 협조하는 게 옳은가 하는 문제로 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자한당은 법안 상정을 막지 못하자 4월 27일 이를 규탄하는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염병하네, 염병하네” 5·18 망언자를 비호하고 박근혜 석방을 요구하는 독재 정권 후신들이 “독재 타도” 운운하는 건 역겨운 일이다  ⓒ출처 자유한국당

이렇게 공식 정치 내 충돌이 격화한 것은 두 쟁점에서 각 당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데다 총선이 1년도 채 안 남았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경제 위기가 깊어지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기류가 바뀌는 듯한 상황에서 지배계급 정당들도 서로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좌익이니 독재 잔당이니 하는 과장스런 표현으로 서로 공방하는 배경이다.

공식 정치의 분열상은 경제·사회 양극화에서 비롯한 정치 양극화가 공식 정치의 장으로 옮겨온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 양극화가 “민주당 대 자한당”으로 비치는 것은 사회적(계급적) 양극화의 왜곡된 반영이다. 우파는 공식 정치 영역에서 별 가감없이 대표되지만, 노동계급은 턱없이 과소 대표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실제로 왼쪽 축(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2년 동안 그렇게 행동한 적이 없었다.

우파는 결집하지만,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민주당으로 노동계급이 결집할 수도 없고, 결집될 리도 없다. 우파의 결집과 회복이 실제보다도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이다.

사실 이런 점 때문에라도 노동자들이 선거제 개혁으로 공식 정치의 장에서 자신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강화되길 바라는 것이다.

선거제 개혁 문제 등을 놓고 공식 정치의 장에서 정의당이 반()우파 공조에 함께하고, 민중당이 장외에서 이 공조를 지원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기지개를 펴는 노동자 투쟁이 더 활성화돼 왼쪽 축을 형성해야 한다. 새로운 층의 노동자들은 문재인에게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하고 쓴 입맛을 다시며 스스로 투쟁에 나서고 있다.

지배계급이 분열해 있는 만큼, 상황은 나쁘지 않다. 노동개악 입법 일정이 잠시 밀린 것도 그 부수적 효과다.(그러나 개악 강행 위험은 계속 경계해야 한다.)

이런 투쟁들을 지지해 성과를 쌓아가며 정치화시키려고 애써야 한다. 객관적 위기 때문에 노동계급의 독자적이고 급진적 대안 제시가 갈수록 필요해지고 있다.

성에 안 차지만 선거제 개혁안 통과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한당이 4당의 선거제 개혁안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것은 촛불 이후 달라진 세력균형 속에서는 현행보다 비례성을 강화하고 지역구를 줄이는 선거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례성이 강화되면 특정 지역주의보다는 전국에서 고루 노동계급의 지지를 얻는 노동계 진보 정당들이 국회 의석수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

물론 현재의 선거제 개혁안은 애초에 진보·좌파 진영이 요구한 100퍼센트 연동형 비례제에는 한참 못 미치는 부족한 안이다. 비례 의석 배정 자격에 대한 봉쇄 조항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이 선거제에 기초한 여러 가상 예측들에서 정의당 같은 진보 정당 의석이 꽤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만큼 지금의 선거제도가 노동계 진보 정당들에게 불리했다는 얘기다.

우파에게는 자신들의 의석이 주는 것과 진보·좌파의 의석이 늘어나는 것, 둘 다 못 봐줄 일임이 분명하다.

또한 공수처가 신설되는 것도 불편하다. 현재 4당이 합의한 법안은 공수처가 기본으로 수사권만 갖기로 했지만, 검찰과 경찰, 법원의 고위직에 대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진다. 이것은 검찰을 견제할 권력기관이 검찰과 똑같은 권한을 가진다는 뜻이다.

사실 수사권을 갖춘 권력기관이 늘어나는 것이 꼭 서민층에게 좋은 일만도 아니다. 또, 공수처 같은 기관 설립으로 부패를 막을 수도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배계급의 제1선호 정당이자 부패 원조당으로서 자한당은 검찰 권력의 혜택을 주로 받아 왔다. 자한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연루된 강원랜드, KT 채용 비리 건들이 제대로 수사와 기소가 되지 않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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