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막말 황교안: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이간질 조장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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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일관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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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이 이주노동자 임금을 차별 지급해야 한다는 인종차별적 막말을 했다.
황교안은 지난 6월 19일 부산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우리 나라에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들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내국인은 국가에 세금을 내는 등 우리 나라에 기여한 분들로, 이들을 위해 일정 임금을 유지하고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는 자유한국당 김학용, 이완영 등이 발의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대체로 일한 지 2년 안 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최대 30퍼센트까지 삭감하는 내용이다.
이에 이주공동행동 등 여러 이주·노동·인권단체들은 20일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황교안의 망발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사과와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황교안의 거짓말을 반박했다.
“2017년 이민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00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가 2016년에 생산효과 54조 6천억, 소비효과 19조 5천억을 합쳐 총 74조1천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여했고 …… 지금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제조업, 농축산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은 당장 돌아가지 않으리란 것은 언론기사 몇 개만 보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황교안이 이주노동자들은 세금 한푼 내지 않는 것처럼 주장한 것도 거짓말이다. 단적인 예로 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외국인은 건강보험에 매년 2000억 원 넘는 흑자를 안기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황교안은 "이주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숙박비가 사업주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최저임금 급속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 중소상공인, 기업인이 어려움에 빠지고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이주노동자들의 월급여 실수령액 평균은 약 20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4.4시간이나 됐다. 연장 가산수당만 적용해도 약 228만 원은 받아야 최저임금을 충족하지만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2017년보다 월급이 올랐다고 응답한 비율은 52.5퍼센트에 불과했다. 심지어 11.4퍼센트는 오히려 줄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18퍼센트가 2017년에는 내지 않던 숙식비를 내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27퍼센트가 숙식 관련 비용이 올랐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숙소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에어컨이 없고(42.6퍼센트), 실내 화장실이 없거나(39퍼센트) 사용 인원에 비해 부족하며(33.5퍼센트), 소음·분진·냄새 등 유해환경에 노출(37.9퍼센트)돼 있었다.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 등 임시 가건물을 제공받은 비율도 17.1퍼센트나 됐다.
한편, 황교안의 막말에 대해 민주당 원내대표 이인영 등도 “차별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끼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다문화위원회도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교안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태도에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황교안이 막말을 하기 하루 전인 18일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는 민주당 부산시당과 간담회를 열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부산지역 민주당 의원 전재수, 최인호와 부산시(시장 오거돈) 관계자는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에 동조하는 더불어 민주당과 부산시는 반인권·반노동 행보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영선 역시 4월 25일 중소기업중앙회와의 간담회에서 사견을 전제로 “중앙정부는 하한선만 정해 주고 지자체별로 자율권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일관되게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에 반대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17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이 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자 그날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만이 5당 원내대표를 모두 만나서 국회 개원과 재계 지원을 촉구했다. 그리고 “가장 급한 법안은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에 대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18일과 19일 민주당, 자유한국당 인사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한 것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출입국을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 출신 황교안이 단지 이주노동자에 관해 무지해서 막말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삭감되면 이는 내국인 노동자들에게도 더 낮은 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하향 압박 효과를 낼 수 있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려는 것이 현재 지배자들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따라서 정치 현안들을 둘러싼 갈등과 협상은 이어지겠지만 노동개악에 관해서는 전격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가운데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도 논의될 수 있다.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