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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살던 탈북 모자 굶주려 사망:
아사 피하려 탈북했지만 아사로 끝난 비극

7월 31일 서울시 관악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탈북민 어머니와 6살 된 아들이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망한 지 2달이나 흐른 뒤였다.

모자는 극심한 굶주림에 고통받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발표를 보면, 발견 당시 시신은 매우 마른 상태였고 집 안에 먹을 것이라고는 고춧가루뿐이었다. 모자의 사망을 발견한 사람은 공과금이 밀려 물이 끊겼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는 점을 의아하게 여긴 수도검침원과 아파트 관리인이었다.

어머니인 40대 탈북민 여성은 2009년에 남한에 들어왔다. 5년간의 정착지원금 수급 후 1년 동안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았지만 이내 한국 국적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통영의 조선소에서 일하던 남편은 조선업 불황으로 벌이가 불안정했고, 중국으로 이사 가는 등 생활은 순탄치 못했던 듯하다.

그녀는 올해 1월 이혼했지만, 기초생활수급비를 다시 받지 못했다. 재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듯하다. 주변에서 알려 주거나 신고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선별적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모자는 극심한 빈곤으로 내몰렸다. 13평 남짓한 임대 아파트의 월세가 9만 원이었는데, 한 달 생활비는 양육 수당 10만 원이 전부였다.

결국, 배고픔을 피해 목숨 걸고 탈북했던 한 여성은 끝내 어린 아들과 함께 굶어 죽는 끔찍한 비극으로 내몰렸다. 부가 넘쳐 나는 2019년 서울 한복판에서 말이다.

빈곤과 고립

이번 사건은 탈북민들이 겪는 천대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2018 북한이탈주민 정착 실태 조사를 보면, 생활비 중 가장 부담되는 항목을 묻는 질문에 4명 중 1명 가까이가 “식비”라고 답했다. 이는 2017년에 견줘 2.5퍼센트 높아진 수치다. 또, 남한에서 겪은 경제적 어려움 중 1순위로 꼽힌 것이 공과금 미납이었다.

탈북민 36퍼센트가 탈북하기 전 북한에서 하층 계급이었다고 답한 반면, 남한에 와서 하층 계급이 됐다고 답한 탈북민은 46퍼센트에 이른다. 탈북민의 자살률은 남한 평균의 3배(16퍼센트)에 이른다.

남한 권력자들과 우파 언론들은 세상에서 제일로 탈북민을 위하는 척하며 일부를 회유해 남한 체제 선전에 이용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비극적으로 보여 준 것처럼 남한은 탈북민에게 결코 ‘천국’이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남한에서 탈북민들이 천대받는 현실 자체를 가릴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 또한 탈북민에게 대안이 못 되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대폭 삭감한 탈북민 지원금 수준과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탈북민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남북 평화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휴전선에서 김정은과 깜짝 만남을 벌였지만, 정작 남한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이다.

기업주들의 돈벌이부터 챙겨 주는 데 혈안이라 남한 대중을 위한 복지도 삭감하려 하는 남한 국가에게 탈북민의 존재는 항상 뒷전에 뒷전이었다. 그럼에도 탈북민들은 항의에 나서거나 조직화하기 어려운 취약한 처지에 놓여 왔다.

탈북민들이 빈곤과 고립, 국가의 감시를 뚫고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용기를 줘야 한다. 탈북민들에게는 지배계급 우파나 자유주의 정부가 아니라 진정한 대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다른 집단(노동계급과 다른 천대받는 대중)이 있음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특히 진보·좌파가 적극 나서서 탈북민 천대에 반대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또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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