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차별로 탈북민 고독사 급증
〈노동자 연대〉 구독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탈북민의 고독사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탈북민 사망자 106명 중 ‘사인 미상’이 49명(46퍼센트)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7월 15일까지 사망자 48명 중 41명(85퍼센트)이 사인 미상이었다.
사인 미상은 정확한 원인(고령사, 병사, 사고사, 자살)을 밝히지 못한 죽음을 뜻한다. 이런 죽음이 는 것에 대해 탈북민들은 고독사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16~2019년 탈북민 사망자 중 사인 미상은 연간 10명 이하로 13퍼센트를 넘지 않았다.
탈북민은 한국 정부의 차별과 냉대로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다. 탈북민은 코로나19로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2020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남북하나재단)를 보면, 탈북민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약 46시간, 월 평균 임금은 216만 원이었다. 한국 전체 평균보다 8시간 많이 일하지만 임금은 52만 원 적은 것이다.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다.
탈북민의 고용률은 54.4퍼센트로 한국 전체보다 6퍼센트 낮았고, 실업률은 9.4퍼센트로 3배나 높았다.
(정부 공식 통계로) 2020년 탈북민의 고용률은 2019년보다 3.8퍼센트 감소했고 실업률은 3.1퍼센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전체의 고용률이 1.3퍼센트 감소하고 실업률이 0.5퍼센트 증가한 것에 견줘 고용 감소 폭이 훨씬 크다.
탈북민 여성은 자녀 양육과 돌봄 부담이 더욱 컸을 것이다. 코로나19로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항에서 탈북민은 남한 내 친·인척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자녀를 대신 돌봐줄 사람이 부족하다. 탈북민 여성의 61.5퍼센트가 육아 부담을 취업 장애요인 1순위 혹은 2순위로 꼽았다(〈2020년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 탈북민의 72퍼센트가 여성이다.
고령층 탈북민의 열악한 처지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탈북민의 고독사가 증가한 것과 떼어 놓고 볼 수 없다.
60세 이상 탈북민의 65퍼센트가 ‘정부 및 사회단체(정부 보조 등)’의 지원으로 생활비를 마련한다(〈2020년 사회통합조사〉). 또 함께 사는 가족이 없다는 응답이 63퍼센트로, 탈북민 평균보다 2배나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사회적 교류도 줄어들면서 고독사가 늘어난 듯하다. 남한 정착 기간이 길어지며 나이가 든 탈북민도 늘어 앞으로도 이런 비극이 계속될 수 있다.
위선
문재인 정부는 탈북민의 고통을 외면해 왔다.
예컨대 2019년 남북하나재단(탈북민 지원 정부기관)의 탈북민 긴급생계비 지원 사업 지출액은 3억 1300만 원으로 그전보다 약 2배 늘었다. 이조차도 탈북민 규모를 고려하면 쥐꼬리만 한 것이지만 그해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으로 비판이 일자, 대상자 발굴 사업 등을 벌여 그나마 늘어난 것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해당 예산을 2억 원으로 도로 삭감했다.
탈북민 정착 지원을 위한다는 정부기관인 하나센터는 사실상 제 구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북부하나센터의 경우 직원 8명이 의정부, 포천, 남양주, 양주, 동두천 등 7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다. 8명 중 취약계층 상담사는 1명뿐이다. 3만 명에 이르는 탈북민 중 약 30퍼센트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우파 언론들은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탈북민을 홀대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는 위선일 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50퍼센트, 노무현 정부가 다시 3분의 2 수준으로 삭감한 탈북민 정착지원금 액수를 되돌리지 않았다. 우파는 탈북민 지원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이데올로기 선전의 도구로만 이용하려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우파 모두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조건과 복지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상당수가 저임금 노동자인 탈북민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정부는 탈북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