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삶의 실태:
무엇이 탈북민을 ‘탈남’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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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이 3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들의 생활 수준은 남한 일반인에 견줘 턱없이 열악하다.
통일부의 위탁을 받아 남북하나재단이 2017년 2월에 발표한
탈북민들은 5년간 정착지원금과 적응생활비로 총 2000여만 원을 받지만
탈북민 고용률은 55퍼센트로 남한 전체 평균에 견줘 6퍼센트 가까이 낮았고, 월 평균 임금은 163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한 취업자 평균 임금의 67퍼센트 정도로, 2017년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인 151만 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또 고용안정성의 지표인 평균 근속 기간은 1년 4개월에 불과해, 다른 취업자의 5분의 1 수준으로 조사됐다. 탈북민 대부분이 저임금의 저질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탈북민의 취약점을 이용하는 부당노동행위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탈북민들은
실업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낮은 교육 수준이다. 탈북민 중 대학교 재학 이상은 16.5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60퍼센트는 중고등학교 졸업 이하였다.
이는 탈북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탈북 청소년들은 대학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하더라도 통일부가 규정하는 성적 기준을 넘지 못하면 학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생전 처음 보는 내용과 형식의 시험에서 남한 학생들과 경쟁해 이겨야 하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그로 인한 건강 악화는 탈북민의 생활 수준을 크게 악화시킨다. 연구
이런 처지 때문에 탈북민의 66.3퍼센트는 자신이 남한에서

동포에게 차별받고 사느니 차라리...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몰래 봤던 남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호화로운 인생을 즐기는 부자들이었다. 하지만 남한에서 와서 만난 현실은 너무 달랐다. 많은 탈북민들이 어렵사리 들어 온 남한을 떠나 다시 영국 등 제3국의 난민이 되려고 망명 신청을 한다.
물론 탈북민들이
탈북민들은 남한에서 느낀 차별과 편견이 큰 이유라고 말한다. 2017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탈북민의 45.5퍼센트는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한 독재 정권들은 오랫동안 탈북민을 살아있는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기조는 변했다.
극소수의 선택된 탈북민들은 여전히 남한 체제 선전에 이용됐지만, 대량 탈북 자체가 이미 그런 효과를 냈기 때문에 남한 정부는 탈북민 한 명 한 명에게 막대한 지원을 해 줄 필요를 더는 못 느꼈다. 탈북민 수는 늘어나는데 지원이 삭감되자 여러 사회 문제가 제기됐다.
지원금을 놓고 벌어진 일련의 갈등 과정은
탈북민들은
탈북민들은 남한에 오면 바로 국가정보원 산하의 종합합동심문소에서 3개월간 조사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부터 그러한 멸시와 모욕을 당한다.
탈북민들 다수는 이 과정에서 간첩을 골라낸다는 이유로 강도 높은 협박성 심문을 경험했다고 진술한다. 가혹 행위나 거짓말탐지기가 동원되기도 한다.
편견이 가장 심해지는 때는 남북 관계가 경색되거나 군사적 충돌이 생길 때다. 그럴 때마다 탈북민들은 북한과 동일시되고 은근한 비난의 눈초리를 경험한다.
이 때문에 탈북민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북한 말투,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을 숨기거나 기억 속에서 지워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뉴스에서 북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하는 일상적 스트레스는 말로 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탈남’ 이후
우파들은 남한에서 탈북민들이 겪는 어려운 처지와 심정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2008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홍정욱은 정부 자료를 분석해 발표하면서, 영국과 노르웨이 등으로의
그러나
앞서 말했듯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면 나오는 기본 지원이 있지만, 여전히 허드렛일을 못 벗어나는 건 마찬가지다. 특히 복지 수준이 영국보다 낮은 미국의 경우 2006년 미국 1호 탈북 난민으로 화제가 됐던 신요셉 씨가 2010년 자살했고, 2011년 6월에는 미국 거주 기간이 1년 6개월이나 된 탈북 난민 남성이 자신의 탈북민 부인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제적 문제와 더불어 가장 큰 문제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과정에서 겪는 불이익이다. 탈북민들이 난민 심사를 통과하려면 남한을 거쳐 왔다는 걸 숨겨야 한다.
그래서
탈북민 모두가 우파라는 오해
우파들은 탈북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그리고 소외된 처지인 일부 탈북민들이 우익 단체의 손길이나 보수 기독교 공동체에 기댄다.
그러나 모든 탈북민이 자동으로 우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북한과 남한, 영국이나 미국 등의 제3국 모두에서 좌절을 겪은 일부 탈북민들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키우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2014년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탈북민 워크숍에서
북한 사회에서 목숨 건 탈북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 사회가 극심한 빈부 격차와 착취, 차별이 존재하는 계급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를 축적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빈곤이 축적되는 현상은 우리가 남한에서 경험하는 것과 궁극적으로 다르지 않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이다.
탈북 문제가 더는 우파들의 역겨운 선전 도구가 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남한 진보
나아가 궁극적으로 노동계급이 각국 지배자들이 세운 벽을 넘어,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 문헌
“탈북 청년의 정체성 연구: 탈북에서 탈남까지” , 오원환, 2011. “새터민 (탈북자) 의 삶의 질” , 신기수 · 조갑출 · 양선희 · 이옥철 · 백희정 · 이규영 · 이숙정, 2011. - 《탈북 그 후, 어떤 코리안》, 류종훈, 성안북스, 2014.
- 《디아스포라와 노마드를 넘어》, 엄태완, 경남대학교 출판부, 2016.
- 《탈북자,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 박주현, 창지사, 2016.
“Gender Differences in Suicidal Ideation and Related Factors among North Korean Refugees in South Korea” , 노진원 · 박현천 · 권영대 · 김인혜 · 이요한 · 김윤정 · 김신곤, 2017. “탈북 이주민들의 환상과 부적응” , 정병호,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