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북어민 강제북송은 잔혹, 그러나 윤석열 정부 검찰의 기소는 역겨운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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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재판의 공판 준비 기일이 4월 14일로 잡혔다. 이 사건이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월 28일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된 전임 문재인 정부의 고위 공직자 4명(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의용, 전 대통령 비서실장 노영민,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통일부 장관 김연철)을 기소했다.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탈북 어민 2명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다.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 4명은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의무가 아닌 일을 지시하고(직권남용), 탈북 어민들이 재판받을 권리 등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의힘은 강제북송이 “거짓 평화쇼를 위한 인신공양”, “반인권적”이었다며 탈북민을 위하는 양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것은 역겨운 위선이다. 그간 우파 정부들은 탈북민을 정치 상황에 따라 이용하며 냉혹하게 다뤄 왔다.
이명박 정부는 중국 등 제3국을 떠도는 탈북민 8만여 명을 국내로 받아들이지 않고 제3국에 수용소를 지어 수용하려 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탈북민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조작했고, 그 여동생은 허위 자백을 강요한 뒤 추방했다. 윤석열은 바로 이 조작의 실질적 책임자인 이시원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10월 19일에는 양천구의 임대아파트에서 49세 여성 탈북민이 백골 시신으로 발견돼 탈북민의 열악한 처지가 재차 드러났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당시 강제북송 사건을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북송이 고문방지협약상 강제송환금지 원칙 등 국제법 위반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그러나 현재 법무부는 징집을 피해 한국에 온 러시아인들에게 난민 심사 기회조차 주지 않으며 내쫓으려 하고 있다. 이에 항의해 한 러시아인 난민은 3월 21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우파는 대부분 탈북민의 인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지율 하락에 대응해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탈북어민 강제북송 쟁점을 이용할 뿐이다.
민주적 권리
검찰 기소 직후 민주당 원내대표 박홍근은 “흉악범 추방이라는 본질은 가린 채 강제북송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정치 보복성 기소를 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물론 검찰의 기소에 정치 보복 목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탈북어민 강제북송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제북송은 잔혹한 짓이다.
탈북어민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혐의일 뿐이다. 물론 그들이 범죄 사실을 자백했다고 하니 무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사실상 다른 증거나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은 전혀 없었다.
자백만으로, 또는 재판을 하지 않고도 정부가 범죄 사실을 확정하겠다는 것은 민주적 권리를 완전히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게 되면 수사기관들의 자백 강요 같은 인권 침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에서도 자백만으로는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 연쇄살인범이라 해도 이런 사법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예외론을 용인하면 민주적 권리를 일관되게 방어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면 힘 없고 돈 없는 보통 사람들이 부당한 일을 겪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예외론의 문제점은 국가보안법이 잘 보여 준다.
‘혐의만으로 유죄’라면 윤석열 정부가 ‘간첩단 사건’을 잇따라 터뜨리며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나, 직접적 증거 제시 없이 민주당 대표 이재명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에 반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남북관계
검찰이 이 사건의 최고 책임자로 지목한 정의용은 2월 2일 검찰 수사 직후 “남북관계의 현실과 이중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좌파들이 탈북어민 강제북송 문제에서 사실상 민주당을 방어하거나 침묵하는 것에도 남북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거나,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를 대북 적대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한다는 시각이 작용하는 듯하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염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며 분단과 남북 갈등의 희생자 중 하나인 탈북민의 인권이 짓밟히는 걸 용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우파들이 탈북민 인권 문제를 위선적으로 이용할 기회만 준다.
민주당은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한다면서도 한반도 긴장을 낳는 제국주의에는 결코 저항하지 않는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지속해 북한의 불만을 사고 있었다. 북한 당국은 결국 몇 달 뒤인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점들에 비춰 봤을 때 민주당 세력에 공조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탈북민의 인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탈북어민 강제북송은 민주당 세력이 그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탈북민을 희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를 비난하는 우파도 탈북민을 장기판의 말로 여기기는 마찬가지다.
탈북민이 남한에 남을지 북한에 돌아갈지 혹은 제3국으로 떠날지 여부는 무엇보다 그들 자신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남북 간의 자유왕래 등 이주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탈북민의 고통을 덜고, 남북 대중이 자유롭게 교류하며 유대를 맺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