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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철도 파업 예고:
약속 지키라니까 개악 보따리만 풀어놓는 철도공사와 문재인 정부

철도노조가 11월 20일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4조2교대 개편과 인력 충원, 임금 인상, SRT-KTX 통합, 비정규직 정규직화·처우 개선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10월 11~14일 파업 이후에도 정부와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철도공사 사측은 정부 승인 없이는 인력 충원과 임금 문제에서 양보할 수 없다며 오히려 개악안을 들이밀고 있다. 비정규직 관련 합의 이행에 대해서도 정규직 쟁의가 끝나야 논의할 수 있다는 식이다.

10월 11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철도노조 파업 출정식 ⓒ고은이

국토부와 기재부는 철도노조의 협의 요청도 거부하며 완강한 태도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로 줄이겠다고 약속해 놓고 정작 공공기관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필요한 인력 충원(에 따른 재원)은 승인해 주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SRT-KTX 통합에 전혀 의지가 없다. 최근 한 청와대 인사는 철도노조와의 만남에서 ‘임기 초 정부가 힘이 있을 때 해야 했는데 지금은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국토부 장관 김현미가 철도 통합 연구 용역을 중단시키며 통합 추진에 제동을 건 장본인인데, 이제 와서 유체이탈식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태도는 정부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및 단결권·파업권을 제약하는 노동법 개악, 온갖 규제 완화 등 친기업 노동 개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사용자들의 불평이 커지자 전임 보수 정당들이 이행하지 못한 노동 개악 완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개선은커녕 개악

사측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교대제 개편(3조2교대→4조2교대)도 인력 충원보다는 기존 인력을 쥐어짜서 해결하려 한다.

업무가 많은 시간대에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인력효율화”(전환배치)로 충원해야 할 인력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측은 이를 위해 변형일근제, 야간격일제, 사업소 통폐합, 외주화 확대 등을 추진하려 한다. 또, 4조2교대 근무 대상자들에게 월 1회 추가 근무를 적용해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제한하려 한다.

사측의 개악안은 노동 강도를 대폭 강화할 것이 뻔하다. 철도는 지금도 인력 부족이 심해 공공기관 중 초과근로를 가장 많이 하는데다 산재 발생 1위다. 최근 밀양역 사고도 인력 부족이 핵심 원인이었다. 열차 운행 중에 하는 선로 작업은 안 그래도 위험한데 인력이 부족해 열차 감시원마저 규정대로 배치하지 않은 것이다.

교대제 개편은 이런 참사의 원인이 된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을 줄이기 위함인데,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고 노동강도가 대폭 강화되면 이런 효과를 상쇄할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의 4조2교대 시범 운영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지하철 노동자들은 수년 동안 인력 충원 없는 교대제 개편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사측은 야간전담반 도입 등 추가 개악도 강행했다.

철도공사 사측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도 못해 주겠다고 한다. 결국 노동자들은 부족한 임금을 벌충하기 위해 초과근로로 내몰릴 것이다.

“정부에 부담 주는 투쟁”

임금 문제에서도 사측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인건비 예산이 부족하다며 연차를 또 이월하고, 체불된 수당은 줄 수 없고 아예 수당을 깎자고 한다. 심지어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개악해 통상임금을 줄이는 개악안도 내놨다. 직무급제 도입 시 노조 합의 없이는 불가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에 대해서도 사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이처럼 조건 개선은커녕 개악안 보따리만 풀어놓는 철도공사와 정부에 맞서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것은 정당하다.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은 철도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면 안전한 철도 운행도 담보할 수 없다.

사측의 개악안을 저지하고 요구를 성취하려면 만만찮은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의 지적처럼 “철도노조가 정부에 부담을 줄 정도의 투쟁 결의나 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요구 쟁취는 녹록지 않[다].”

지난 10월 1차 파업 때 9000여 명이 기재부 앞 집회에 모인 것은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 열망과 철도노조의 막강한 조직력을 보여 줬다. 정부가 주52시간제 무력화 등 노동 개악을 밀어붙여 불만이 커지고 있는 때에 정부에 도전하는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관심을 키우고 여론을 유리하게 만들 힘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해 단호하게 싸울 때 발휘될 수 있다.

철도 자회사 비정규직도 함께 파업 돌입 예고

9월 11일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출정식 ⓒ이미진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와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도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함께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 노동자들은 이미 한 차례 파업을 벌였지만 자회사 사측은 철도공사 핑계만 대고, 철도공사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뻔뻔스럽게도 철도공사 사측은 자신들이 합의한 사항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KTX 승무원 직접고용 합의도 지키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한사코 외면한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10년을 일해도 임금이 제자리고, 그조차 최저임금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철도공사는 자회사와 계약 시 낙찰률을 낮춰 노동자들을 계속 저임금으로 묶어 두고 있다. 이는 철도공사가 자회사에 대한 거의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은 회피하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실제 사용자인 철도공사가 책임지고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

이번에 정규직과 자회사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에 나서면 양쪽 노동자 모두에게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철도공사가 파업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메우기가 좀 더 어려워져 파업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철도공사가 정규직 인력 충원을 회피하기 위해 자회사로 업무 외주화를 확대하려 하는데, 함께 싸워 외주화 확대를 막고 자회사의 처우도 개선하는 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게 이롭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의 적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경험은 단결을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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