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내팽개치고 파업 비난에 열 올리는 문재인 정부:
인력 충원, 임금 인상 철도 파업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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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1월 23일 〈노동자 연대〉가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글이다.
철도노조 파업이 4일째(11월 23일 현재)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파업 참가자 수가 30퍼센트도 안 된다며 파업 대열을 흔들려 하지만, 먹히지 않고 있다.
언론들이 열차 운행률 감소에 대한 우려를 쏟아 내는 것이나, 운행율이 소폭이지만 계속 감소하는 것을 보면 정부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 수 있다.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파업 대열은 굳건하다.
특히 파업 시작 이튿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발언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전국 곳곳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서는 정부와 김현미 장관에 대한 규탄이 쏟아졌다.
김현미 장관은 대학 면접이 코앞인 수험생들과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민의 발’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파업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는 철도 파업에 그리 나쁘지 않은 대중 여론을 악화시키려는 이간질이자 부당한 책임 전가다.
철도노조가 수개월 전부터 4조2교대 개편 노사합의에 따른 인력 충원을 비롯해 파업의 4대 요구 해결을 요구했지만 귓등으로도 안 들은 것은 정부였다. 지난 10월 11~14일 경고 파업을 벌이며 국토부와 기재부 앞에 9000여 명이 모여 외치기까지 했다. 이 정부도 전임 정부들처럼 노동자들 요구에는 불통인 점에서는 판박이다.
정부는 25일 열리는 한·아세한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철도 파업이 국가 이미지를 훼손한다고도 비난한다.
매일 노동자 3명이 산재 사고로 죽어 가는 나라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은 뒷전인 채 국가 이미지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꼴 사나운 일이다.
경찰은 이날 부산에서 철도노조가 낸 행진 신고를 불허했다. 그러나 노조는 옳게도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의는 아시아 국가들에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 정부가 상당히 공을 들여 온 국제 행사로 국내 언론뿐 아니라 해외 언론들도 보도하기 위해 올 것이다. 이날 철도노조가 행사장 부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면, 언론의 상당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연대를 확대하는 데도 이로울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 유치에는 열을 올리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는 외면하는 문재인 정부를 폭로해 광범한 노동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도 압력을 받을 것이다. 1998년 에어프랑스 노동자들은 월드컵 개최를 ‘볼모’로 단호하게 파업을 벌여 통쾌한 승리를 거둔 바가 있다.
이렇게 단호하게 투쟁을 이어 가야 한다. 대체인력(파업 파괴자)에 항의하는 투쟁을 확대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철도노조는 군 인력 투입에 항의하며 국토부·국방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여기서 대체인력 투입에 항의하는 투쟁으로 나아간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가 철도 파업에 완강한 만큼,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가 연대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철도 파업에서 정부를 밀어붙여야 곧 이어질 노동개악에 맞서는 투쟁에도 이롭다.
턱없이 부족한 사측 안도 지나치다며 노동자 우롱하는 정부
김현미 장관은 철도노조의 인력 충원 요구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는 기막힌 철도 현실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불과 한 달 전에 밀양역 선로 부근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인력 부족으로 열차 감시원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철도 노동자들이 지금도 주 4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데, 여기서 더 줄이자는 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철도 노동자들의 60퍼센트가량이 불규칙한 교대·교번 근무로 야간 노동을 밥 먹듯 하는 현실은 침묵한다.
주·야간 교대근무는 수명 단축은 물론이고, 노동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야간노동에 시달리는 철도 노동자들이 정년퇴직 후 중풍·협심증·뇌출혈·심근경색·암 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는 심지어 철도 사측이 제시한 방안(1865명 충원+노동조건 개악 방안)도 과도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사측 방안은 필요한 인력의 절반도 안 되는데다, 사업소 통폐합과 외주화를 통한 대규모 전환배치, 변형근로제 도입을 통한 노동강도 강화 등과 한 세트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도 안 해 준다.
이렇게 인력 충원을 최소화하고 노동강도를 높이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얻으려는 효과가 오히려 사라진다. 또,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임금이 삭감되면, 노동자들은 부족한 임금을 벌충하기 위해 다시 초과노동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노동자들이 이런 사측의 안에 반대해 파업에 나섰는데, 정부가 이조차 과하다며 “자구 노력”을 주문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완전히 우롱하는 것이다. 안전과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위해 조건을 개선하려는 것인데, 정부 주장대로라면 조건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정부의 이런 태도를 보면, 임금 요구도 결코 쉽사리 수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 철도노조는 수당 정상화와 4퍼센트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철도 노동자들은 과거 정부의 정원 감축에 따른 인건비 축소로 수당이 체불되는 등 실질임금은 거의 제자리 수준이라 임금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는 노동개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철도 파업에 순순히 물러서려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철도 노동자들이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 등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싸우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조건을 지키는 것과도 연결돼 있다.
KTX-SRT 통합 폐기 굳히려는 국토부
최근 국토부가 KTX-SRT 통합을 검토하기 위해 진행하던 연구 용역(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연구’ 용역)을 아예 종료시키려 나섰다.
올해 1월 국토부는 이 연구 용역을 중단시킨 바 있는데, 이는 KTX-SRT 통합 추진 중단을 뜻했다. 그런데 최근 이 연구 용역이 재개된 것이 KBS에 보도됐다. KBS는 통합이 효율적이라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11월 22일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논의하고 있을 뿐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연구 재개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국토부는 비밀리에 이 연구 용역을 종료해 KTX-SRT 통합 빌미를 없애려 한 것인데, 마침 철도 파업이 벌어지면서 이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국토부의 이런 행태는 철도 적자, 국민 부담 운운하며 노조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보여 준다. 왜냐면 KTX-SRT 분리는 철도 적자를 키우는 핵심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 철도공사에 대한 민영화 추진은 일단 보류한 상태지만, GTX 건설 등 신규 철도 건설 사업은 모두 민자 투자자를 끌어들여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철도 민영화 정책을 결코 중단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철도 통합을 약속을 저버린 문재인 정부에 항의해 싸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