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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 반대” 약속 저버리고:
수서고속철도 분리 고착화하는 문재인 정부

철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수서고속철도 분리는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진

문재인 정부의 약속 파기 중에는 철도 민영화 문제도 있다.

문재인은 후보 시절 민주노총과의 정책 협약에서 “경쟁 체제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철도 민영화 정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의 질의에는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을 통합해야 한다”고도 답변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이를 추진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한참을 뜸들이다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개편 연구 용역’을 시작했지만, 이조차 중단해 버렸다.

국토부는 철도노조의 연구 용역 재개 요구에 묵묵부답이고, ‘수서고속철도와 KTX 통합 요구에 대해서는 답할 게 없다’는 태도다.

민주당도 논란이 많다며 수서고속철도와 KTX 통합 당론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수익성

수서고속철도 분리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철도 민영화 정책의 핵심 내용이었다.

수익성 높은 고속철도 노선을 쪼개 철도공사의 수익이 줄면, 적자를 내는 노선의 열차 운영을 줄이거나 폐지해 비용을 절감하고 더 나아가 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철도 분할 민영화로 나아가려는 구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서고속철도 분리 유지는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이 살아날 위험을 키우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은 수서고속철도와 KTX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위기 심화에 따른 대응으로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쏟아 냈다. 기업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며 대거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부문의 민간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 대표적이다. 의료 영리화 조처도 계속 추진되고 있고 민간 투자 공공 사업 조기 착수도 추진되고 있다.

철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 인사들은 철도공사에서 철도 관제권을 분리(경쟁체제 고착)하거나 시설유지보수 부분을 분리하자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철도 관제권을 갖고 있으면 철도 분할 민영화에 방해가 된다면서 이전 보수 정부들은 관제권을 회수하려고 시도한 바 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똑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볼 때, 문재인 정부가 쉽사리 수서고속철도와 KTX 통합을 추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를 성취하려면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며 맞서 싸워야 한다.

임금 억제, 인력 부족

철도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도 크다.

문재인 정부 2년 내내 임금 억제 압박이 상당했다. 철도공사 사측은 인건비가 부족하다며 연가 미사용 수당 반납, 초과근로 억제 등을 강요했다. 인력 부족으로 연가 사용이 제약되고 초과근로가 불가피한 상황이 적잖게 있는데도 말이다.

올해도 철도공사는 인건비가 부족하다며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특별히 기관사들의 수당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총액인건비는 정해져 있는데 기관사들이 너무 많은 몫을 가져가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 주기 어렵다고 이간질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거듭 양보해도 돈이 부족하다는 레퍼토리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 사측의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또 노동자들은 야간 노동을 줄이고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현행 3조2교대제를 4조2교대제로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그런데 이것이 제대로 되려면 인력 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4조2교대제가 시범 운영되고 있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노동 강도가 강화됐다. 노사 합의에 따라 내년에 4조2교대가 전면 시행되려면, 반드시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조는 철도 전체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4000여 명 이상이 충원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노동자들은 임금도 보전되길 바란다.

이런 요구들을 성취하려면, 수서고속철도와 KTX 통합, 그리고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요구를 결합해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서고속철도 분리는 철도의 적자를 늘려 인건비 등 비용 절감 압박을 더 키울 것이므로 노동자들의 조건과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공공서비스를 방어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 투쟁은 정부를 압박하는 효과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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